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전자책 대여 서비스 수혜자는 누구?…'네 탓 공방' 격화

입력 2019-04-22 07:00 수정 2019-04-22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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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작가·전자책 서비스 업체 서로 다른 주장…"오랜 논의 될 것"

출판계에 불어든 '구독경제' 바람은 책 소비 형태에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5500~9900원에 불과한 한 달 대여 금액은 독자들의 가격 부담을 덜어줬다. 무제한 스트리밍 서비스(전자책 월정액제 구독 서비스)로 도서 원클릭 서비스가 가능해지자 접근성과 편의성이 갖춰졌다는 긍정적인 시각이 나왔다. 나아가 도서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가 모아졌다.

이와 유사한 서비스는 이미 미국, 유럽 등에서 일반화된 전자책 서비스 모델이다. 하지만 국내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이들 지역의 서비스는 아마존형 월정액으로, 구독자는 가입할 때부터 무조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반면 국내 업체들은 '한 달 무료'라는 유인책을 내걸고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유리해 보이지만 창작자들의 입장은 달랐다. 무료 서비스 기간 동안 발생하는 비용을 작가와 출판사에게 떠넘기는 꼴이기 때문이다.

작가계와 출판계는 '장기 대여 서비스', '월 정액 서비스'의 수혜가 창작가인 작가나 출판사에게 돌아오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출판 유통 구조에서는 창작물을 만들어낸 이가 아닌, 이를 유통하는 기업들에게 이익이 돌아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작가들의 경우 출판사가 전자책 대여 서비스 업체와 창작물에 대해 일정한 계약을 체결한 이후 손 쓸 도리가 없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국대중문화작가협회 김환철(필명 금강) 회장은 "작가는 을의 입장이다"라며 "책이 팔리지 않으니 그거라도 해야 한다고 출판사에서 종용하면 어떻게 거절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실제로 전자책 월 정액 구독 서비스에 대해 창작자의 절반 이상이 부정적인 의견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예커뮤니케이션학회와 뉴스페이퍼가 전자책 출간 창작자 34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3.2%가 전자책 월 정액 구독 서비스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부정적이라고 답한 창작자들은 '작가 수입 감소', '플랫폼 위주의 정책으로 창작자에게 희생 강요', '수익 배분 방식이 불투명하고 불공정' 등을 이유로 들었다.

김 회장은 "전자책은 종이책이 팔리는 개념과 다르기 때문에 사용 기간과 선호도 등에 따라 사용료가 다르게 지급되어야 하는데, 3일 대여나 50년 대여나 작가에게 돌아가는 것은 같다"며 "사실상 수익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작가회의 정우영 저작권위원장은 전자책 서비스 업체가 넷플릭스와 유사한 형태의 월 정액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는 것에 대해 "어디에도 없는 서비스"라고 지적했다.

정 위원장은 "출판사는 작가와 맺은 전자책 계약을 기준으로 전자책 서비스 업체와 월 정액 서비스를 한다고 보여지는데, 이 경우 대리인인 출판사가 서비스를 시행하면서 얼마를 받고, 그 중 얼마를 작가에게 돌려주는지 확인조차 되지 않았다"고 했다. 서비스 여부에 대해 저작권자의 승인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특히 파일 형태로 유통되는 전자책 서비스의 궁극적인 수혜자는 서비스 업체라고 주장했다. 정 위원장은 "강제적으로 3개월 대여 서비스로 조정했지만, 파일 서비스를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법령도 없는 상황"이라며 "월 정액을 더 많이 내면 더 많은 책을 서비스한다고 조정하는 것도 업체들이다. 회원이 늘어날수록 이익인 서비스 업체에게 전자책은 굉장히 좋은 먹거리"라고 했다.

전자책 대여 서비스 업체들의 입장은 다르다. '작가'에게 돌아가는 수익을 책임져야 하는 건 전자책 서비스 업체가 아닌 출판사라는 주장이다. 밀리의 서재 관계자는 "플랫폼마다 출판사와의 계약이 다르고, 출판사마다 대여에 따른 계약 관계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같은 설문 조사에서 종이책 출판사를 이용해 전자책 서비스를 실시할 경우, 창작자의 47.2%가 인세를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판매현황을 정기적으로 보고받지 못했다는 이들도 53.3%에 달했다. '믿고 맡겼으므로', '관례상', '불편하고 미안해서' 출판사에 전자책 판매현황에 대해 문의하지 못했다고 이유를 댔다. 전자책 출간은 '종이책 출판계약의 부속계약 형태로 체결'(62.5%)됐기 때문에, 전자책 출판 계약서를 별도로 쓰지 않은 경우도 14.2%에 달했다.

반면, 전자책 전문 출판사에서 전자책을 출간한 창작자들은 92.1%가 인세를 받았다고 답했다. 정기 보고를 받았다는 작가 또한 84.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전자책 서비스 업체 관계자는 "출판사는 종이책과 전자책을 별도로 계약한다. 무제한 서비스 역시 별도의 계약"이라며 "전자책과 관련해서는 출판사와 작가가 일정한 기준을 정해서 풀어야 할 문제"라고 했다.

미비한 법적 규제는 결국 출판·작가·전자책 대여 서비스 업체의 '네 탓 공방'을 낳았다. 이들 모두 이렇다 할 명확한 법적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지만, 전자책 대여 서비스 문제가 제기된 지 수년이 흘렀어도 제자리 걸음만 반복하고 있다.

한국출판인회의 전자출판위원장을 받고 있는 이근미 이다북스 대표는 "한국출판인회의에서 ebook 대행업체를 운영하고 있어서 그나마 전자책과 관련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며 "결국 이득은 전자책 서비스 업체에 돌아간다. 우리는 콘텐츠를 제작해서 남에게 넘겨주는 꼴이다. 규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 회장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법에 도서정가제에 따라 명확한 규정을 명시하면 편법이 나올 수 없다. 법이 미비하기 때문에 악용과 오용이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해결을 위해 도서 정가제를 출판문화산업진흥법 내에 한 조항으로 담는 것이 아닌 독립적인 내용으로 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한출판문화협회 정원옥 정책연구소 팀장은 "법적 강제성이 없는 상황에서 '50년 대여', '월 정액 구독 서비스' 등이 도서정가제를 벗어난다고 해서 무조건 막는다는 것은 시장경제에서 어려운 일"이라며 "앞으로 오랜 기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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