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도요타 노조 연공서열 포기, 한국 제몫 더 챙기기

입력 2019-12-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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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요타자동차 노동조합이 내년 노사교섭에서 연공서열 임금제 대신 개인별 실적평가에 따라 차등지급 받는 방안을 회사 측에 요구하기로 했다고 한다. 기본급을 일률적으로 올리지 않고, 직원 실적을 5단계로 나눠 등급별로 차등해 인상토록 하는 방안이다. 조합원 6만9000명의 일본 최대 노조인 도요타 노조가, 일본식 경영의 상징인 연공서열식 임금제의 철밥통을 먼저 포기하고 성과주의 임금구조 개편에 앞장서기로 한 것이다.

도요타는 올해 상반기(올해 4~9월)에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4.2% 증가한 15조2855억 엔, 순이익은 2.6% 늘어난 1조2749억 엔으로 최대 실적을 올렸다. 그런데도 이 회사 노조 위원장은 “지금 100년 만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위기라고 할 정도로 죽느냐, 사느냐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위기의식의 공유가 노조의 파격적인 연공서열제 포기를 이끌어 냈다고 볼 수 있다.

자동차 산업구조의 일대 전환기에 직면한 도요타 노조의 절박한 상황인식을 여실히 보여준다. 회사가 어려워지면 자신들의 일자리도 없어진다는 위기감이다. 자율주행차, 전기자동차 등 혁신의 확산과 공유경제의 일반화로 전통 제조업으로서의 자동차산업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 간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면서 인수·합병(M&A) 등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피아트·크라이슬러(FCA)가 프랑스의 푸조·시트로엥(PSA)과 합병키로 했다. 세계 최대 완성차 업체였던 도요타는 폭스바겐그룹, 르노·닛산·미쓰비시연합에 이어 작년 3위로 밀렸다. FCA-PSA의 합병이 성사되면 4위로 올라서고, 우리 현대·기아차는 6위로 내려앉는다.

스스로 연공서열제의 기득권을 버리고 성과중심 임금체계로 돌아서겠다는 도요타 노조의 자기혁신은, 어떻게든 내 몫만 더 챙기겠다는 우리 자동차 업계 귀족노조의 행태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국내 완성차업체들의 자동차 생산량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 400만 대 이하로 떨어진다. 수출 부진과 노사갈등에 따른 고비용·저효율 생산구조 탓이다. 연간 400만 대 생산은 완성차와 부품업체들의 생태계 유지를 위한 마지노선이다.

그런데도 우리 노조는 습관성 파업만 일삼고 있다. 최대 기업인 현대차 노조가 2000년부터 올해까지 20년 동안 파업을 벌이지 않은 해는 4년밖에 없다. 같은 기간 독일 폭스바겐과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분규를 일으킨 해는 각각 2년이었다. 도요타는 1962년부터 무분규를 이어오고 있다. 우리는 최근 기아차가 부분파업을 벌였고,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자동차는 임금 인상과 고용보장을 요구하면서 지금도 파업을 되풀이하고 있다. 그나마 현대차가 올해 파업 없는 임단협 타결을 이뤄냈지만, 최근 생산라인의 작업시간 중 와이파이 차단을 두고 노조가 특근을 거부하는 어이없는 상황을 빚고 있다. 이런 식으로는 한국 자동차산업이 살아남을 방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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