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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칼럼] 대통령께 보내는 스칼렛 레터

입력 2019-11-13 18:00 수정 2019-11-13 20:02

안녕하세요 문재인 대통령님.

저는 중소벤처기업부 사단법인 한국재도전중소기업협회장을 맡고 있는 유희숙이라고 합니다.

요즘, 갑자기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위기에, 어디에 그 애로를 호소할 곳조차 없다는 중소기업가들의 연락을 자주 받습니다. 하지만 저희 협회 또한 그 안타까운 중소기업대표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얘기할 곳이 어디에도 없습니다.

사업을 헤쳐나가는 것만으로도 너무 경황이 없기 때문에 수면 위로 그 경각의 모습을 드러내지도 못하는 위기의 중소기업가들의 존재감을 어느 누구도 중요하게 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통령님. 민심을 읽기 위해 시장을 가 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재산명시 선서를 하는 재판정이나 회생법원을 한번 가 보십시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먹고 살기 힘들어서, 또는 사업 실패로 인해 하나의 재산도 남아있지 않다는 사실을 선서하러 와야만 하는지 그 피끓는 사연들을 직접 체감하실 수 있을 겁니다.

성 소수자, 이주 여성들을 위한 소수 인권 또한 물론 중요하겠지만, 경제 활성화의 최일선에 섰다가 한번의 실수로 신용불량이란 낙인이 찍힌 숫자가 가족 구성원을 포함하여 최소 600만명에서 1000만명이 넘는데(2012년 기준. 현재는 훨씬 그 수치가 높으나 공식 발표를 하지 않음), 말 한마디 하기 조심스러운 경제적 죄인이라 하여 이들이 국민이 아니며 유권자가 아닌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물론 정부 부처별로 이들을 위한 재기지원책이 실시되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재기지원책이 진정으로 이들을 위한 포용정책인지, 단기 성과 실적을 위한 백화점식 정책 나열에 불과한 건지, 이들을 통해 또 다른 예산 먹거리를 확보한 자들에게 유리하게 설계된 정책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공공기관에 한해 우선적으로 실시된 기업대표자의 연대보증 폐지는 헛된 구호에 불과합니다.

연대 보증을 하지 않은 기업 대표자라도 50퍼센트 이상 대주주면 은행법에 의해 바로 신용불량자가 되는게 현실이고, 개인 회생이나 기업 회생을 하면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호도하지만 모든 영역에 또아리를 틀고 있는 기득권층에 의해, 절대 회생에 성공할 수 없는 게 작금의 현실이고, 또 다른 신용불량자를 양산해내는 게 지금의 재도전지원책일 뿐입니다.

온갖 혁신위 등에서 잘되는 기업 상위 10퍼센트만을 위한 제도만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하며 박수치고 있는데, 시장 논리를 따를 수 밖에 없는 민간 단체는 그렇다 쳐도, 위기의 기업을 살릴 생각보다 성공을 함께 나누기 더 바쁜 정부 기관들이 여기에 박자를 맞추고 있다는 게 더욱 절망스럽기 때문에 이렇게 대통령님께 핏빛 서신을 보낼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소관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에 이 편지를 내려보내지는 않으셔도 됩니다.

그간 중소벤처기업부는 중소기업의 재도약을 위한 정책 구현에 홀로 고군분투해왔고 많은 협의를 해오고 있습니다. 다만 재도전 정책은 금융위, 산자부, 기재부, 고용노동부 등 전 부처가 똑같은 위기 의식으로 합쳐져야 되는데 그렇지 못한데 대한 한계가 크기 때문입니다.

대통령님께 구체적으로 몇가지만 제언드리고자 합니다.

법제화 등이 아니더라도, 탄력 적용이 가능하면서 위기의 중소기업을 살릴 수 있는 현실책입니다.

첫째. 채무불이행 즉 신용불량의 낙인을 현재의 3개월에서 1년으로 유예해 주십시오.

위기에 따른 대응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는 중소기업은 갑자기 위기의 변수가 들이닥치면, 이를 해결하기가 정말 어려운 가운데 전 금융권이 그저 신용불량으로 몰아가기에만 급급합니다.

현재 30만원 이상의 금액을 3개월 이상 연체하면 바로 신용불량자가 되어 전 금융망에 통보가 되는데, 그렇게 되면 사실 기업에겐 사망 선고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때부터 아무 것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성실 기업 운영 대표에 한해 이를 1년만 유예해 주신다면, 위기를 딛고 다시 살아날 기업들이 정말 많습니다. 대신 기업가에게 회생을 선택할 것인지, 이 유예 혜택을 받아 끝까지 상환할 것인지를 선택하게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둘째. 현재 금융권의 블랙리스트 문제가 너무나 심각합니다.

한번 정부 보증기관이나 은행 이용에 문제가 있었던 대표는 정부에서 아무리 권고해도 한번 찍힌 낙인으로 인해 절대 다시 그 기관과 은행을 이용하는게 어렵습니다. 저희 협회의 한 기업가분도 재도전을 하여 중진공 재창업자금을 받았다가 데스밸리때 위기를 맞았는데, 저희 협회가 자체 모금한 우정펀드 3 50만원으로 다시 일어나 현재 매출 10억이 넘는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 보증기관의 보증을 받지 못해 성장 단계로 진입하는데 애로점이 큰 상황입니다. 죽은 채권 부활 금지법안도 4년째 국회 통과를 못하고 있는데 이 금융권의 블랙리스트 문제는 기업의 원활한 생태계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입니다. 대통령령으로 가능한 해결 방안을 살펴봐 주신다면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금융 채권 계열사나 채권 추심 담당자들의 일자리가 걱정이라면 이들을 금융 컨설턴트로 다 바꿔 채권 추심이 아닌 금융 문제 예방으로 일자리를 전환하는 것도 방법이지 않을까요.

셋째. 중소기업의 업종별 다른 계열사 설립 장려와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중소기업의 활성화는 바로 우리 경제의 활성화입니다. 대기업은 한 기업이 위기에 처해도 막강한 자금과 조직, 다른 계열사의 지원으로 쉽게 위기를 극복합니다. 자금과 조직이 열악한 중소기업 위기 시 해법을 계열사 지원으로 강구할 방안을 제안해 봅니다. 정부가 4차 산업의 육성을 내세우고 있지만 부처간 칸막이, 매출이 나오는 한 업종만 주력 기업으로 인정하는 행정 편의주의로 인해, 실제 사업간 융복합이 쉽지 않습니다. 업종별 다른 중소기업의 계열사 설립을 장려하여 이들 계열사간의 거래를 분식 회계로 몰아가지 말고, 계열사간 통합 매출이 일정 규모 이상이면 정부 지원과 융자를 가능하도록 하면 스타트업 기업과 위기 기업에 큰 활력이 될 것 같습니다.

미국은 유사한 프로세스를 가동하고 있습니다.

저희 협회에서는 위에 언급한 십시일반 우정펀드와 자체 재도전성공포럼 개최를 통해 재도전기업에 대한 인식 개선과 위기에 처한 기업의 발등의 불을 함께 끄는데 노력하고 있습니다. 개별적으로는 한사람이라도 끝까지 지원할 수 있도록 사전 교육 및 위기 멘토링, 사후 지원을 함께 하는 재도전사관학교도 시작했습니다. 정부 지원과 상관 없이 자체적으로 어렵게 고군분투하는 이유는 당장 눈앞에서 고통받고 있는 기업가들의 현실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엘리자베스 워런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싸울 기회’라는 자서전을 보면, 미국도 금융권의 기득권 체계가 워낙 막강했지만 서민을 위한 정책의 마지막 보루에 미 대통령의 결단이 있었기에 금융 위기를 딛고 다시 미국이 일어설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낙인은 희망을 봉쇄하는 것입니다.

대통령님이 독대를 잘 하지 않으시는 편인 걸로 알지만, 위에 열거한 세가지 방안들을 대통령님과 직접 만나 뵙고 정교하게 설명할 기회를 주신다면,가장 리스크 큰 약자로 살아가고 있는 재도전 기업가들의 눈물을 닦아주시는 것으로 알고, 희망은 기적처럼 낙인의 처참한 흔적을 지워나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격무에 늘 건강 유의하시고 가시는 걸음마다 복된 기록이 되길 기원드립니다.대통령님의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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