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지금] 중국을 바라보는 두 개의 굴절된 시선

입력 2019-06-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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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중국경영연구소 소장

최근 미·중 간 무역전쟁이 패권 다툼으로 확전되면서 전 세계가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의 중국 압박은 더욱 거세지고 있고, 미·중 사이에 있는 한국의 상황도 살얼음판을 걷는 판국이다. 과연 미국이나 한국이 5천 년 역사의 중국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또한 중국은 작금의 미국과 한국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만약 미국과 한국이 굴절된 시선으로 중국을 계속 바라본다면 결국 거대한 혼란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다. 정확히 이해하고 냉정히 판단해야 한다.

첫째, 미국의 굴절된 시선이다. 지난달 31일 미 국방부가 타이완을 ‘국가’로 표기하며 ‘하나의 중국(One China Policy)’ 원칙을 깨버린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후 웨이펑허 중국 국방장관은 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18차 아시아 안보 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누군가 타이완을 중국에서 분리하려 한다면 중국 군대는 일전 불사할 것”이라고 언급한 후 중국 정부의 공식적인 대응은 없지만, 그야말로 푹풍전야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시작된 양국의 패권 다툼이 기술패권, 금융패권을 넘어 이제 무력을 사용하지 않았을 뿐 이미 준전시 상태로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역사와 사회적·문화적 특성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중국 칭화대 동문 학자가 필자한테 한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압박을 위해 던진 이번 카드는 기존 경제무역 제재 카드와는 기본적으로 그 결이 다르다. ‘하나의 중국’은 티베트 및 위구르 자치구 독립 문제, 공산당 반대와 함께 중국 정부의 3대 금기사항 중 하나이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은 5천 년 역사에서 통일의 시기보다 실제로 분열의 시기가 오히려 더 길었다. 통일된 왕조의 역사는 2천 년도 안 되고, 3천 년 이상은 분리와 독립의 아픈 역사였다. 이처럼 중국은 권력의 소용돌이 속에서 분열과 통일을 반복하는데 그 주요 세력은 기득권과는 거리가 먼 평민, 농민이나 이민족이었다. 이 때문에 중국의 권력은 강한 힘보다는 시대의 흐름과 민심에 따라 결정되는 경향이 있었다. 이런 역사의 스토리를 중국 공산당은 잘 알고 있다. 중국이 왜 그렇게 ‘하나의 중국’에 민감해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압박 카드는 최악의 무리수를 던진 것 같다. 중국은 2005년 3월 타이완이 실질적으로 독립을 추진하거나 평화적 통일의 틀을 파괴할 경우, 중국 인민해방군이 무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한 ‘반분열국가법(反分裂國家法)’을 제정한 바 있다. ‘하나의 중국’이라는 틀 속에서 타이완 문제를 중국 내정에 속하는 문제로 규정함으로써 타이완에 대한 미국 등 국제사회의 개입을 차단하고, 동시에 타이완의 독립 의지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것이다. 나아가 티베트 및 신장위구르 자치구 등 중국 내 변방 소수민족들의 독립 움직임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것이다. 중국 내부의 상황이 결코 심상치 않아 보인다. 중국은 내정에 대한 직접적인 도전으로 보고 결사항전의 단초로 삼을 것이다.

둘째, 한국의 굴절된 시선이다. 미·중 패권경쟁에서 정중앙에 있는 한국 내 분위기는 대부분 미국 응원하기에 여념이 없다. 요즘 유튜브에서 떠도는 중국 관련 정보 및 동영상을 보면 대부분 중국 붕괴론, 위협론 등 비관적인 내용으로 가득하다. 중국을 혐오하거나 싫어하는 ‘차이나 포비아’가 국내에서 급속도로 번져가는 분위기이다. 아마도 사드 사태가 우리 국민들에게 많은 상처와 아픔을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대국이라고 믿었던 중국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 믿는 만큼 실망도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을 좀 더 냉정하게 봐야 한다. 중국이 싫고 미국이 좋다고 해서 우리 땅을 미국 옆으로 옮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중국은 우리와 정치, 외교,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실타리처럼 꼬여 있다. 누가 뭐래도 중국은 우리의 영원한 이웃이다. 아프리카에는 “이웃이 곤란할 때 크게 기뻐하는 자는 바보다”라는 속담이 있다. 우리의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좋다”는 속담과 맥을 같이하는 말이다. 감정적인 대응보다 이성적인 사고와 전략으로 좀 더 냉철하게 중국을 보고 활용하는 혜안이 필요하다. 미·중 패권전쟁에 실리와 논리 있는 명분으로 접근해야 한다. 화웨이 5G 네트워크 장비에 백도어(Back Door)가 있어 국가 기밀을 도청한다는 미국의 주장이 확실한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처럼 화웨이 장비를 배제하면서 중국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

미국이 얘기하니 무조건 따라야 하는 식의 강대국 접근법은 매우 위험한 생각일 수 있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지지 않기 위해서는 미·중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정책의 일관성이 중요하다. 한미동맹이 중요하니 한·중 간 실리경제를 포기하라는 식의 주장은 너무 무책임한 말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미국이 40여 년간 유지해온 ‘하나의 중국’을 깬 이번 사태는 미·중 양국 신냉전 시대의 확실한 변곡점이 될 것이다. 이번 오사카 G20 정상회담에서 우리가 바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박승찬

중국 칭화대 경영학 박사 취득, 대한민국 주중국대사관 경제통상관 및 중소벤처기업지원센터 소장을 5년간 역임, 미국 듀크대학 교환교수 역임. 현재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 교수로 재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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