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의 경제] '병뚜껑 아티스트' 손우태, "전시회만 20번…주류업체 행사협업까지"

입력 2019-10-25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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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0명 팔로워들은 나의 힘, 해외서도 인정받고 싶어"

▲'병뚜껑 아티스트' 손우태 씨가 이투데이를 만났다. 인터뷰한 날, 직접 작품을 챙겨오기도 했다.   (홍인석 기자 mystic@)
▲'병뚜껑 아티스트' 손우태 씨가 이투데이를 만났다. 인터뷰한 날, 직접 작품을 챙겨오기도 했다. (홍인석 기자 mystic@)

소주병 뚜껑 꽁다리를 끊는 게임. 누구나 술자리에서 한 번쯤은 해봤을 게다. 규칙은 간단하다. 돌아가면서 뚜껑 꽁다리를 손가락으로 치고, 끊는 사람이 승자가 된다. 승자를 기준으로 맞은편에 앉은 사람이나 양옆 사람, 승자가 지목한 사람이 벌칙으로 술을 마신다. 쓰레기를 이용한 오락거리다.

재미를 위한 소재가 누구에게는 예술 작품을 만드는 도구가 된다. 병뚜껑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사람. ‘병뚜껑 아티스트’ 손우태(28) 씨의 이야기다.

손 씨는 국내에서 병뚜껑으로 작품을 만드는 몇 안 되는 인물이다. 4년 간 20번의 전시활동, 150개의 작품을 만들면서 온ㆍ오프라인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지금은 ‘병뚜껑을 사랑하는 모임’을 만들어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알려주고 있다.

▲썸탈 때, 연인과의 술자리에서 잘 통할만한 멘트를 병뚜껑으로 만들었다.  (홍인석 기자 mystic@)
▲썸탈 때, 연인과의 술자리에서 잘 통할만한 멘트를 병뚜껑으로 만들었다. (홍인석 기자 mystic@)

그의 병뚜껑 사랑은 8년 전 술자리에서 시작됐다. 친구가 페이스북을 구경하다가 병뚜껑으로 만든 ‘LOVE’를 보여주면서다. 평소 손재주가 좋아 만들어보라고 권유를 받았단다.

“친구의 반은 만들 수 있다고, 반은 안 된다고 말이 오갔어요. 오기가 발동했죠. 술은 안 마시고 40분 동안 매달려서 결국 만들었어요. 저도 신기했죠. 이후 자취방에서 남는 시간에 굴러다닌 병뚜껑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봤는데 ‘순하리’라는 글자였어요. 제 첫 번째 작품이었습니다.”

▲병뚜껑 꽁다리로 틀을 만들고 그 안을 찰흙으로 채운 작품. '참이슬' 병뚜껑으로 만드는 것을 선호한다고 했다.  (홍인석 기자 mystic@)
▲병뚜껑 꽁다리로 틀을 만들고 그 안을 찰흙으로 채운 작품. '참이슬' 병뚜껑으로 만드는 것을 선호한다고 했다. (홍인석 기자 mystic@)

병뚜껑과 맺게 된 인연. 그는 작품을 만들어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나만의 갤러리’ 느낌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작품을 온라인에 저장하고 다른 사람과 공유하기 위한 용도. 하지만 팔로워가 늘어나고, 인터뷰 요청을 받으면서 어쩔 수 없이 알려졌다.

“친구들도 처음에는 못 믿었어요. 술자리에 데려가 증명해보라는 사람도 많았죠. 결국, 병뚜껑으로 작품을 만드는 사람이 저라는 걸 알게 되니 지금은 병뚜껑을 보면 제 생각이 난다고 하더라고요. 병뚜껑을 챙겨서 보내주기도 하죠.”

▲하이트진로가 조성해준 체험존. 병뚜껑으로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이다.  (사진제공=손우태)
▲하이트진로가 조성해준 체험존. 병뚜껑으로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이다. (사진제공=손우태)

온라인에서 탄 유명세는 오프라인으로 번졌다. 필스너우르켈 등 주류회사에서 전시를 해보지 않겠냐는 문의가 들어오기 시작한 것. 제약회사, 재활용품에 디자인 또는 활용도를 더해 제품을 만드는 업사이클링 회사에서도 전시 문의가 이어졌다고 했다. 하이트진로처럼 체험 행사 부스를 만들어준 곳도 있었다.

“전시할 때 공간 대여료가 많어요. 작가들이 선호하는 장소는 대여료가 일주일에 수 백만 원을 웃돌아요. 저도 제 작품, 이 분야를 알리고 싶어 수락했어요. 기업이 공짜로 공간을 제공해주고, 저는 제 작품을 알리고. 상부상조한 거죠.”

그런데도 사비가 많이 들었다고 했다. 손 씨는 “작은 회사들은 차비를 안 줘서 제 돈을 써가며 전국을 돌아다녔어요. 1000만 원 정도는 썼을 걸요? 큰 기업은 차비는 물론이고 3일 정도 행사를 진행하면 숙박비도 주는데 안 그런 곳도 많아요. 저 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 아티스트도 겪는 고충이죠.”

지출이 많다보니 작품 활동을 계속하려면 고정수입이 필요했다. 대학생 때부터 해오던 수학 강사를 지금도 하는 이유다. 병뚜껑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기에는 위험부담이 크고, 작품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지 않는 일도 많다고. 한 작품당 짧게는 30분, 길게는 나흘간에 걸친 수작업이지만 ‘저평가’된 분야라고 했다.

“한 번은 인스타그램 메시지로 작품을 사고 싶다고 문의가 왔어요. 당시에 판매할 생각이 없었는데 제 작품의 가치가 궁금했죠. 얼마에 사실 거냐고 되물었더니 5000~6000원에 사겠다고 하더군요. 그때 더 고급스럽고, 작품성 있게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지금은 주문 제작을 받는데 최저시급보다 약간 비싸게 팔고 있어요.”

▲나노드로잉 작가와 협업한 작품. 가수 청하와 이름이 같은 소주를 이용했다.  (홍인석 기자 mystic@)
▲나노드로잉 작가와 협업한 작품. 가수 청하와 이름이 같은 소주를 이용했다. (홍인석 기자 mystic@)

그는 작품의 가치를 더 높이기 위해 ‘협업’도 했다. 연필조각가, 나노드로잉(작게 그리는 것) 작가들과 함께 창조적인 작품을 만들었다. 크기의 한계를 극복하고 병뚜껑이 다른 것과 어울릴 수 있다는 것도 보여주고 싶었다.

“그림은 출력해서 상품으로 만들 수 있는데 병뚜껑 작품은 그럴 수가 없어요. 입체적이기 때문이죠. 판매, 전시로 수익을 낼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협업을 하게 됐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이제는 술과 관련된 상품에 병뚜껑을 접목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제품으로 만들 방안을 고민 중이에요.”

▲팔로워들과 지인이 병뚜껑을 모아 보내준다고 한다. 작품활동의 밑천이다.  (사진제공=손우태)
▲팔로워들과 지인이 병뚜껑을 모아 보내준다고 한다. 작품활동의 밑천이다. (사진제공=손우태)

인터뷰를 마칠 때쯤 바라본 그의 모습은 그야말로 '병뚜껑 덕후'였다. 병뚜껑 때문에 웃고, 속상한 손 씨. 팔로워들과 지인이 병뚜껑을 모아서 보내주고, 응원해줬기 때문에 버텼다고 했다. 먼저 해준 것이 없는데도 도와주는 사람들. 자신의 작품 사진을 배경화면으로 쓰는 것을 보면 뭉클하다며 웃었다.

"저를 좋아해 주는 사람도 많지만, 아직도 안 좋은 인식으로 바라보는 분들도 있어요. 이 분야가 알려진 지 4~5년밖에 안돼서 그럴 수도 있죠. 저는 쓰레기로 예술을 하는 '정크 아트'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싶어요. 특히 병뚜껑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은 이 분야를 알리고 싶습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병뚜껑으로 예술작품을 만드는 사람으로 인정받는 게 저의 목표입니다." 아직 보여줄 게 많다는 손 씨의 각오다.

▲그는 국경일과 메시지를 연결해 작품을 만들기도 한다.  (사진제공=손우태)
▲그는 국경일과 메시지를 연결해 작품을 만들기도 한다. (사진제공=손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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