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드론이 총괄하고, 무인기가 땅 파고..진정한 4차혁명 '로이힐 광산'

입력 2018-11-26 14:37 수정 2018-11-26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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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2012년 투자 서호주 로이힐 광산…최단시간 연간 생산 목표량 5500만톤 달성

새벽 6시, 드론 한 대가 하늘을 날아오른다. 약 200㎢에 달하는 붉은 빛 대지의 구석구석을 정찰하며 하루 시작을 알린다. 지평선 끝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이 곳은 호주에서 단일 규모로는 가장 큰 철광석 광산이자, 포스코가 연간 1500만 톤에 달하는 철광석을 가져오는 최대 공급처인 ‘로이힐 광산’이다.

드론은 비상한 지 1분도 안 돼, 이곳에서 1200km 가량 떨어져 있는 로이힐 오퍼레이션 센터(ROC)로 실시간 데이터를 전송한다. ROC는 로이힐 광산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24시간, 365일 점검하고, 운영 관련 모든 빅데이터를 관리하는 곳이다. 이 곳 수십개의 모니터에는 40여개의 CCTV가 보내는 화면, 드론이 전송하는 데이터 등으로 땅을 파는 작업부터, 최종 철광석 제품이 생산되기까지 전 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무인 자동 드릴이 땅을 파면, 한 쪽에서는 채굴된 철광석 성분을 로봇이 분석하고, 하늘 위에서는 드론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최첨단 철광석 광산 ‘로이힐’을 지난 20일 방문했다.

◇ 사람보다 척척 땅파는 무인 드릴…생산성 11% 올라 = 로이힐 광산은 철광석 채굴을 위해 ‘사람’이 아닌 ‘기계’가 땅을 판다. 이 곳에서 운영되는 ‘무인 드릴’은 총 9대로 사람 9명의 생산 능력을 뛰어 넘는다. 2016년 도입 이후 지금까지 비용 절감, 가동시간 증가 등으로 생산성이 10~11% 가량 향상됐다.

▲로이힐 광산에서 철광석을 채굴하고 있는 장면. 사진제공 포스코
▲로이힐 광산에서 철광석을 채굴하고 있는 장면. 사진제공 포스코

무인 드릴은 ‘Autonomous Drilling room(AD room)’에서 원격으로 조정된다. 이 곳에는 2명의 직원이 조이스틱 하나 만으로 8~9개의 드릴을 컨트롤한다. 조이스틱에는 드릴링 위치, 속도 조절은 물론 이동 지시 등 작업을 위한 모든 기능이 탑재돼 있다.

전체 작업 범위는 일정한 간격의 1087개의 홀로 이뤄진 구간으로 정해진다. 이 구간의 작업을 모두 완료하면 또 다른 구간이 정해지는 룰이다. 무인 드릴이 지정된 위치에서 지하 13~14m를 10분 만에 파내면, 폭약을 설치해 폭파한다. 이후 표피(흙, Waste)를 긁어내는데, 세계에서 가장 큰 800톤 규모의 트럭이 투입된다. 표피를 모두 제거하면, 붉은 빛의 철광석이 자태를 드러낸다. 업무를 완료한 무인 드릴은 4개의 고정 장치를 해제한 후, 1톤이 훌쩍 넘는 무게를 감당하며 새롭게 지정된 위치로 이동한다.

1대의 무인 드릴은 하루 평균 100개 안팎의 구멍을 파내며, 지하로 내려간 길이를 모두 더하면 10km 이상은 훌쩍 넘는다. 매일 작업량이 다른 이유는 홀마다 철광석이 위치한 깊이는 물론 흙 강도에 따른 드릴링 속도도 다르기 때문이다. 홀 깊이, 흙 강도는 AD room 내의 상황 모니터에 숫자, 색깔 등으로 표시가 되며, 땅을 파는 작업 시간 등으로도 땅 아래의 상황이 충분히 유추 가능하다.

◇ 47개 종류 적절히 섞어 철광성 고품질 유지…로봇이 사이즈 조절·성분 분석해 = 차를 타고 로이힐 광산을 하염없이 달리다 보면, 곳곳에 피라미드 모양의 거대한 철광석 더미들이 보인다. 가공되지 않는 원광석(철광석)을 쌓아두는 이곳을 ROM(Run of Mine)이라 부르며, 로이힐에는 총 3개의 ROM이 있다.

▲각각 성질, 품질이 다른 철광석을 47개로 분류한 더미 중 한 곳(26번). 하유미 기자 jscs508@
▲각각 성질, 품질이 다른 철광석을 47개로 분류한 더미 중 한 곳(26번). 하유미 기자 jscs508@

3~4km에 달하는 가장 큰 규모의 ROM2로 진입하면, 철광석 더미 마다 1번부터 47번까지 넘버링 된 타이어가 눈에 띈다. 단순히 철광석을 쌓아둔 것이 아니라, 각각 성질, 품질이 다른 철광석을 47개로 분류한 것이다. 서로 다른 철광석을 적절히 섞어(블렌딩) 로이힐의 품질 규격(61%)을 동일하게 맞추기 위해서다. 통상 철광석 품질은 프리미엄광(64~65%), 고품광(61%~62%), 저품광(56~58%)으로 구분하는데, 로이힐 광석은 고품질에 속한다.

품질이 맞춰진 철광석은 파쇄기(크래셔)에서 보다 잘게 부서지며, 300톤 트럭에 실려 컨베이어 벨트로 이동한다. 로이힐 광산에는 230톤, 300톤 등 총 77개의 트럭이 있으며, 그 중에는 무인 자동화가 가능한 트럭이 6개가 있다. 내년부터 점차적으로 전 자동화가 진행될 예정이다.

3~4km에 달하는 컨베이어 벨트는 고객의 니즈에 맞게 철광석 크기를 조절하고, 불순물을 제거하는 프로세싱 플랜트(Proessing plant)로 철광석을 실어나른다.

▲채굴한 철광석을 분쇄한 후 컨베이어를 이용해 야적장으로 운반하고 있는 장면. 사진제공 포스코
▲채굴한 철광석을 분쇄한 후 컨베이어를 이용해 야적장으로 운반하고 있는 장면. 사진제공 포스코

이에 앞서 철광석들은 성분 테스트에 들어간다. 이 과정에는 100% 로봇이 작업을 하며 하루에 800개의 샘플을 테스트한다. 로봇들은 철광석을 분류하고, 사이즈를 잘게 부순 후,1000도에서 녹여 엑스레이로 24개의 성분으로 분류하는 작업까지 척척 해낸다. 성분 분석이 끝난 철광석들은 프로세싱 플랜트에서 불순물이 제거되는 데 이 과정에서 물이 사용된다. 로이힐 광산 곳곳에는 수십 키로에 달하는 물 수송 관이 연결돼 있어 손쉽게 물을 제공받을 수 있다.

▲프로세싱 플랜트 과정에 들어가기 앞서 로봇이 철광석을 분류하고 있다. 하유미 기자 jscs508@
▲프로세싱 플랜트 과정에 들어가기 앞서 로봇이 철광석을 분류하고 있다. 하유미 기자 jscs508@

최종 제품은 분광(6.3m 이하)과 괴광(6.3m~30m) 2가지로 분류되며 피라미드 형태로 잠시 쌓아둔다. 이 순간 ROC에는 기쁨의 메시지가 전달된다. “오늘 하루 생산량 신기록 세웠습니다!” 지난 19일 이 곳에서는 27만2000톤의 철광석을 생산했으며, 이는 2015년 첫 생산 이후 최고치다.

▲최종 제품은 분광(6.3m 이하, 좌측)과 괴광(6.3m~30m) 2가지로 분류된 최종 철광석 제품. 하유미 기자 jscs508@
▲최종 제품은 분광(6.3m 이하, 좌측)과 괴광(6.3m~30m) 2가지로 분류된 최종 철광석 제품. 하유미 기자 jscs508@

◇ 3만2000대톤 철광석 실어 334k를 사람없이 달리는 기차 = 대기하고 있던 최종 제품(철광석)은 최종 목적지인 포트헤들랜드 항구로 이동하기 위해 기차에 실린다. 무려 2km에 달하는 이 열차는 236개의 칸으로 연결돼 있으며 멈추지 않고 1km/h 속도로 매우 천천히 달린다. 각 칸에는 138톤의 철광석이, 한 열차에 총 3만2000톤의 철광석이 실리는 셈이다. 자동차 3만2000대와 맞먹는 무게다.

열차는 항구까지 334km 거리를 4시간 가량 쉼없이 달린다. 자세히 살펴보니 오가는 기차는 2대인데, 철로가 하나 밖에 없다. 허나 양쪽에서 달려오는 기차는 유일하게 2갈래로 나뉘는 중간 지점에서 비슷한 시간에 만나, 지체시간 없이 지나간다. 2년 전 도입된 열차 운영 최적화 시스템 덕분이다. 드론을 통해 열차 운영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 받은 ROC는 정확한 양쪽 출발 시각 등을 열차에 전달하는 식이다. 로이힐 광산의 자랑거리라고 한다.

▲2km에 달하는 로이힐 기차가 철광석을 운반하고 있다. 사진제공 포스코
▲2km에 달하는 로이힐 기차가 철광석을 운반하고 있다. 사진제공 포스코

기차가 도착하면, ‘워카’가 출동해 236개의 칸을 180도 돌려 철광석을 떨어뜨린다. 내려진 철광석은 다시 한 번 재검토(스크리닝) 후 컨베이어 벨트로 4.2km 떨어져 있는 선석에 도착한다. 도착한 철광석은 벌크선 위에 장착돼 있는 ‘홀더’에 떨어진다. 로이힐의 철광석을 실어나를 벌크선은 최대 20만톤까지의 철광석을 실을 수 있다. 시간당 1만2000톤이 실리며, 총 18~20시간이 걸린다. 철광석의 양이 늘어날수록 배는 점점 가라앉는다. 어마어마한 무게를 감당하고 있는 것이다. 거의 하루에 걸쳐 철광석을 실은 배는 드디어 한국을 향해 떠난다. 이 배는 한 달 뒤에 다시 돌아온다.

▲포트헤들랜드항 로이힐 선석 전경. 사진제공 포스코
▲포트헤들랜드항 로이힐 선석 전경. 사진제공 포스코

◇ 포스코의 결단 '우려에서 희망으로' = 포스코가 2000년부터 검토하고, 2012년 투자를 결정한 호주 로이힐 광산은 우려를 딛고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앞서 포스코는 2009년부터 원가 경쟁력 강화 및 양질의 원료 확보를 위해 서호주 필바라 지역에 매장량이 23억톤에 달하는 대규모 철광석 광산 개발 사업인 로이힐(Roy Hil)l 프로젝트 투자 검토를 진행, 2012년 3월 일본 마루베니상사, 대만 차이나스틸(CSC)과 최종 공동투자를 결정했다. 현재 지분율은 포스코(12.5%), 마루베니(15%), CSC(2.5%)이다.

필바라는 호주 철광석 매장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곳으로 지리적 여건이 좋다. 철강 수입을 가장 많이 하는 국가가 중국, 한국, 일본 등 아시아에 몰려 있으며, 호주에서 철광석을 실은 배는 아시아까지 12일이면 도착 가능하다. 반면, 또 다른 철광석 최대 생산국가인 브라질까지는 45일 가량 걸린다.

이 같은 강점과, 좋은 품질(61%)의 철광석 생산을 기반으로 로이힐 광산은 2015년 말 첫 선적 이후 올해 4월 당초 목표했던 연간 5500만톤의 생산체제를 구축했다. 이는 서호주에서 가장 짧은 기간에 목표를 달성한 기록이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로이힐 광산. 하유미 기자 jscs508@
▲하늘에서 내려다 본 로이힐 광산. 하유미 기자 jscs508@

이로써 포스코는 연간 총 사용량의 26%에 해당되는 연간 1500만톤의 철광석을 확보하게 됐다. 일본 마루베니상사, 대만 차이나스틸(CSC)과 포스코는 로이힐 전체 생산량의 52%를 가져가는데, 이 중에서 포스코가 절대적으로 많은 철광석을 가져가게 됐으며, 그만큼 가격도 저렴하게 책정될 수 있는 환경도 구축한 셈이다.

로이힐 프로젝트는 2016년부터 실질적인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했으며, 2017년 영업이익률 30%를 기록하는 등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16년까지만 해도 3500만 달러(호주)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지만, 2017년에는 3억3100달러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2012년 첫 투자 이후 지금까지 누적 당기순이익은 2억3100달러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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