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훈의 독설(督說)] 제로페이 활성화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입력 2019-12-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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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결산과 정산의 시기다. 결산을 잘해야 새 시기에 효율적 전략을 세우는 법이다. 버릴 건 빨리 버리는 식으로 말이다. 머릿속 가장 먼저 결산대상으로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소상공인 간편결제 서비스, ‘제로페이’다.

작년 12월 초 서울시와 중소벤처기업부는 지금껏 없던 새로운 결제수단이라며 제로페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출시했다. 소상공인들의 카드결제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다수의 언론, 금융전문가들이 실패가 자명하다는 지적을 쏟아냈지만 요지부동이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금껏 성공시키지 못한 게 없었다. 성공을 놓고 내기해도 좋다”고까지 호언장담했다. 작년말에만 홍보비를 34억 원 썼고 올해까지 총 150억 원 이상의 홍보 관련 비용을 투입했다. 가맹점 가입 1곳 당 2만5000원 수당까지 줬다.

쓴 돈만큼 효과가 있었을까. 일본, 유럽, 동남아 항공권 경품에 각종 공공시설요금 할인까지 제로페이 ‘띄우기’에 기울인 눈물겨운 노력에 비해 실상은 처참하다. 이 달 중순까지 전국의 제로페이 이용액은 690억 원(서울 496억 원). 제로페이 출범과 동시에 내세웠던 올해 목표액(8조5300억 원)의 0.6%다.

아군이어야 할 소상공인들의 호응도 아직이다. 서울 전체 소상공인업체(66만 개) 중 제로페이 가맹 신청을 한 사업체는 17만개로 전체 25%에 불과하다. 시험삼아 ‘제로페이 되느냐’고 물어보면 업주가 어색하게 웃으며 거절하거나 어떻게 결제하는 지도 잘 모르는 일도 허다하다. 직접 겪은 일이다.

반면 ‘수수료 뜯는’ 민간은 어떨까. 올 10월까지 국내 카드(신용·체크카드 합산) 승인금액은 704조92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연말까지 900조 원이 넘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판이다.

제로페이가 많이 쓰이면 당연히 소상공인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경쟁’이라 하기도 부끄러운 수준으로는 아직까지 효과를 논할 수 없다. 민간이라면 이미 ‘퇴출’ 수순을 밟고 있었으리라.

시장에 안착하는 시간이 더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소상공인들을 위한다는 ‘초심’은 어디로 가고 ‘공무원용’으로 변질되고 있다. 이미 올해 제로페이 사용자의 70%이상이 공무원이었다. 심지어는 내년에는 정부의 업무추진비도 제로페이로 쓴다는 말이 나온다. 경남, 부산, 전북 전주, 경남 창원 등이 법인 전용 제로페이 사용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초에는 일반 공공기관으로 확산할 계획이다. 목표는 늘 거창하다. 정부는 내년 제로페이 이용액을 17조601억 원까지 높이고 2022년에는 42조6504억 원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제로페이 전담조직에 투입되는 예산도 올해의 2배인 73억 원이 책정됐다.

소득공제율까지 30%로 낮아진 마당이지만 해법은 없을까. 아니다. 의외로 간단하다. 바로 소상공인들 자신에게 있다. 정부가 지난주 발표한 ‘소상공인실태조사 잠정결과’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소상공인 종사자는 632만명에 이른다. 소상공인 자신들이 먼저 제로페이 사용에 앞장서야 한다. 소상공인들 스스로가 ‘소비자’이기 때문이다. 632만 명이 한달에 1만원씩만 결제를 해도 1년이면 무려 7584억 원이다. 자기 밥그릇을 스스로 걷어차고 있는 건 아닌지 물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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