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정현의 게임으로 보는 세상] WHO의 코로나19 사태와 게임질병코드

입력 2020-02-16 09:22 수정 2020-02-16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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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료에서 WHO(세계보건기구)의 헌신과 공헌은 크다. 대표적인 업적이 천연두 박멸이다. 천연두는 조선시대만 해도 ‘큰손님’, ‘마마’라고 불렸던, 치료법이 없던 공포의 전염병이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인도,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수백만 명씩 사망할 정도로 그 위력은 대단했다. 그래서 1967년부터 WHO를 중심으로 천연두 근절 계획을 추진해 나갔고, 그 결과 1980년 5월 8일 공식적으로 천연두 박멸이 선언되었다. WHO는 천연두 이외에도 말라리아나 소아마비 같은 전염병 퇴치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런 노력에 의해 WHO는 세계인들의 존경을 받아왔다.

그러나 작년에 이어 올해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건은 지난 세월 쌓아 올린 WHO의 권위에 치명상을 입히고 있다. 코로나19 발생과 확산에서 보여준 WHO 사무총장의 발언과 태도가 많은 논란을 부르고 있기 때문이다. WHO는 1월 30일 코로나19에 대한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지만 너무 늦었다는 국제적인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더구나 WHO는 비상사태를 선언하면서도 발원지인 중국으로부터의 이동과 교역을 제한하는 것을 권고하지 않는다고 부가해 더더욱 논란을 부채질했다. 이러한 논란은 2017년 테워드로스 WHO 사무총장이 사무총장 선거에 출마했을 때, 중국이 600억 위안(한화 약 10조 원)을 WHO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어 가중되고 있다.

지난 6일에는 일본과 관련해 추가 논란이 발생했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WHO가 일본으로부터 1,000만 달러의 기부금을 받았다며 자신의 트위터에 감사를 표했는데, 공교롭게도 같은 날 일본의 크루즈선 감염을 기타 항목으로 별도로 분류, 또다시 비난에 직면한 것이다. 일본 감염자는 15일 현재 338명이지만 크루즈선 감염자 285명을 제외하면 53명으로 줄어든다. 크루즈선을 포함하면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감염국이 되지만 크루즈선을 제외하면 3위가 된다. 8월 도쿄 올림픽을 앞둔 일본으로서 2위와 3위의 차이는 크다. 2위가 되면 도쿄올림픽을 취소하라는 압력이 거세질 수 있기 때문이다.

WHO에 대한 논란은 유감스럽게도 최근 코로나19 관련만은 아니다. 작년 WHO가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지정하는 ICD-11을 발표했을 때도 이미 극심한 논란에 휘말린 바 있기 때문이다. 게임질병코드처럼 세계적으로 전문가의 찬반이 엇갈리는 사안에 대해 WHO가 지정을 강행한 적은 별로 없다. 그럼에도 지정을 강행한 이유로 한국과 일본의 특정의사 집단에 의한 로비가 의심되고 있다.

일본의 구리하라의료센터는 한국의 일부 정신과 의사들과 협력해 2010년경부터 ‘게임중독’ 연구를 해왔다. 센터의 히구치 스스무(樋口 進) 교수 자신은 일본 NHK에서 ‘ICD-11에 게임이용 장애가 등재된 것은 정말 감격할 만한 일로 우리 센터가 WHO에 기술적이고 경제적인 협력을 계속해 온 결실을 맺은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구리하라의료센터는 WHO의 연구, 연수 협력센터이다.

순수한 공공의료 조직으로 활동해야 할 WHO가 정치적 논란에 휘말리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런 논란을 WHO 자신이 자초했다는 점이다. 논란의 반복과 더불어 WHO에 대한 신뢰는 좀먹어 들어간다.

한 조직의 권위와 신뢰 구축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신뢰가 무너지는 것은 한 순간이다. 레너드 베리 교수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서 기업이 신뢰를 잃는 조건 중 하나로 ‘잘못이 연속된 패턴의 하나로 인식될 때’를 지적하고 있다. 잘못이 반복되면 해당 조직이 열악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라는 일종의 내러티브(스토리)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일단 스토리가 만들어지게 되면 고객의 신뢰는 추락하고 비판은 더욱 거세진다. 지금의 WHO가 새겨들어야 할 이론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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