[코로나19 위기를 기회로]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적으론 경제 성장 씨앗 될 것”

입력 2020-04-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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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들 ‘격리·봉쇄·휴교’ 영향 분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의 풍경이 달라졌다. 봉쇄와 격리, 휴교와 재택근무가 일상이 됐다. 전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각국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에 나서면서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100만 명이 넘어선 재난적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경제 활동이 위축되더라도 공중보건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활절 정상화를 목표로 ‘셧다운’ 해제를 공언했던 것도 경제를 더는 희생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가 공중 보건을 위해 경제를 희생한다’는 전제를 뒤집는 논문이 발표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세르지오 코레이아, 스테판 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에밀 버너 등 이코노미스트들은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공중 보건은 물론 경제적 관점에서도 이로울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놨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당장은 위기로 여겨지지만 멀리 보면 경제 성장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 3명의 이코노미스트가 주목한 것은 1918~1919년 전 세계를 휩쓴 스페인 독감이다. 1918년 미국에서 최초로 독감 환자 발생이 보고 됐다. 이후 1919년까지 유럽, 미국, 아프리카, 아시아 등 전 세계에서 약 6억 명이 감염됐고, 사망자는 최소 5000만 명에 이른다. 현재 지구촌을 강타한 코로나19와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매우 근접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코로나19의 전염력이 스페인 독감과 거의 동일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코레이아, 럭, 버너 등 세 이코노미스트는 1918년 9월 8일에서 1919년 2월 22일 사이, 43개 도시가 취한 정책을 비교 분석했다. 놀랍게도 100여년 전 이들 도시가 취한 감염병 대응법은 약물치료가 아닌 격리 및 학교와 사업장 폐쇄 등을 통한 공중 보건 개입을 뜻하는 ‘비의학적 개입(NPIs, Non-Pharmaceutical Interferences)’, 바로 사회적 거리두기였다. 다만 사회적 거리두기의 속도와 정도에 차이가 있었는데, 당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빨리 또 적극적으로 채택한 도시들과 그렇지 않은 도시들을 비교 분석했다.

43개 중 34개 도시가 휴교와 집회 금지 등의 조치를 적절히 섞어 평균 4주간 시행했다. 15개 도시의 경우 격리와 봉쇄, 휴교와 집회 금지 모두를 강력하게 실시했다.

비교 분석 결과, 격리 정도 및 기간과 독감 사망자 수 사이에 상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NPIs가 강력하고 길수록 사망자가 더 적었다.

이들은 공중 보건에 미친 영향 분석에서 한 발 더 들어가 독감에 따른 사망자 수 차이가 경제에 미친 영향을 들여다봤다. 논문에 따르면 1917년 사망률(10만 명당 416명)에 비해 1918년 독감 대유행으로 사망률이 증가하면서 제조업 분야 고용이 23% 줄었다. 전체 생산량은 18%나 감소했다. 독감이 강타한 도시의 경제가 상당한 타격을 받은 것이다.

그런데 NPIs 정책을 도입한 도시에서 보다 긍정적인 결과가 도출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빠르게 도입한 도시의 경우, 독감 대유행이 끝난 후 고용이 4% 증가했다. 기간이 더 길었던 곳에서는 고용이 6%나 뛰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초기에 적극적으로 채택한 도시에서 경제 충격이 완화했고, 사태 진정 후 더 빠른 경제성장을 달성한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공중 보건을 위해 경제를 희생하는 게 결코 아니란 의미다.

논문은 “봉쇄, 격리, 외출 및 집회 금지 등으로 직접적인 경제활동이 위축됐지만, 대규모 사망자 발생 사태를 피해 결국 경제 활동을 증가시켰다”고 결론 내렸다.

물론 분석의 한계도 있다.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한 도시들이 애초 더 나은 공중 보건 체계를 갖추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감염병 확산 방지와 경제 정상화가 우리 앞에 놓인 두 갈래의 길이 아니라는 점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보건과 경제를 잇는 다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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