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연구요원 폐지] 병특 축소 ‘후폭풍’… 이공계 대학원 인기 뚝

입력 2019-01-01 16:59 수정 2019-01-01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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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학생들의 대학원 외면...전문가들 “4차 산업혁명 기반 흔들릴 위기”

1일 서울대 공과대학의 한 연구실. 석·박사 과정 대학원생들이 여러 가지 실험을 하면서 기록지에 실험 데이터를 기록하는 등 바쁜 모습이었다. 하지만 연구실 책상에는 군데군데 빈 곳이 눈에 띄었다.

전문연구원으로 병역을 대신하고 있다는 이 학과 박사과정 4년 차 한 학생은 “대학원 인기가 점점 떨어지면서 몇 년째 이런 분위기”라며 “대학원에서 전문연구원을 하거나 석·박사과정 이후 병역특례로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게 이공계 대학원 다니는 큰 이유 중 하나였는데 병특이 축소된다고 하면서 후배들이 대학원 오기 싫어한다”고 말했다.

같은 대학 자연계열 대학원의 또 다른 박사과정생도 “지원자 수도 줄었고 수준이 안 되는 데 무작정 받아 주지는 않겠다는 것이 대학원의 특징이라 이런 현상이 점점 심해지는 것 같다”며 “군 문제 해결 목적으로 대학원 가는 건 아니지만 군대 갔다와서까지 국내 대학원에 진학할 만한 메리트가 없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공계 대학생들의 대학원 진학 기피가 급격히 심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로는 취업난도 있지만 대학원 진학을 통해 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사라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학생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병역대체 복무제도가 2020년 이후 축소되거나 단계별 폐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018학년도 전후기 서울대 공대와 자연대 대학원(석사, 박사, 석·박사 통합과정) 입학 경쟁률은 각각 0.88대1, 0.95대1에 그쳤다.

서울대에 따르면 공대와 자연대 지원자가 모두 미달한 것은 사상 최초다. 서울대 공대는 올해 후기 석·박사 통합과정 모집에서 전체 15개 전공 중 절반이 넘는 8개에서 대거 미달 사태가 발생했다. 여기에 정부의 ‘탈원전’ 정책까지 겹치며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를 올 2학기에 94명의 1학년 재학생 중 전공으로 아무도 택하지 않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한 지역대학교 공과대학 교수는 “국내 최고 대학으로 꼽히는 서울대와 KAIST에서도 미달 사태가 날 정도인데 중하위권 대학은 외국인 유학생에 의존하며 겨우 숫자를 채우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 연구인력 양성의 근간이었던 이공계 대학원이 학생 부족을 호소하는 지경이 되면서 여파가 산업현장으로 미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기술 위주의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에 병역대체복무는 양질의 인력을 공급받는 중요한 통로였기 때문이다.

한 중소기업인은 “고학력의 양질 연구인력을 최소 3년 이상 고용할 수 있다는 것은 늘 구인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에는 큰 도움이 된다”며 “대체복무가 없어지면 인력을 채용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 자명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학원에서 중소기업 현장에 이르는 ‘인력기근’ 현상이 결국 국내 4차 산업혁명 동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체복무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고급 이공계 인력 부족은 계속된 이슈였기 때문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의 ‘2015~2025 대학 전공계열별 인력수급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공학계열은 2025년까지 전기전자·기계금속·건축토목도시·컴퓨터통신·화학공학 등 5개 전공의 인력이 계열별로 2만~7만7000명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정부가 계속해서 이공계 인력 수급 현실을 외면하면 결국 연구 기반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며 “스포츠 선수들의 병역특례나 양심적 병역거부 등을 인정하면서 전문연구원 제도 등을 인정하지 않으면 이공계의 박탈감과 인력 이탈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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