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즈원 해체도, BJ 생방 게임도…"뭐든지 다 배팅합니다"

입력 2020-01-0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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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불법 도박 사이트…경계 없는 배팅, 네티즌 유혹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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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기몰이에 성공했던 프로그램 '프로듀스48'이 조작 논란에 휩싸이자, 엉뚱한 곳에서 눈치싸움이 벌어졌다. '인터넷 불법 도박', 이른바 사설 토토에서다. 한 도박 사이트는 프로듀스48이 만든 걸그룹 아이즈원(IZ*ONE)이 해체될 것인지, 존속될 것인지를 놓고 판돈을 걸었다. 이 건은 소리소문없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확산하면서 판돈을 걸 수 있는 불법 도박 사이트를 알려달라는 요청 글이 수차례 올라오기도 했다.

인터넷 불법 도박이 스포츠 경기 결과를 넘어 사건사고, 연예까지 그 분야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심지어 인터넷 방송 BJ들이 생방송 도중 진행하는 게임의 결과를 놓고 돈을 거는 등, 불법 도박의 판은 각종 사안의 경계를 넘나들며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30일 한 인터넷 불법 도박 사이트는 아이즈원 활동 여부를 두고 배팅을 진행했다. '해체한다'의 배당률은 1.15배, '활동 재개'의 배당률은 4.85배였다. (출처=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지난해 12월 30일 한 인터넷 불법 도박 사이트는 아이즈원 활동 여부를 두고 배팅을 진행했다. '해체한다'의 배당률은 1.15배, '활동 재개'의 배당률은 4.85배였다. (출처=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사회 현안이 인터넷 불법 도박의 소재로 등장한 게 완벽히 새로운 사건은 아니다. 2014년 지방선거와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에서 후보자의 당선에 돈을 걸고 맞히면 배당금을 타가는 불법 도박이 횡행했다.

문제는 강력한 단속에도 사라지지 않고 인터넷 불법 도박이 계속 등장한다는 것이다. 경찰청은 지난해 1월부터 4월까지 특별단속을 했다. 770여 건을 단속해 1107명을 검거했고, 이 가운에 77명을 구속했다. 관련 사이트도 폐쇄했다. 그러나 새롭게 만들어지는 사이트는 더 많은 게 사실. 지금도 수많은 인터넷 불법 도박 사이트가 번쩍이는 배너 광고를 앞세우며 끊임없이 '꾼'들을 유혹하고 있다.

▲한 인터넷 불법 도박 사이트에 벌어진 BJ들의 스타크래프트 게임 배팅 화면. 유명 프로게이머 출신 간의 게임은 인터넷 불법 도박의 좋은 소재로 이용된다.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한 인터넷 불법 도박 사이트에 벌어진 BJ들의 스타크래프트 게임 배팅 화면. 유명 프로게이머 출신 간의 게임은 인터넷 불법 도박의 좋은 소재로 이용된다.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불법 웹툰 사이트와 공생…수법 더 교묘해져

불법 도박 사이트 홍보는 불법 콘텐츠 사이트와의 협업(?)으로 이뤄진다. 불법 도박 사이트는 많은 사용자가 몰리는 불법 콘텐츠 사이트에 배너 광고를 대대적으로 달아 사용자를 신규 유입시킨다. 반대로 불법 콘텐츠 사이트는 유료 웹툰이나 영화나 드라마의 토렌트 시드를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불법 도박 사이트 배너 광고를 유치해 큰 수익을 가져간다. 불법과 불법이 공생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인터넷 불법 도박을 경험해 본 직장인 김모(30) 씨는 "대학생 시절, 공짜로 웹툰을 볼 수 있는 곳을 찾다가 도박까지 하게 됐다"라면서 "10만 원을 충전하면 2만 원을 더 넣어주고, 이를 2~3배로 불릴 수 있다는 광고에 현혹됐다"라고 털어놓았다.

최근에는 BJ들이 생방송 도중 펼치는 게임에서 불법 도박이 홍보된다. 프로게이머 출신인 유명 BJ들은 '별풍선 내기 경기'를 자주 하는데,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자는 이 경기를 두고 도박판을 만든다. 한 팬이 별풍선 1만 개를 걸어주면 BJ들은 이를 차지기 위해 게임 대결을 펼치고, 게임이 시작되기 전에 불법 도박 사이트 관계자들이 시청자에게 은밀한 메시지를 보내는 방식이다.

별풍선을 거는 사람이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자라는 소문도 있다. 7년 동안 인터넷 방송을 시청했다는 최모(29) 씨는 "소위 '스폰빵'이라고 불리는 경기를 주도하는 사람이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자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경기에 수백만 원을 거는데, 다른 사람처럼 직업을 인증한 적도 없고 그 사람이 판을 벌일 때마다 불법 도박 사이트 홍보 메시지가 날아든다"고 설명했다.

▲불법 콘텐츠 사이트에 게재된 도박사이트 배너 광고들. 정부가 지속적으로 단속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불법 인터넷 사이트가 활발히 운영하고 있다. (출처=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불법 콘텐츠 사이트에 게재된 도박사이트 배너 광고들. 정부가 지속적으로 단속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불법 인터넷 사이트가 활발히 운영하고 있다. (출처=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커지는 인터넷 불법 도박 규모,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교묘해진 홍보 방법과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들 때문에 인터넷 불법 도박의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가 발표한 '불법도박 규모 변화 추이'에 따르면 2011년 75조1474억 원이었던 규모는 2015년 83조7822억 원으로 불어났다. 이 중 46조 원이 인터넷 불법 도박으로 추정되는데, 정확한 규모를 가늠할 수 없는 불법 도박의 특성을 고려하면 실제 규모는 더 크다.

점점 규모가 커지는 것은 단속의 한계와 높은 배당금 때문이다. 사이트 서버가 주로 해외에 있어 추적이 어렵고, 절차를 거친 회원만을 이용할 수 있어 추적이 쉽지 않다. 게다가, 합법인 스포츠토토보다 배당금이 많고 입출금이 간편해 스마트폰을 쥐고서 모든 일을 처리할 수 있다. 이용자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합법과 불법 오가는 사람들…"배당률, 편리성 높여야"

인터넷 불법 도박이 근절되기 위해서는 철저한 단속이 첫 번째 요건이겠지만, 스포츠토토 등 합법 레저 게임의 개선도 일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들은 스포츠토토의 배당률과 배당 금액 한도가 지나치게 낮다고 지적했다. 과몰입 때문에 발생하는 폐해를 막기 위해서 배당률이 낮은 것은 이해하지만, 지나치게 낮은 현재의 기준은 결국 불법 도박이 살아남는 이유가 되고 있다는 것.

직장인 최현구(31) 씨는 "합법 토토는 배당률이 너무 낮다. 일확천금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배당률은 합법 토토를 외면하게 만든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배당 금액 한도를 조금 더 높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며 "합법 토토의 규모가 커진다면, 불법 인터넷 도박에 빠지는 일은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입출금 편리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합법 토토는 구매와 정산까지의 시간이 정해져 있다. 매주 스포츠토토를 즐긴다는 김수용(42) 씨는 "입출금 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하고 정산까지 시간을 단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며 "바로 돈을 걸고 환전할 수 있다면 굳이 불법에 목멜 이유가 사라지지 않겠냐"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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