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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그패커 아시나요?” 길거리서 지하철까지 진출한 '외국인 구걸 여행객'

입력 2019-12-02 15:54 수정 2019-12-02 16:03

▲1일 오후 서울 지하철 교대역에서 베그패커 두 명이 버스킹을 했다. 여행비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홍인석 기자 mystic@)
▲1일 오후 서울 지하철 교대역에서 베그패커 두 명이 버스킹을 했다. 여행비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홍인석 기자 mystic@)

구걸로 여행비를 마련하며 전 세계 곳곳을 다니는 '베그패커(begpacker)'가 한국에서도 극성을 부리고 있다. 베그패커는 구걸을 뜻하는 영어 '배그(beg)'와 배낭여행객을 말하는 '백패커(backpaker)'의 합성어다.

과거 베그패커는 해외의 유명 관광지에서나 볼 수 있었던 것이 사실. 하지만,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몇년 전부터 하나둘 등장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유동 인구가 많은 홍대나 이태원, 강남 사거리에서 물건을 팔거나 프리허그를 하면서 '여행 경비를 보태달라'는 외국인 여행자를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이들이 거리를 벗어나 지하철까지 구걸의 활동무대를 넓히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현행 규정상 지하철 객실에서 돈을 구걸하는 행위는 금지돼 있다.

◇날 추워지자 길거리에서 지하철로…수입은?

베그패커들이 최근 지하철로 활동 영역을 넓힌 이유는 날씨가 추워지면서 야외 활동이 쉽지 않아졌기 때문이다.

1일 서울 지하철 교대역에서 만난 한 베그패커는 유럽에서 왔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밖은 바람이 많이 불어 버스킹을 하기 힘들고, 사람들도 잘 안 듣는 것 같다"라고 지하철에 자리를 잡은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우리뿐만 아니라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미국 관광객도 지하철역에서 프리허그를 할지 고민하고 있더라"고 귀뜸했다.

기자가 오늘 수입은 얼마나 되는지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돈 얘기는 노코멘트".

▲한 시민이 베그패커가 들고 있는 모자에 1000원을 넣었다. 1~2명의 시민이 돈을 보탰다.  (홍인석 기자 mystic@)
▲한 시민이 베그패커가 들고 있는 모자에 1000원을 넣었다. 1~2명의 시민이 돈을 보탰다. (홍인석 기자 mystic@)

◇지하철 시민들 "여행자의 낭만 vs 공공시설 조용해야"

지하철 구걸행위를 두고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외국 여행객들이 한국에서 쌓는 추억이라며 돈을 보태주는 시민이 있는가 하면, 타인에게 피해가지 않도록 조용히 해야 한다고 지적하는 시민도 있었다.

이날 베그패커에서 1000원을 건넨 박연자(58) 씨는 "젊은 외국인들이 한국을 여행하는데 돈이 없어 저러는 것 같아 안쓰러웠다"면서 "나이 먹고 저렇게 할 수 있겠냐. 젊은 시절 다른 나라에서 이것저것 경험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민들은 베크패커를 '민폐'로 보고 있었다. 1~2명을 제외하곤 관심이 없었고, 돈을 보태주지 않았다. 베그패커의 지하철 버스킹이 시작되자, 불편하다는 표정으로 자리를 다른 칸으로 옮기는 시민도 여럿 있었다.

지하철 버스킹을 지켜본 최현우(27) 씨는 "이어폰으로 노래를 듣고 있다가 갑자기 기타 소리가 나서 깜짝 놀랐다"며 "다른 나라는 모르겠지만, 한국에서는 지하철에서 조용히 하는 게 예의이고, 이건 외국 여행객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서울교통공사 "지하철 내 버스킹, 현행 규정 위반"

베그패커의 지하철 내 버스킹은 엄연히 현행 규정 위반이다. 지하철 내에서는 물건을 사고파는 것은 물론, 어떠한 방식으로든 돈을 구걸하는 행위가 금지돼 있다.

서울교통공사 한 관계자는 "외국인의 지하철 버스킹에 관한 민원이 많이 접수되진 않았다"면서도 "지하철 내에서 악기를 연주하거나 돈을 구걸하는 행위는 규정에 반하는 것인 만큼, 민원이 들어오면 즉시 퇴거 조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외국인이라 몰라서 그랬을 수도 있다고 본다. 시민들이 돈을 주지 말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국에서는 주로 백인인 외국 여행객이 '베그패커'로 활동한다.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에서는 주로 백인인 외국 여행객이 '베그패커'로 활동한다. (게티이미지뱅크)

◇"호의 이용하고 있는 것…해외처럼 규정 만들어야" 주장도

베그패커를 여행객의 낭만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는 또 있다. 구걸 행위에 나서는 외국인들이 한국이 자신들에게 호의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이를 이용하기 때문이라는 것.

영국 유학 경험이 있는 강 모(30) 씨는 "심하게 말하면 백인들이 한국을 만만하게 보는 것"이라며 "돈도 다 있으면서 없는 척하는 모습에 당하면 안 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 가디언과 뉴욕 데일리뉴스도 "대다수가 백인인 베그패커가 길거리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사진을 판매하며 작은 기부를 요청한다"라고 보도했다.

해외를 참고해 관련 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관련 법이 있어야 베그패커를 조처할 수 있어서다. 베그패커가 사회적 문제가 된 인도네시아 발리의 경우, 외국인의 구걸 활동이 적발되면 각자 해당 대사관으로 보낼 것이라는 방침을 세웠다.

태국은 2017년부터 관광객 비자를 받은 여행객이 반드시 1인당 현금 2만 바트(약 67만 원)를 소지해야 하는 규정을 마련했다. 베트남 역시 구걸하는 백인 사진이 온라인에 퍼지자 베트남 끼엔장 지방 관광 당국이 "베트남에서 구걸 행위를 금지한다"라는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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