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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물] 이형무 폴레드 대표 “현대차 사내 벤처 출신이라는 게 제일 큰 자부심이죠.”

입력 2019-05-16 18:02

주니어 카시트 전문기업…준비기간 거쳐 3년 만에 분사, 창업자 3인·현대차 지분 나눠

▲현대기아차 사내 스타트업에서 독립해 분사한 ‘폴레드’의 최금림 부사장과 이형무 대표, 이인주 부사장(왼쪽부터)이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현대기아차 사내 스타트업에서 독립해 분사한 ‘폴레드’의 최금림 부사장과 이형무 대표, 이인주 부사장(왼쪽부터)이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사실 준비 기간이 길어서 분사한 뒤에 막막했던 건 많지 않았습니다. 인원구성도 미리 마쳤고, 가장 중요한 자금도 ‘기술보증기금’에서 꽤 도움을 받았습니다. 더 많은 후배들이 획기적인 아이템을 갖고 분사했으면 해요. 그 과정에서 우리(폴레드)가 좋은 선례로 남았으면 좋겠고요.”

훤칠한 외모에 뚜렷한 이목구비를 지닌 그는 한눈에도 엘리트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그럼에도 부담스러운 선입견을 성큼 밀어내고 환한 웃음으로 다가선다.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대기업 사내 스타트업에 대한 선입견, 탄탄한 직장을 떠나 독립할 때의 막막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최근 현대기아차 사내 스타트업에서 독립해 분사한, 차고 넘치는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주니어 카시트 전문기업’ 폴레드(POLED)의 이형무 대표다.

◇현대차 사내 스타트업 5년 만에 3곳 분사 = 현대기아차는 2000년부터 사내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걸출한 기술력을 인정받은 스타트업들이 하나둘 회사에서 독립해 분사하고 있다. 사내 스타트업은 매년 공모한다. 가능성이 큰 스타트업에만 팀을 꾸릴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가능성이 보이면 결국 ‘분사’라는 기회도 주어진다. 사내 스타트업으로 선정되고, 독립해 분사하는 일은 많은 연구원들이 꿈꾸는 일이다. 올해는 자동차를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무장한 현대기아차의 사내스타트업 3곳이 5월부터 독립기업으로 새롭게 출범했는데, 그중 한 곳이 폴레드다.

폴레드를 창업한 이형무 대표 역시 한 번 고배를 마신 뒤 사내 스타트업에 선정됐다. 그리고 본격적인 준비 기간을 거쳐 약 3년 만에 분사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현대기아차가 20년 가까이 사내 스타트업 프로그램을 육성해 왔음에도 분사한 기업이 많지 않다. 20년 가까이 프로그램이 이어졌으나 이제껏 11곳만 독립에 성공했다. 그만큼 현대차 내부에서 스타트업으로 분사하기가 녹록지 않다는 뜻이다. 철저한 검증을 거치다 보니 분사 이후 연매출 300억~400억 원을 기록하는 회사도 나왔다.

분사한 스타트업 대부분이 큰 성공을 거두는 것도 기술력에 대한 반복된 검증과 철저한 준비, 현대기아차의 지원 등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 연구원들이 만든 카시트 =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이형무 대표는 2005년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에 입사했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대기업 자동차 연구원으로 입사해 올해까지 15년을 채웠다. 그 사이 신입사원이었던 그는 결혼을 했고, 아이 셋의 아빠도 됐다. 폴레드(Poled)는 ‘아빠의 마음을 담은 안전한 카시트’를 개발하자는 취지로 2015년부터 시작했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그렇듯, 자기를 빼닮은 아이를 보면 세상을 보는 눈도 달라진다. 이 대표 역시 마찬가지. 세상의 중심에 내 아이가 오롯이 자리 잡으면서 안전한 카시트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그렇게 이 대표를 중심으로 현대기아차에서 10년 이상 안전한 차를 연구하던 연구원들이 모여 카시트 개발에 나섰다.

현대차의 섀시를 설계했던 이형무 대표와 친환경차 개발을 담당했던 최금림 연구원, 충돌안전을 담당했던 이인주 연구원도 뜻을 함께했다.

3년여간의 집중 연구기간을 통해 2018년 1월 선보인 폴레드의 주니어 카시트는 벨트 꼬임을 방지하는 ‘회전형 볼가이드’ 기술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만일의 사고 때 상해를 최소한으로 감소시키는 아이디어다. 아이들이 편안하게 카시트 벨트를 착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벨트 꼬임으로 인한 상해까지 줄였다는 호평도 받았다.

▲현대기아차 사내 스타트업 ‘폴레드’ 창업자와 직원들 모습. 올 하반기 세상에 없던 획기적인 개념의 주니어 카시트 출시를 위해 막바지 준비가 한창이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현대기아차 사내 스타트업 ‘폴레드’ 창업자와 직원들 모습. 올 하반기 세상에 없던 획기적인 개념의 주니어 카시트 출시를 위해 막바지 준비가 한창이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유럽 인증보다 현대차 내부 검증이 더 혹독 = 폴레드 카시트는 국내 인증(KC)은 물론 유럽(EURO-NCAP)에서도 안전성을 인정받았다.

무엇보다 현대기아차 연구소 내 실증 테스트 설비를 이용해 일반 카시트 기업이 엄두도 못낼 수준의 엄격한 테스트도 거쳤다. 국내와 유럽에서 안전도를 인증받기보다 더 힘들었던 게 현대차 내부 충돌테스트를 통과하는 일이었다. 회사 내에서 안전도를 검증받기 위해서는 유럽 인증기준의 2배가 넘는 가혹도를 견뎌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나의 완성품을 내놓기까지 고치고 또 고치기를 반복했다. 설계 수정만 수백 번을 거듭했다.

밤잠을 줄여가며 테스트와 데이터 분석을 반복한 끝에 폴레드 주니어 카시트가 나왔다. 당연히 제품에 대한 자부심은 여느 카시트에 비할 바가 아니다.

오랜 준비 기간이 있었지만 막상 사업체를 운영하다 보니 신경 써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자동차의 안전과 설계, 데이터 분석에는 전문가들이지만 사업가로서의 삶은 또 다른 도전이었다.

“사실 제품을 개발할 때는 가장 안전한 제품만 만들면 무조건 잘 팔릴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연히 오산이었죠. 다행히 시범사업을 통해 빠르게 개선해 나갔습니다. 빠르게 실행하고 개선을 반복하는 게 우리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습니다.”

이형무 대표의 말투에서 다분히 현대차 출신들의 공통된 분위기가 느껴졌다. 무엇이든 결정이 되면 무조건 밀고 나가고, 실패에 연연하지 않는 도전문화가 묻어 있다. 잘못되면 재빨리 개선해서 성공할 때까지 또다시 밀고 나가는 스타일들이다.

◇세상에 없던 능동형 세이프티 카시트 준비 중 = 폴레드는 그동안 준비했던 여러 제품을 들고 회사를 나와 서울 역삼동에 사무실을 차렸다. 이 대표를 포함한 공동 창업자 3인이 현대차와 지분을 함께 나눠 가졌다. 마케팅과 회사 전반에 대한 운영을 담당할 새 식구도 뽑았다.

기술적인 부분은 앞으로 능동유아안전 분야를 선도하겠다는 게 폴레드의 목표다. 사고가 나기 전 유아를 보호해 주는 시스템이다. 지난해 교통안전공단에서 우수논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이제껏 볼 수 없었던 꽤 안전한 카시트가 그들의 손에서 빚어질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형무 대표는 마지막으로 사내 스타트업을 준비 중인 후배들에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결정하기 어렵고 잘 모르겠다면 일단 추진하는 게 맞습니다.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면 다시 하면 됩니다. 일단 실행하고 개선하는 방식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폴레드는 없었을 겁니다. 스타트업을 꿈꾸는 후배에게도 똑같이 말하고 싶습니다. 잘 모르겠으면 일단 한번 해 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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