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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속으로] 어디까지가 ‘업무상배임’인가?

입력 2020-01-29 17:19 수정 2020-01-29 17:21

조두영 변호사,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변호사들은 상장회사들로부터 업무상배임과 관련된 법률 질의를 많이 받는다. 코스닥, 코스피 상장법인의 경영진이 사업을 하면서 항상 신경 쓰는 법률적 이슈가 업무상배임이기 때문이다. 업무상배임이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업무상 임무에 반하여 타인에게 재산상 손해를 가하고 자기 또는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이고 그 손해액이 5억 원 이상이면 특별법이 적용되어 가중처벌되기도 한다.

회사 임직원이 업무를 처리하면서 자신이나 제3자의 이익만을 꾀하고 그로 인해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면 처벌받는 것은 마땅하다. 문제는, 선의로 업무를 처리했다 하더라도 의도치 않게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흔한데 그러한 경우 재수 없으면 배임죄로 엮일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새로운 산업 등 장래가 불투명한 사업분야에 투자하거나 기업 인수합병 등을 진행할 경우 업무상배임의 법률적 리스크는 더욱 커진다. 즉, 장래 재산상 손실을 예상하면서도 투자했다가 손해가 났다면 무리한 투자로 간주돼 배임죄가 될 수 있고, 만약 장래 손실을 예상하지 못한 채 투자를 진행했다면 사전검토를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배임죄에 의율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경우가 발생될 수 있기 때문에 사업가 입장에서 업무상배임은 무척 신경 쓰이는 이슈 중 하나이다. 그래서 배임죄 해당 여부를 우선 파악한 뒤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법률 현실은 그리 간단치 않다. 왜냐하면, 배임죄의 구성요건에는 추상적 개념들이 있어서 법률 해석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거나 모호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근래 회사의 경영상 판단이라는 것이 인정될 경우 배임죄를 구성하지 않는다는 판례도 있기는 하지만, 수사단계에 접어들면 상장기업 사업가들에게 배임죄라는 것이 가시밭길 같은 존재가 된다.

이러한 문제점들 때문에 신규 사업에 진출하고자 할 경우나 M&A를 진행할 경우에서는 배임 이슈가 항상 대두된다. 대개 영업이익이 나고 재무구조도 튼실한 회사라면 M&A시장에 매물로 나오지도 흘러나오지 않는다.

남들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넉넉한 신사업이라면 모험적 투자라고 말하기 어렵다. 따라서, 비록 부실한 재무구조이거나 현재 매출이 미약한 회사일지라도 장래의 사업성이나 인수회사와의 시너지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격적 투자를 집행한다면, 바로 그것이 기업가의 도전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배임죄의 추상적인 요건이나 애매한 해석 등으로 인해 기업가의 도전정신은 우리나라 자본시장에서는 풍전등화와도 같은 처지이다.

이제는 상장법인의 경영진이나 사업가들을 부당하게 옥죄고 있는 업무상배임죄가 시대의 흐름에 맞게 개정돼야 할 때가 되었다. 특히, 회사 경영진의 경영상 판단이 회사의 이익을 목적으로 한 것이 분명하다면 비록 그 결과가 회사에 손실을 가져왔다고 해서 배임죄의 굴레를 덧입힐 것은 아니다.

따라서, 업무상배임죄의 성립을 좀 더 엄격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고의”라는 주관적 구성요건 외에 “(불법)목적”이라는 요건을 추가할 것을 제안한다. 예를 들어 “자기 또는 제3자의 부당한 이득을 목적”으로 하거나 “회사에 손실을 가할 목적”이 존재하는 경우에만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하는 것으로 규정하자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경영자에게 불법적인 목적이 없었다면 비록 회사에 손실이 발생하거나 제3자가 우연히 이득을 보았더라도 업무상배임의 굴레에서는 해방시키자는 말이다.

우리나라 증권시장 규모는 세계 15위 정도이고 코스피, 코스닥시장에 2200개 정도의 회사가 상장돼 있는 자본시장의 선진국이다. 그럼에도 1940~50년대 낡은 형사법 기준에 따라 만들어진 업무상배임죄가 아직도 기업을 옥죄고 있으니 이제는 청산해야 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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