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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 한국자금중개, 사장 꽂을 땐 "공공기관" 비리 터지면 "민간기업"

입력 2019-12-09 05:00

퇴직 관료 '낙하산'…'주식회사'라서 국정감사 안 받아

한국자금중개는 퇴직한 고위 관료들의 재취업 통로로 변질됐다는 지적이다. 청와대와 한국은행, 외교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정부기관에서 낙하산으로 내려온 관료들이 한국자금중개 고위직을 차지하면서 관피아 전용 밥그릇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다.

민간회사로 분류된 한국자금중개는 국회나 감사원으로부터 정기적인 검사를 받지 않는다. 실질적으로 한국자금중개를 검사할 기관이 부재해, 한 명의 사장이 조직 전체를 좌지우지해도 이를 견제할 기관이 없다. 이 때문에 한국자금중개는 설립된 초기부터 사장이 조직을 사유화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감시 ‘사각지대’ 대주주 예보, 손 놓고 ‘방치’…부처별 서로 ‘책임 회피’ = 한국자금중개는 제도적으로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한국자금중개 사장과 이사는 정부 퇴직관료로, 주주는 금융기업들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조직 자체는 공공기관이 아닌 주식회사로 분류돼 있어, 정부의 의무 검사 대상이 아니다. 국회 국정감사 대상에도 들지 않아, 사장 개인 비리가 발생해도 노조가 검찰에 고발하지 않으면 사장이 징계를 받는 일은 희박하다.

선희중 한국자금중개 노조위원장은 “한은, 기재부, 금융위는 매년 자기네 사람들을 사장으로 꽂으면서 사장 개인 비리가 터지면 한국자금중개는 주식회사라 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고 한다”면서 “이런 정부의 이중적 태도가 사장들이 비리를 저지르거나 조직을 사유화하기 쉬운 환경을 만든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자금중개는 기재부로부터 외화 현물환 중개업무 인가를 받은 민간자금 중개사다. 국내 민간자금 중개사는 한국자금중개와 서울외국환중개 등 총 두 개뿐이다. 1996년 금융기관 간 단기자금 중개를 전담하는 전문 중개회사로 출범했고, 현재는 외국환·채권·이자율 파생상품 중개업무 등을 추가로 취급하고 있다.

한국자금중개 주주는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 등 47개 금융기관으로 구성됐다. 이 중 예금보험공사가 만든 페이퍼컴퍼니 KRNC는 한국자금중개의 지분 31%를 취득하고 있다. 한국자금중개 주총에서도 KRNC가 31%의 의결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예보나 예보 상위기관인 금융위가 적극적으로 한국자금중개를 검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실이 8일 예보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 등록된 사외이사 및 기타상무이사’ 자료에 따르면 매년 예보 채권관리부 부장급 인사가 한국자금중개 비상임이사로 등록됐다. 실질적으로 예보의 입장이 이사회를 통해 한국자금중개에 그대로 반영되는 구조이지만 예보는 대주주일 뿐 경영에 일절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한국자금중개에 대한 검사권한은 금융감독원에 위탁했고, 금융위는 법령 신설과 규제 개선과 관련된 업무를 한다”면서 “금융위 산하에 예보가 있다고 해도 예보를 통해 목소리를 내면 관치라는 비판을 받는다”라고 말했다.

금감원 역시 검사에 적극적인 입장은 아니다. 금감원은 2009년 한국자금중개에 자금중개업무 취급과 관련해 마지막 검사를 진행한 이후 10년 동안 검사를 나가지 않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워낙 검사를 나가야 하는 회사가 많다 보니 정기적으로 검사를 나갈 수는 없고, 이슈가 발생하면 필요하다고 생각할 경우 검사를 한다”고 설명했다.

◇기타공공기관 지정 필요…“공운위 판단 근거 공개해야” = 전문가들은 반민반관 성격을 지닌 한국자금중개의 투명한 경영을 위해서는 한국자금중개를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한국자금중개를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해, 매년 국회의 국정감사 통해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빈기범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에서 현물환 중개업무 인가를 받은 민간자금 중개사는 딱 2곳인데, 이는 국가가 독점적 라이선스를 준 것이므로 한국자금중개를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해 정부와 국회가 정기적으로 검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공공기관으로 지정이 되면, 연봉이나 업무 추진비 같은 모든 비용이 검사 대상이 돼 투명한 경영이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공공기관 지정은 기재부 내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위원 10명이 맡고 있다. 이들은 매월 한 번씩 고문위원회를 열고, 기재부 공공제도기획과에서 올린 공공기관 지정 관련 안건을 심사한다. 위원회에서 나온 결과문은 회의록 형태로 기재부 홈페이지에 공개되지만, 결과에 대한 근거는 공개되지 않아 깜깜이 지정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공공기관 지정은 공운위 결정 사항이고, 결과에 대한 판단 근거는 너무 구체적인 사안이라 공개하지 않는다. 심사를 받는 각 기관별로 개별적인 판단이 이뤄지기 때문에, 공운위 위원들의 판단에 따라 종합적인 결론이 내려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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