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조합원에 귀 막은 르노삼성차 노조

입력 2019-11-2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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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욱 산업부 기자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은 23일 ‘주말 특별근무’를 실시했다. 지난 여름 생산시설이 태풍 피해를 입었고, 최근 QM6와 SM6 LPG 모델의 주문이 늘어 생산량을 늘릴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르노삼성차 노동조합 지도부는 이날 특근을 거부하며 조합원들에게 출근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조합원 대다수는 출근했고, 생산라인은 정상 가동됐다. 이날 계획한 물량이 모두 생산될 정도였다.

르노삼성차 조합원들이 지도부에 반기를 든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6월 '2018년도 임단협'이 진행될 당시 노조 지도부는 전면 파업을 강행했다. 현장 반응은 싸늘했다. 60% 넘는 조합원이 파업 지침을 어기고 정상 출근하는 일이 반복됐고, 결국 파업은 동력을 잃은 채 끝났다.

조합원의 반복적인 지도부 불신은 회사에 대한 위기감에서 기인한다. 지금 르노삼성차의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현대ㆍ기아차의 독주로 르노삼성차는 올해 1~10월 내수 판매량이 지난해 대비 3.3% 감소한 6만8803대에 그쳤다. 수출은 36% 급감했다. 결국, 사 측은 지난달부터 시간당 생산량(UPH)을 60대에서 45대로 낮췄고, 회사 안팎에선 인력감축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르노삼성차는 프랑스 르노 본사로부터 '닛산 로그'의 후속 물량을 받지 못하면 회사의 존립이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다. 르노 본사는 올해 초 "부산 공장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생산 경쟁력이 확보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노조 지도부는 현장 정서와 달리 파업이나 특근 거부 등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투쟁 노선을 유지했다. 조합원 사이에서는 지도부가 회사와 대립각을 세우면서도 임금 인상과 후속 물량 확보 그 어느 것도 제대로 얻어내지 못하자 불신이 시작됐다고 한다.

보다 못한 조합원들은 최근 ‘새미래 노동조합’이라는 새 노조를 만들었다. 새 노조는 이번 특근의 정상적인 진행에 대해 "노조 지도부가 조합원의 뜻을 따르지 않은 결과"라고 평하며 "의사 결정을 집행부 독단으로 결정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대표자 자격은 내부 구성원들에게 신뢰를 얻을 때 완성된다.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의사결정에 구성원의 의견을 반영하는 작업이 필수다. 조합원의 뜻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르노삼성차 노조 지도부가 귀를 열고 다가갈 때다. 그것이야말로 조합원을 위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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