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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미의 소비자 세상] 우리은행 고객 비번 도용은 정보통신망법 위반, 엄중처벌해야

입력 2020-02-18 18:35 수정 2020-02-28 09:12

상당수 우리은행 지점 직원들이 고객의 인터넷뱅킹ㆍ모바일뱅킹 비밀번호를 도용했다는 최근 언론 보도는 엄청난 충격을 주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2018년 1~8월 200개 지점이 1년 이상 거래가 없는 휴면계좌 3만9463개의 인터넷뱅킹ㆍ모바일뱅킹 비밀번호를 고객 동의 없이 무단으로 바꿨다. 이는 지점과 출장소를 합해 총 877곳이던 당시 우리은행 전체 영업점의 20% 선을 넘는다. 직원들이 회사로부터 성과평가를 잘 받으려고 허위로 실적을 올리는 과정에서 빚어진 일이다.

우리은행은 자체감사로 사건이 드러나 문제가 되기 전까지, 핵심성과지표(KPI)에 1년 이상 거래가 없는 휴면계좌의 활성화 실적을 반영했다. 문제의 지점들은 장기간 거래가 없는 고객의 인터넷뱅킹ㆍ모바일뱅킹 비밀번호가 바뀌면 새로운 거래실적으로 인정되는 점을 악용했다. 휴면계좌의 비밀번호를 제멋대로 바꿔 활성화시킨 뒤 새로운 고객을 유치한 것으로 실적을 올렸다.

신뢰에 기반한 거래와 고객의 개인 정보 보호를 최우선으로 해야 할 은행이 고객 모르게 계좌 비밀번호를 마음대로 바꿨다는 사실은 믿기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도 우리은행은 이로 인해 고객 정보가 유출되거나 금전적 피해를 본 사례는 없다고 변명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조사가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피해고객에게 해당 사실을 알리지도 않고, 은행 차원의 공개사과도 하지 않다가,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뒤늦게 피해 고객들에 대한 통지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고객의 개인정보를 본인 동의 없이 도용했다면 정보통신망법이나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에 해당한다.

다른 은행들도 핵심성과 지표에 휴면계좌 활성화 실적을 반영했지만, 우리은행처럼 단순히 비밀번호만 변경했다고 실적으로 잡지는 않았다.

ㄱ은행은 휴면계좌가 활성화되더라도 로그인한 뒤 일정 금액 이체가 일어나야 평가실적에 반영된다. ㄴ은행은 평가기간에 앱 장기 미사용 고객이 재로그인을 한 뒤 계좌조회나 자금이체를 해야만 평가에 반영했다. ㄷ은행은 휴면계좌를 살리는 데 계좌주의 공인인증서가 필요해 은행 직원이 조작을 하기 어렵고, 휴면계좌 활성화 실적이 성과로 잡히지도 않는다. ㄹ은행은 휴면계좌를 활성화하려면 계좌주가 영업점에 직접 가야 한다. 이를 보면 그동안 우리은행이 얼마나 허술하게 내부 시스템을통제해왔는지 짐작된다.

우리은행은 앞서도 거래고객들에게 큰 피해를 끼친 전례가 있다. 대규모 원금 손실을 초래한 '해외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 연루돼 업무 일부정지 6개월, 과태료 부과와 함께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겸 행장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문책경고라는 중징계를받았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DLF를 팔면서 고객 65%, 10명 중 6명 이상에게 불완전판매를 한 것으로 최근 확인됐다. 이는 DLF 손실 사태를 일으킨 은행에 대한 제재수위를 결정하기 위해 지난 1월 열린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 심의과정에서 드러났다. 불완전판매는 금융회사가 고객에게 금융상품을 팔면서 상품의 위험도와 손실 가능성 등에 대해 제대로 알리지 않거나, 투자에 적합하지 않은 고객에게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고객들의 평균 손실률은 올해 1월 초 손익이 확정된 계좌 기준으로 -47%였다. 특히 60대 이상 고령자가 개인투자자의 58%나 됐으며, 이들의 손실액은 600억원을 넘었다. 실적 우선주의에 내몰려 은행의 내부 통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음을 잘 보여준다. 실적 우선주의가 확산하면 직원들은 실적을 내기 위해 불완전판매 유혹에 빠지기 쉽다.

우리은행의 실적 우선주의는 2008년 터진 키코(KIKO) 사태 때도 그대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외환파생상품인 키코 상품을 판매한 우리은행 등 6개 은행의 불완전판매에 따른 배상책임이 인정된다며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분쟁조정위자료를 보면, 키코사태때 은행들은 고객에게 배부하는 상품 안내장과 위험 고지서 등에 레버리지에따른 위험성을 설명하지 않았고, 오버 헤지 시 위험성도 언급하지 않은 채 이익 측면만 부각했다.

금융기관들이 모럴 해저드에서 더 나아가 불법까지 서슴없이 저지르자 소비자들의 불신과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번 비밀번호 도용사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은 우리은행에게서 자체감사 결과를 통보받고 검사에 나선 지 1년이 지났는데도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더 이상 시간 끌지 말고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검사 결과를 조속히 발표해야 한다. 이와 함께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다른 금융기관에도 불법 휴면계좌 활성화 사례가 있는지 꼼꼼히 점검해야 할 것이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검사 결과에 따른 책임 또한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 금융기관의 내부 통제 시스템 전반이 허술하다면 제도를 손질하고, 소비자 보호조치도 강화하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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