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봤다] 마스크 5부제 첫날 풍경…“날짜 정해져 안심되지만…5% 부족한 배려”

입력 2020-03-09 15:08 수정 2020-03-10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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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첫날 아쉬움 곳곳… "홀몸노인 대리구매 불가" "외국인은 등록증 2개 모두 제시해야"

▲9일부터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됐다. 출생연도 끝자리에 따라 구입할 수 있는 날짜가 정해진다. (홍인석 기자 mystic@)
▲9일부터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됐다. 출생연도 끝자리에 따라 구입할 수 있는 날짜가 정해진다. (홍인석 기자 mystic@)

“언제 나와서 살 수 있는지 이젠 아니깐 참 좋네요.”

“약국마다 공지가 달라서 혼란스럽죠. 몸 불편한 홀몸노인은 또 어떻게 하라는 건지….”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된 9일. 기자의 질문에 약국 앞에서 줄은 선 시민들은 정책에 대한 만족감과 불만을 동시에 토로했다. 한쪽에서는 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의 마스크 대책으로 헛걸음을 줄 일 수 있다고 반색했다. 반면, 시행 첫날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허점이 많다는 평가도 잇따랐다.

마스크 5부제는 정부가 5일 내놓은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에 포함된 내용이다. 지정된 날에만 살 수 있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마스크 수요 급증에 따른 수급 불안정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이다.

출생연도 끝자리를 기준으로 구매 자격이 주어지고, 월요일은 끝자리가 '1'과 '6'인 사람이 대상자다. 약국에서 팔고 1인당 2매로 제한된다. 주 중에 마스크를 사지 못했다면 주말ㆍ휴일인 토요일과 일요일에 살 수 있다.

▲서울 강서구에서 한 시민이 약국 정문에 붙어 있는 공고문을 읽고 있다. 그는 여러 번 읽고도 "어렵다"라고 기자에게 말했다. (홍인석 기자 mystic@)
▲서울 강서구에서 한 시민이 약국 정문에 붙어 있는 공고문을 읽고 있다. 그는 여러 번 읽고도 "어렵다"라고 기자에게 말했다. (홍인석 기자 mystic@)

기자가 찾은 서울 강서구. 시민들은 아침부터 약국을 찾아 마스크 5부제 대한 얘기를 나눴다. 대부분의 약국은 출입문에 마스크가 언제 들어오는지, 배포는 언제부터인지 공지를 해놓았고, 시민들은 이를 꼼꼼하게 읽는 모습이었다. 아직 약국에 마스크가 들어오지 않은 곳이 많아 빈손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대부분이었지만, 기약 없는 기다림을 면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들은 안도하는 눈치였다.

한 약국 앞에서 만난 김경률(68) 씨는 “이젠 언제 나와야 하는지 딱 정해지니까 훨씬 마음이 편하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이 약국 저 약국 줄을 서야 할 수도 있고, 전처럼 기다리는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겠지만, 일단은 오늘 안으로는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 불안감이 조금 사라졌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마스크 입고와 판매 시점을 알리지 않은 약국도 많았다. 약국을 찾은 시민은 마스크가 언제 들어오냐고 묻고, 약사는 다소 신경질적으로 “모른다”라고 답하는 모습이 여러 차례 이어졌다. 약국마다 배포 시점이 다른 것에 불만을 품은 시민도 많았다.

'약국 순례길'을 다니고 있다며 자신을 소개한 최길영(71) 씨는 "헛걸음질만 치고 있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최 씨는 "오늘 마스크 살 수 있다는데 약국이 시간을 공지를 안 해주니까 계속 돌아다니고만 있다"라면서 "시간을 통일하거나 약국마다 좀 더 꼼꼼하게 관련 내용을 알려줘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더 섬세한 정부 정책과 약국의 불친절한 안내가 아쉽다는 것.

▲일부 약국은 마스크 입고 시점을 모른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이 얘기를 듣고 발걸음을 돌렸다. (홍인석 기자 mystic@)
▲일부 약국은 마스크 입고 시점을 모른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이 얘기를 듣고 발걸음을 돌렸다. (홍인석 기자 mystic@)

전산망 역시 아직은 완벽하지 않았다. 한 약사는 "출생연도 끝자리가 '1'과 '6'인 사람에게 판매해야 하는 날인데 전산으로 걸러지지 않는다. 테스트 삼아 내 출생연도로 판매해보니 정상적으로 판매가 됐다"라고 상황을 전했다.

외국인들이 겪는 고충도 있다. 외국인이 마스크를 사려면 외국인등록증과 건강보험증 둘 다 있어야 한다. 그러나 잘 모르는 외국인들이 많았고, 이들은 긴 줄을 기다리고도 빈손으로 약국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경기도 모 약국에서 근무하는 조현욱 약사는 "현장에서는 정부 지침대로 외국인등록증과 건강보험증 둘 다 있어야 한다고 안내하는데, 건강보험증까지 미처 챙기지 않은 외국인들이 화를 내고 돌아가는 일이 잦았다"라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조 약사는 마스크 배포 시점이 다른 것에 대해서는 "유통업체의 배송 상황 등에 따라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같은 시간에 맞춰 배송하는 것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판매 시간이 약국이 달라야 일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다양한 시간대에 마스크를 살 수 있지 않겠냐"라고 의견을 말했다.

기자에게 몸이 불편한 홀몸노인에게 마스크를 어떻게 전달해야 하는지 묻는 시민도 있었다. 만 80세 이상 노인과 만 10세 이하 아이의 마스크의 경우 대리로 구매할 수 있지만, 주민등록상 함께 사는 가족으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몸이 불편한 옆집 홀몸노인의 마스크를 이웃이 사다 줄 수가 없다.

이 시민은 “그 양반(홀몸노인)의 분량도 있을 텐데 몸이 불편하고 혼자 살면 어떻게 마스크를 사러 나오겠냐”면서 “정부가 별도의 방안을 마련하겠지만,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잘 살폈으면 좋겠다”라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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