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용서 안되는 경제관료들의 '영혼'

입력 2020-01-06 11: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박성호 산업부국장
▲박성호 산업부국장
“대통령은 이해할 수 없지만 용서할 수 있다고 봐요. 인권변호사로서 경제 전반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고 시장경제 시스템을 오해할 수 있을 테니까. 청와대 참모들도 마찬가지. 젊을 때 군사정권에 맞서 돌 던지며 학창시절을 마친 사람들이잖아요. 자본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을 가진 사람들이니까. 하지만 경제 고위관료들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향후 역사의 심판대에 올려놓고 ‘영혼 없는 공무원’의 행태가 얼마나 국가경제에 큰 손실을 가져왔는지 반면교사로 삼을 만한 케이스를 만들 필요가 있어요.”

얼마 전 대기업 임직원들과 가진 모임에서 나온 말들의 요약이다. 정치인들에 대한 기대는 티끌만큼도 없다는 기업인들.

그래도 그동안 국가 경제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헤쳐 나오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던 경제관료들을 마지막 보루라고 믿었던 모양이다.

이들도 경제관료들에게 지부상소(持斧上疏)까지야 바라지 않았을 거다. 그래도 탈원전과 미래세대 부담이 뻔히 보이는 복지 확대, 재정으로 노인들의 용돈을 퍼주는 일자리 만들기 등 폭주하는 진보정권의 경제정책에 최소한의 필터링 효과를 경제관료에 기대했는데 어리석었다고 털어놨다.

경제정책 컨트롤타워인 홍남기 부총리가 관료로 걸어온 삶만 보더라도 기업인들의 실망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홍 부총리는 노무현 정권에서 대통령 비서실 경제정책 수석실 정책보좌관, 이명박 정권에서 기획재정부 쟁책조정국장, 박근혜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 정책조정수석실 기획비서관과 미래창조과학부 1차관을 역임했다. 옛 기획예산처 예산총괄과와 예산기준과 등에서도 근무해 예산문제 대해 해박한 지식은 물론 운용 기준 등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각 정권에서 추진된 경제정책의 장단점을 꿰뚫고도 남을 이력이다. 한국 경제가 가야 하는 길과 낭떠러지로 가는 길이 그의 심중에 없다면 스스로 무능력을 고백하는 것밖에 안 된다.

하지만 그는 침묵하거나, 오히려 잘못된 시그널을 국민에게 전하고 있다.

그는 “소득 주도 성장, 포용 성장의 효과가 본격화되고 있다”라고 홍보대사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통계는 저소득층의 근로소득이 줄어들고 정부의 세금이 그 빈자리를 채우고 넘쳤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노인 일자리가 급증하고 40대 일자리가 줄어드는데 고용상황이 개선되고 있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탈원전 부작용에 대해서도 입을 닫고 있다.

모르고 이런 행태를 보인다면 ‘경제 난독증’이라고나 하겠지만, 그의 경력을 보면 개인 영달을 위한 비양심으로밖에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정통경제관료 말보다는 정치인 출신 장관의 입을 바라보고 시장이 움직일 수밖에 없다.

탄핵 효과가 됐든 아니든, 어쨌든 국민의 선택을 받은 정부이니 마음대로 정책을 펴며 유탕(遊蕩)한 시간을 보내라고 하고 싶다. 다만, 한국경제의 미래를 되돌리기 불가능하게 망치는 수준까지 가지 않는다는 마지노선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데 현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계획된 원전건설 백지화를 넘어 무려 7000억 원이라는 세금을 쏟아부어 고쳐놓은 원자력발전소를 해체하기로 하는 등 원전산업 경쟁력을 ‘제로’ 수준으로 떨어뜨려서는 안 된다.

공적연금이 주식의결권을 가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7개국 중 대통령이 임명하는 장관이 공적연금 최고의사결정기구 수장을 맡는 나라는 우리나라뿐 이다. 이런 나라에서 장기수익을 운운하며 기업경영에 뛰어들겠다니 어처구니가 없을 뿐이다.

특히 ‘적자 민주주의(Democracy in deficit)’는 어차피 민주정치 제도의 근본적인 약점이다. 민주 국가에서 정부는 미래의 인플레이션을 무릅쓰고서라도 당장 표만 끌어모을 수 있다면 돈을 기꺼이 푼다.

그렇다고 5년 후 국민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 노인인 ‘초고령사회’ 진입이 확정돼 있음에도 ‘용돈 알바’를 계속 밀어붙이겠다고 예산을 편성하는 것은 역사 앞에 죄를 짓는 것이자 차기 정부의 선택권을 박탈하는 것이다.

현 정부 인사들은 입만 열면 하반기에는, 연말부터는, 내년에는 경제가 개선될 것이라고 한다. 현 경제가 상대적으로 잘 운용되고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사람들에게 거짓을 믿게 하는 꽤 확실한 방법은 거짓을 반복하는 것이다. 친숙함은 곧잘 진실과 혼동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거짓말로 인해 고통의 짐을 어깨에 지는 미래 세대는 국회의원과 고관대작들의 후대들이 아니다. 평범한 서민들의 자식들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여의도4PM' 구독하고 스타벅스 커피 받자!…유튜브 구독 이벤트
  • 드디어 ‘8만전자’...“전 아직 96층에 있어요” [이슈크래커]
  • 주중 재벌, 주말 재벌, OTT 재벌…‘드라마 재벌家’, 이재용도 놀랐다 [요즘, 이거]
  • 서울 시내버스 ‘극적 타결’…퇴근길 정상 운행
  • ‘경영권 분쟁’ 한미사이언스 주총 표 대결, 임종윤·종훈 완승
  • 벚꽃 없는 벚꽃 축제…“꽃놀이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이슈크래커]
  • 비트코인, ‘매크로 이슈’로 하락…“5월 중 이더리움 ETF 승인 가능성↓” [Bit코인]
  • “청와대 옮기고, 해리포터 스튜디오 유치”…4·10 총선 ‘황당’ 공약들 [이슈크래커]
  • 오늘의 상승종목

  • 03.28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00,286,000
    • +0.3%
    • 이더리움
    • 5,098,000
    • +0.02%
    • 비트코인 캐시
    • 799,000
    • +14.47%
    • 리플
    • 885
    • -0.11%
    • 솔라나
    • 265,100
    • -0.38%
    • 에이다
    • 924
    • -0.32%
    • 이오스
    • 1,512
    • -0.4%
    • 트론
    • 171
    • +0%
    • 스텔라루멘
    • 195
    • +0%
    • 비트코인에스브이
    • 131,600
    • +5.03%
    • 체인링크
    • 27,950
    • -0.53%
    • 샌드박스
    • 989
    • -0.7%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