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 52시간제 땜질 말고 근본적으로 손봐야

입력 2019-11-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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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300인 미만 사업장의 주 52시간제 보완대책으로 법정노동시간 위반에 대한 처벌을 유예하는 계도기간을 두기로 했다. 또 52시간제의 예외를 허용하는 특별연장근로 인가 요건을 완화해 일시적인 업무량 급증 등 경영상 사유도 포함시키기로 했다. 탄력근로 단위기간 확대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여야 이견으로 표류하면서 올해 안 국회 처리가 불발될 가능성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18일 이 같은 방안을 발표했다.

중소기업에 대한 계도기간은 9개월의 유예시간을 준 300인 이상 대기업 사례를 감안한다. 구체적인 기간을 밝히지 않았고, 기업 규모나 준비상황에 따라 차등 적용할 방침이다. 당장 내년부터 종업원 50∼299명의 중소기업에 주 52시간 근무제가 강제되는데도, 중소기업 절반 이상이 아직 준비가 안 된 실정이다. 산업현장의 충격과 혼란이 불가피한데, 국회의 보완 입법이 지연되자 정부가 서둘러 대응책을 마련한 것이다.

중소기업은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지만 미진하다는 반응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1년 이상 시행유예를 위한 국회의 실효성 있는 보완 입법을 촉구했다. 특별연장근로도 예외 허용의 예측이 가능하도록 요건과 절차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정부가 다급한 상황에 몰려 내놓은 한시적 땜질처방이다. 근본적인 문제해결과는 거리가 멀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일자리 나누기로 고용을 늘리고, 근로자의 ‘워라밸(노동과 생활의 균형)’을 지켜주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올해 4월 종업원 300인 이상 대기업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산업계의 현실을 외면하고 일방 강행하면서 수많은 혼란과 부작용을 낳고 있다.

장시간 집중근로가 불가피한 정보기술(IT), 건설, 24시간 가동되는 석유화학·정유, 철강 등 업종과, 시간싸움을 벌여야 하는 연구개발(R&D) 직종 등이 특히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기업의 하도급이 대부분인 중소기업들이 납기와 물량을 맞추는데도 52시간제는 심각한 걸림돌이다.

근로시간 단축 위반에 대한 처벌 유예나 탄력근로기간 연장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이다. 연장근로도 정부가 간섭할 게 아니라 노사 자율에 맡기는 등 근본적으로 제도를 손볼 필요가 있다. 최근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장병규 위원장은 일률적 52시간 근무제의 재검토를 촉구하는 권고안을 내놓은 바 있다. 장 위원장은 “실리콘밸리에서 출퇴근 시간을 확인하는 곳은 없다”며 “개인이 시간 아닌 성과로 평가받고 차별화된 가치를 창출해야 하는데, 개인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 일할 권리를 국가가 뺏고 있다”고 비판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다양한 노동형태를 포용하지 않는 강제적 근로시간 단축으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없고, 신산업 창출과 생산성 향상, 경제성장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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