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금융권 ‘낙하산 인사’ 이제 끊을 때다

입력 2019-06-25 05:00 수정 2019-07-30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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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우 금융부장

국책은행장은 요직을 거친 고위 경제관료나 정권 실세들이 유독 탐내는 자리다.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를 보면 지난해 IBK기업은행장은 3억9726만 원, KDB산업은행장과 수출입은행장은 각각 3억7332만 원을 받았다. 이 기간 공기관장 평균 연봉이 1억9430만 원임을 감안하면 이들 모두 고액 기관장 반열에 오른 셈이다. 임기보장과 고액연봉 이외에도 국책은행장 자리가 매력적인 것은 능력이나 전문성과 관계없이 정권의 눈에 들면 충분히 한 자리 꿰찰 수 있기 때문이다.

이동걸 산업은행장(회장)과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은 현 정부 초기 각각 내정됐다. 이 회장은 대표적인 개혁적 진보 성향의 학자로 소신에 대해서 굽히지 않는 성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은 행장은 세계은행(IBRD) 상임이사,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 등을 두루 거쳤으며 업무 추진력과 친화력을 겸비한 인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이들 역시 노무현 정부 출신이나 청와대 라인으로 현 정부의 ‘코드 인사’에 대한 논란을 겪었다. 현재 3개 국책은행장 중 김도진 기업은행장만 유일하게 내부 출신이다.

최근 기업은행장을 두고 뒷말이 분분하다. 얼마 전 공직에서 물러난 차관급 인사가 차기 기업은행장에 낙점됐다는 소문이 확산됐다. 낙하산설, 내부승진설 등 진위를 알 수 없는 루머까지 일었다. 김 행장의 임기 만료까지는 6개월이나 남았다. 그러나 벌써 내부 싸움과 외부에서 눈독 들이는 인사들의 물밑 작업이 시작된 모양새다.

시장에서는 권력층과 은밀한 거래인 낙하산 인사가 지금부터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정치에 뜻있는 이들은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 출마를 위해 정치권으로 달려갈 것이다. 문제는 총선 다음이다. 총선 낙마자들이 대거 취업시장에 몰리게 되면 가장 먼저 공공기관이나 금융권에 눈독을 들일 것이다. 정권과의 친분, 혹은 대선 캠프 근무 경력으로 한 자리씩 챙겨주는 관행을 바랄 것이다. 낙하산 인사는 힘 있는 정치인이나 관료 출신을 선호하는 금융사들의 습성과 맞물리면 도덕적 기준마저 무시하게 된다.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이 같은 ‘내 편 내리꽂기식’ 인사가 금융회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크다.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예탁결제원 등 금융공기업은 물론 KB국민은행장과 농협은행장의 임기가 올해 12월 만료된다. 다소 이른 감이 있지만 신한금융지주, BNK금융지주 회장의 경우 내년 3월까지다.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내년 3월 손태승 회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일각에서는 시장의 우려처럼 관료 출신이라는 꼬리표로 낙하산 인사를 몰아붙이는 것은 옳지 않다는 반응이다. 규제산업인 특성상 적극적인 민원 해결로 금융회사 경영에 이바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또 정부 정책의 기조에 맞춰 금융 지원을 구체화할 수도 있다. 금융회사 내부 출신보다 관료 출신이 낫다는 논리적 배경이다.

과거 정권 말이 다가오면 ‘낙하산 인사’가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의 금융권 낙하산 인사는 무려 204명에 달했다. 낙하산 철폐를 내세웠던 대선 공약이 무색했다. 낙하산 인사가 금융산업을 어떻게 망쳤는지는 과거 대형 금융사고가 방증한다. 권력과 유착된 저축은행산업에 대한 규제 유예가 2011년 저축은행 사태를 초래했다. 대우조선 사태 역시 권력 유착형 경영비리의 대표적인 사례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인사들이 낙하산을 타고 내려와 기업을 부실덩어리로 만들고 천문학적 규모의 세금을 축냈다.

이처럼 경영능력과 전문성도 검증되지 않는 관료에게 자리를 나눠주는 식의 해묵은 관행은 국내 금융산업에 대한 시대착오적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은행장 자리는 경영실적과 시장 평가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그럼에도 관치의 구태를 되풀이할 기미를 보이는 상황은 심히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정부 입김에 휘둘리는 그런 인사는 관치금융으로 이어진다. 결국 금융 산업의 자율성과 자생력을 해친다. 현 정부의 금융정책의 골자인 혁신금융의 합리화 작업도 무력화할 수 있다.

ac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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