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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중동 긴장 고조, 유가 폭등 대비책 급하다

입력 2019-09-17 05:00

국제 유가가 폭등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 석유 공급량의 5% 이상 처리능력을 갖춘 사우디아라비아의 핵심 생산시설이 14일(현지시간)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아 가동이 중단된 데 따른 것이다. 예멘 반군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으나, 미국은 이란을 공격 주체로 지목하고 있다.

이후 첫 거래가 시작된 16일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싱가포르거래소에서 장 초반 19.5%(11.73달러)나 급등한 배럴당 71.95달러까지 치솟았다. 뉴욕상업거래소의 서부텍사스유 가격도 63.34달러로 15% 넘게 올랐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원유값 안정을 위해 전략비축유를 방출한다고 밝혔다. 사우디 정부도 비축유를 통해 공급 차질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그럼에도 당분간 수급 불균형으로 국제 유가가 요동칠 가능성이 커졌다. 사우디의 생산 차질 규모가 커 시설이 정상화될 때까지 고공 행진이 전망된다. 배럴당 10달러 선의 상승폭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복구가 지연되면 1배럴에 1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게다가 사우디와 미국의 이란에 대한 공격을 배제할 수 없어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 미국은 이미 군사적 보복을 시사했다. 중동 긴장이 고조되면서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우려된다.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의 충돌로 번지면 심각한 상황이다. 한국을 비롯한 중국, 일본, 인도, 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이들 국가가 하루에 소비하는 원유량은 사우디 하루 생산량의 절반에 이른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30% 이상을 사우디에 의존하고, 원유 수요량의 72%를 호르무즈해협을 통해 들여온다. 공급 차질이 길어지면 국내 유가의 급격한 상승이 불가피하다.

산업계에는 득실 양면이 존재한다. 정유의 경우 대개 원유가격이 오르면 정제마진도 커져 실적이 좋아진다. 하지만 세계 경기가 후퇴하면서 소비가 줄고 있는 상황이고 보면 기대만큼 제품가격 상승이 이뤄질지 의문이다. 석유화학은 나프타 가격이 높아져 원가부담이 가중한다. 수출에 부정적이다.

문제는 민생과 직결되는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급등한다는 점이다. 국제 유가는 통상 2∼3주의 시차를 두고 국내 유가에 반영된다. 다음 달 초부터 휘발유 등 석유제품 가격이 크게 오를 공산이 크다. 기업과 가계의 부담이 늘어나고, 소비와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면서 경기를 더 가라앉힐 게 불보듯 뻔하다.

산업통산자원부는 16일 관련업계와 긴급회의를 열고, 석유 수급 점검과 함께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석유파동의 가능성은 낮고, 당장 수급 차질이 빚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다. 그리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상황이 악화하면서 국내 경제에의 충격파가 커질 수 있다. 보다 긴장감을 갖고 대비책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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