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_인터뷰] '광고계 여성 리더 1세대' 조안나·로빈·주리펑 "문제를 해결하라! 아주 창의적으로"

입력 2019-08-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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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명의 여성 광고인, '2019 부산국제광고제' 부문별 심사위원장으로

▲2019 부산국제광고제가 22일인 개막했다. 부산 벡스코 컨벤션홀 프레스룸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조안나 몬테이로(Joanna Monteiro) 심사위원장, 로빈 피츠제럴드(Robin Fitzgerald) 심사위원장, 주리펑 타이둠롱(Jureeporn Thaidumrong) 심사위원장, 멜빈 만가다(Melvin M. Mangada) 심사위원장.(사진제공=부산국제광고제 조직위)
▲2019 부산국제광고제가 22일인 개막했다. 부산 벡스코 컨벤션홀 프레스룸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조안나 몬테이로(Joanna Monteiro) 심사위원장, 로빈 피츠제럴드(Robin Fitzgerald) 심사위원장, 주리펑 타이둠롱(Jureeporn Thaidumrong) 심사위원장, 멜빈 만가다(Melvin M. Mangada) 심사위원장.(사진제공=부산국제광고제 조직위)
무심코 TV를 켠다. 짧게는 15초, 길게는 30초 남짓한 길이의 영상물들이 수없이 흘러나온다. '여기 보세요', '이거 어때요' 시청자들을 향해 손짓하는 수많은 광고. 상품의 정보를 말하거나 어떠한 가치를 홍보하는 것들인데, 꽤 오랫동안 잊히지 않는 것들도 있다. '미녀는 석류를 좋아해' 때문에 괜히 석류를 먹어야 예쁜 사람이 되는 것만 같은 생각을 하게 됐고, '선영아 사랑해'는 내 이름이 '선영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까지 갖게 했으니까.

광고는 창의적이어야 한다. 영화나 TV 프로그램, 다큐멘터리는 시청자가 '선택'해야 만날 수 있는 것들이지만, 광고나 캠페인은 무심코 보게 되는 경향이 있다. 이 찰나의 순간에 얼마나 크리에이티브한지 승부가 난다.

22일 부산에서 세 명의 여성 광고인을 만났다. 조안나 몬테이로(Joanna Monteiro)는 브라질에서, 주리펑 타이둠롱(Jureeporn Thaidumrong)은 태국, 로빈 피츠제럴드(Robin Fitzgerald)는 미국에서 '2019 부산국제광고제'를 위해 한달음에 달려왔다. 조안나는 하루 꼬박 비행기 안에 있었다고 한다.

이날 편의를 위해 조안나, 주리펑, 로빈이라고 불렀다. 이들 모두 각각 회사에서 CCO(Chief Creative Officer)를 맡고 있다. 여성 광고인 3인이 '2019 부산국제광고제' 5인의 심사위원장 목록에 이름을 올린 것도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광고계 '우먼 파워'를 실감케 했다.

조안나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광고계에서 여성 리더는 3%도 채 되지 않는다"라며 "갈길이 멀다"라고 했다. "여자라는 이유로 일을 따내지 못했고, 귀엽다는 등 이상한 농담을 듣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젠 우리를 먼저 찾습니다."

세 사람 모두 더 '창의적'이고, 더 '적극적'으로 생각을 전달하라고 주문했다. 지난해 그랑프리 수상작들과 비교하면 올해 수상작들 모두 선(善)을 위한 메시지만을 담고 있지 않은 것을 예로 들었다. 아랍에미리트는 정부 구성을 촉구하는 캠페인으로 텅 빈 신문을 내놓았고, 버거킹은 맥도날드 드라이브 존에 가면 버거킹 모바일 앱에서 단돈 1센트에 와퍼를 주문할 수 있다는 광고를 내놨다.

"두 작품 모두 기존 체제에 도전하고, 파괴하는 작품들이었어요." (로빈)

다음은 세 사람과의 대화다.

- '블랭크 에디션(Blank Edition)'은 정부를 비판하고, 버거킹은 대놓고 맥도날드를 배제한다.

"올해의 수상작의 어조는 모두 작년과 완전히 다르다. 둘 다 도발적이고, '선'을 위한 메시지가 아니다. 이 광고들은 모두 우리의 선한 부분을 드러내지 않는다. 우리가 탐구하지 않는 감정에 대해 말한다.

우리는 새로운 것을 찾고 있다. 도발적이고 용감한 어조가 바로 그렇다. 클라이언트의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물론 모든 브랜드가 버거킹이 해낸 걸 할 수 있진 않다. 버거킹은 아주 오랫동안 맥도날드를 상대로 도발적인 메시지들을 던져왔기 때문에 한 단계 넘어설 수 있었다.

'블랭크 에디션'은 아주 용감해야 할 수 있는 캠페인이었다. 저 역시 신문을 대상으로 여러 캠페인을 진행해봐서 안다. 요즘 사람들은 '좋은 광고'에서 '진정한 변화가 가능한지' 본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특정 가치를 지지하고 제창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조안나)

▲조안나 몬테이로..(사진제공=부산국제광고제 조직위)
▲조안나 몬테이로..(사진제공=부산국제광고제 조직위)

- 두 작품 모두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고, 많은 지지를 받아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것인가. 강한 메시지일수록 반대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관점(Point of view)'이다." (로빈)

"사람들의 반응은 항상 애정(Love)과 증오(Hate)로 갈린다." (주리펑)

"예전에는 광고가 '브랜드를 사랑하라'라고만 얘기했다. 하지만 이젠 브랜드가 사랑만 받는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싫어하는 사람(Hater)은 언제나 있다. 브랜드로서 그리고 사람으로서 관점을 갖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당신이 더 많은 용기를 낼수록, 더 많은 이들이 용기를 갖고 그 일에 동참할 것이다." (조안나)

- 심사위원장으로서 부산국제광고제에 참가한 소감을 말해달라.

"한국에 처음 방문한다. 가장 흥분됐던 점은 부산국제광고제의 접근법이다. 출품료가 없다. 광고제에 필요한 막대한 예산을 고려했을 때 굉장한 일이다. 단순히 무료라서 좋은 게 아니다. 더 열려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큰 에이전시에서 한 작업들은 우리한테도 익숙하다. 이곳에선 독립 에이전시나 작은 에이전시의 광고를 경험할 수 있고, 작은 대행사에서 만들어서 볼 수 없었던 작품들, 출품료가 없어서 더 큰 광고제에선 보지 못했을 작업들을 볼 수 있다. 이런 사례들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 또, 광고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올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그 점도 아주 마음에 든다." (로빈)

"아주 큰 영광이다. 과거 두 번이나 왔었고, 이번이 세 번째다. 첫해에도 왔었다. 주변인들에게 꼭 '부산국제광고제'에 출품하라고 독려한다. '파이널리스트'에 태국이 이름을 가장 많이 올린 것도 그 이유다. 이 일을 하는 한국 정부에 고맙게 생각한다." (주리펑)

"이 나라의 교육엔 뭔가가 있다. 정부 지원 역시 굉장하다고 말하고 싶다. 브라질 역시 큰 나라지만 (에이전시들이) 출품을 할 돈이 많지 않다. 그래서 부산국제광고제엔 출품하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는데도, 엄두도 못 낸다. 많은 에이전시가 아직 부산국제광고제의 존재를 모른다는 사실 빼고.(웃음) 심사위원장으로 초청돼 기쁘다. 이 행사의 취지가 그저 광고에 대한 것이 아니고 한국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교육과 혁신, 기술 등 우리가 필요한 모든 것에 막대한 투자를 해왔다." (조안나)

▲주리펑 타이둠롱.(사진제공=부산국제광고제 조직위)
▲주리펑 타이둠롱.(사진제공=부산국제광고제 조직위)

- 올해 여성 심사위원장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실제 업계의 젠더 구성 변화가 반영된 것인가.

"세상이 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상과는 아주 멀리 떨어져 있다. 클라이언트들의 지지가 필요하다. 젠더 불균형은 문화적인 문제지만, 크리에이티브(Creative)의 영역에서는 더더욱 상황이 좋지 않다.

광고계에선 여성 리더가 전체의 3%에 불과하다. 물론, 많아졌지만 여전히 적다. 애초에 여성이 참여를 못 하는데, 어떻게 리더가 될 수 있겠는가. 여성들은 더욱 광고계에서 노력하고, 지원을 받아야 한다. 업계는 다양성 있는 인력 구성을 갖추기 위해 정치적인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는 우리가 앞서 얘기했듯이 회사들이 선한 가치를 지지해야 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게 더 경제적으로 이득이기 때문이다." (조안나)

"경제적으로 이득인 이유는 오늘날 다양성을 갖춘 기업들이 모든 면에서 더 성공적이기 때문이다." (로빈)

"우리는 소비자들과 통해야 한다. 소비자의 종류는 다양하다. 그들과 이야기하기 위해선 알아야 한다. 여성 소비자들에게 이야기할 때 남성 광고인만 있으면 안 된다. 맞지 않은 방식으로 이야기하게 되니까. 마찬가지로 젊은 크리에이터로만 이루어진 팀으로는 나이 많은 소비자를 설득할 수 없다. 브라질에선 소비자의 60%가 흑인이다. 흑인이 크리에이터가 한 명도 없다는 건 일을 잘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다양한 소비자들에게 말하려면 인력의 다양성을 갖추는 건 필수적이다." (조안나)

-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들이 늘고 있다. 이들이 광고계 전반과 당신의 업무에 끼친 변화는 무엇인가.

"태국에서는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들이 확실히 늘고 있다. 그들이 더 많은 회사를 세우고 있다. 플랫폼이 전통 매스미디어에서 디지털미디어로 바뀐 게 가장 큰 이유다. 디지털미디어에서는 광고 메시지가 곧바로 개인에게 전달된다. '일 대 일'이다. 소셜미디어에서 그들의 세력이 더 커지고 있다. 젊은 세대에겐 직업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게 보인다. 그들이 소비자 접점 중 하나를 이루고 있다." (주리펑)

"결국, 그들이 무엇을 말하는지가 관건이다. 브랜드가 포지션이 없다면 그들이 무엇을 말할 수 있는가. 화두는 던져줘야 한다. 당신이 돈을 주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들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주제에 대해선 반드시 말을 할 것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아이디어를 던져주는 게 중요하다." (조안나)

"그들에게 던져주는 메시지는 명확하고 유니크해야 한다. 그래야 여러 명의 인플루언서들이 자신의 DNA를 넣어서 콘텐츠를 만들어도 아이디어가 뚫고 나올 수 있다.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는 하나의 매체일 뿐이다." (로빈)

▲로빈 피츠제럴드.(사진제공=부산국제광고제 조직위)
▲로빈 피츠제럴드.(사진제공=부산국제광고제 조직위)

- 광고에서 말하는 '창의력(Creativity)'은 무엇인가. 당신은 어떤 칭찬을 받을 때 가장 기쁜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매우 용기있고, 사람들이 놀랄 수 있게. 아주 창의적인 방법으로 문제 해결을 제시하는 게 '창의성'이다. '나도 그걸 했으면 좋았을 텐데', '나도 할 수 있었는데'라는 말을 들을 때 좋다." (로빈)

"창의성은 예술이고 동시에 과학이다. 메시지를 타인에게 전달하는 심리학이다. 좋은 창의력이란 기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그 아이디어가 브랜드뿐만 아니라 세계와 인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주리펑)

"드디어 왔다. 우리는 아주 오랜 시간을 기다려왔다. 여자라는 이유로 일을 따내지 못했고, 귀엽다는 등 이상한 농담을 들었다. 이제는 우리를 먼저 찾는다.

창의성은 당신이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것에 대해 아주 투명하고 명확하면서도 아무도 조명하지 못한 방식으로 답을 내는 순간 온다. 너무나 단순하고 명확해서 많은 사람을 연결하는 작업이야말로 좋은 창의성의 결과물이다. 젊은 사람들이 다가와서 '당신의 작업물을 봤고 나도 그렇게 하고 싶다'라고 말할 때 가장 기쁘다." (조안나)

"나 역시 그렇다. 젊은 여성이 다가와서 '저는 언제가 당신이 되고 싶어요'라고 할 때 정말 기쁘다. 우리는 이 업계에서 여성들을 많이 보지 못했으니까." (로빈)

"우리는 여성 리더를 많이 보지 못한 세대다. 우리가 첫 세대다." (조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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