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칼럼] 전선 공해, 아듀

입력 2019-10-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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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저술인협회장

요즈음 각 가정은 마치 전선의 ‘숲’을 방불케 한다. TV의 유선방송선, 오디오와 비디오 기기선, 컴퓨터의 인터넷 선은 물론 어댑터까지 달려 있어 복잡하기 그지없다. 2007년 영국 BBC의 ‘지난해에 새로 밝혀진 100가지 사실’에는 영국 가정의 경우 침실이 3개인 집이라면 최소한 38개 이상의 전기소켓이 필요하다고 적고 있다.

이와 같이 ‘전선공해’라는 말을 듣는 이유는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가 기본적으로 직류 아닌 교류이기 때문이다. 직류는 (+)와 (-)극을 가진 전기로 건전지, 휴대전화 전지, 자동차 전지 등에 사용된다. 반면에 건물 벽에 있는 콘센트는 교류로 (+)와 (-)극의 구분이 없어 가전제품의 플러그를 어느 쪽으로 꽂아도 전기가 흐른다.

원칙적으로 교류 대신 직류를 사용하면 현재 각 가정에서 사용하고 있는 전기제품의 많은 문제점들이 해결된다. 그런데도 가정에서 직류를 사용하지 않고 교류를 사용하는 이유는 교류가 직류보다 압도적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19세기 말 전기 송전을 놓고 벌인 발명가 에디슨(직류)과 테슬라(교류)의 전쟁에서 에디슨이 참패했기 때문이다. 교류와 직류는 나름대로 장점이 있지만 당대의 혈투에서 교류가 승리했으므로 더 이상 직류의 장점에 대해 생각할 필요조차 없어진 것이다.

교류를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전선의 수를 줄이는 방법이 있는데 그것은 무선통신과 전력선통신이다. 무선통신은 가전기기 간 통신을 모두 무선으로 하는 것으로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라 볼 수 있다. 그런데 무선을 사용하면 전선의 수는 획기적으로 줄어들지만 전자파가 많아지는 동시에 전력이 낭비된다. 가전기기들이 언제 날아올지 모르는 무선 신호를 기다리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항상 ‘스탠바이’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전력을 소모해야 한다. 반면에 전력선통신은 전력선에 통신 신호까지 함께 보내는 방법으로 통신선을 줄여 결과적으로 선의 개수를 줄이는 방법인데 이 역시 교류를 직류로 바꿔주는 전원장치가 필요하므로 획기적으로 선을 줄이지는 못한다.

교류를 사용하는 한 충전 문제를 피할 수도 없다. 충전이란 전지에 전기를 흘려 저장하는 것인데 전지에는 직류가 흘러야 한다. 그런데 가정에 들어오는 전기는 교류이므로 충전을 위해 교류를 직류로 바꿔주는 충전기 회로가 필요하며 충전이 다 되면 전원공급을 중단해야 하므로 전력도 낭비된다. 가전기기에 직류를 직접 공급해 주면 충전기가 필요 없으므로 휴대전화를 직접 콘센트에 꽂아 사용할 수 있다.

또한 교류로 전력을 전송할 경우 전송망은 소비되는 전력 외에 어느 정도의 전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이를 무효전력이라고 하는데 직류를 사용하면 무효전력이 사라진다. 또한 직류를 사용하면 송전선의 수가 줄어든다. 교류를 사용하는 현재 송전 방식으로는 송전선이 3~4개 필요한데 직류로 하면 2개의 송전선만 있으면 된다. 한 선을 접지할 경우에는 선이 한 가닥이면 된다. 더욱이 직류발전기(90%)가 교류발전기(70%)에 비해 효율이 높다.

반면에 송전시스템만 고려하면 교류는 직류가 갖지 못한 장점이 있다. 직류는 전압을 올리거나 내리는 것이 어려우므로 발전소에서 전송하는 전압도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압과 같아야 한다. 그러므로 송전하려는 전력 차원에서만 본다면 송전 중의 열손실이 커지므로 직류를 공급하려면 발전소를 중심으로 거리가 제한된다. 그런데 직류의 이 단점이 오히려 장점도 될 수 있다. 직류를 사용하면 작은 발전기를 곳곳에 설치하는 분산 발전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분산발전에서는 직류를 발전하므로 가정에서 직류를 사용해도 문제가 없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 하더라도, 교류로 전 세계의 전선망이 보급된 상태에서 직류로 바꾼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간단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미국, 일본 등에서 발 빠르게 직류만 사용하는 시범 마을을 가동하고 있다. 직류 보급이 본격화되면 전선공해란 말은 사라질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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