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이 혁신성장의 답이다]성기광 닷 대표 “세계 첫 점자 스마트워치, 의료기 인증 난제”

입력 2018-11-18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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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워치’ 의료기기 등록 안돼 제값 모두 주고 사야…인증품목 확대해도 태부족

▲닷워치를 찬 성기광 닷 대표가 닷이 받은 상장들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이지민 기자 aaaa3469@
▲닷워치를 찬 성기광 닷 대표가 닷이 받은 상장들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이지민 기자 aaaa3469@

애플, 핏빗, 삼성 같은 대기업들을 필두로 스마트워치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글로벌 스마트워치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 증가했다.

이와 달리 전 세계 2억8500만 시각장애인들의 IT 기기 환경은 더디게 변화한다. 대부분 시각장애인용 노트북이나 e북 리더기 등은 아직 고가인 데다 편의성도 좋지 않다. 한국 스타트업 ‘닷’은 전 세계 최초로 시각장애인용 스마트워치를 선보이며 장애인 보조기기의 정보화를 앞당겼다.

18일 서울 가산디지털단지 사무실에서 만난 성기광(29) 닷 대표 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해맑았다. 군에 입대한 김주윤 대표 대신 인터뷰에 나선 그에게서 세계 최초로 시각장애인용 스마트워치를 개발했다는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다. 성 대표는 “닷워치는 장애인에게 선물할 수 있는 최초의 웨어러블 전자기기가 아닐까 싶다”며 “시각장애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전자 기기의 평균 가격은 500만 원가량이다”고 말했다.

현재 판매 중인 닷워치의 가격은 36만 원이다. 닷 워치의 시계 판에는 24개의 점자핀이 있다. 스마트폰과 닷워치를 연동하면 이 핀들이 튀어나와 메시지 내용을 점자로 표시해 주고, 타이머, 날씨 등 기본적인 앱도 이용할 수 있다. 시각장애인에게 닷워치는 새 세상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21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는 닷은 누적 투자액이 67억 원에 달하며 국내외 기관과 민간에서 받은 상이 10개를 훌쩍 넘는다.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세계적 광고제 ‘칸 라이언즈 광고제’에서는 2년 연속으로 제품 디자인상 혁신 부문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닷워치는 올해 6월부터 정식으로 판매되고 있지만, 보건복지부로부터 의료기기 등록을 받지 못해 시각장애인들도 제값을 모두 주고 사야 한다. 올해 7월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가 주관한 규제개혁 끝장캠프에 닷이 참석한 이유다.

김주윤 대표의 친아버지이자 최고운영책임자(COO)인 김지호 씨는 인터뷰 자리에 동석해 “중기부가 총대를 메고 스타트업들의 의료기기 인증 문제를 관계 부처와 논의하도록 해주고 있지만 아쉬움은 여전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작년에는 11월이 인증 시기였는데 올해는 10월부터였고,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올해는 놓쳤다”며 “중기부나 보건복지부 등에서 우리에게 말해줘야 할 의무는 없지만, 끝장캠프에도 참가했었는데 내년을 기약하게 된 것”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인증 품목을 현재 28개에서 2022년까지 36개로 확대한다고 위로의 말을 듣기는 했지만 그래 봤자 1년에 6~7개씩 항목을 늘리겠다는 것”이라며 “혁신적인 제품이 그 일정에 맞춰서 나오는 것은 아니지 않냐”고 강조했다. 인증 항목 수를 미리 정해놓고 의료기기 인증 품목을 늘린다는 발상 자체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성 대표도 속상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심전도 측정 지원 스마트워치를 만든 휴이노의 사례나 저희 사례만 봐도 왜 세계 각국에서 일어나는 혁신 기술들이 한국에서 더딘지, 그 배경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있다고 본다”며 “저와 김 대표 모두 미국에서 창업하다 들어왔는데 한국보다 미국의 환경이 더 자유로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혁신 기업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국보다 미국에 가서 창업해야겠다고 말하곤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유타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성 대표는 이미 미국에서 두 번의 창업 경험이 있다. 안 쓰는 트럭을 공유해 이사를 돕는 플랫폼, 미국에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멘토-멘티를 맺어주는 플랫폼이다. 두 번 모두 워싱턴대학교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김 대표와 함께였다. 둘은 창업 동반자이자 오랜 친구 사이다.

성 대표는 닷 창업에 뛰어든 것 자체가 도전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세계 최초로 기술을 구현했기 때문에 제품 제작뿐 아니라 점자가 빨리 튀어나오게 규격을 맞춰야 하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그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저렴한 웨어러블 기기가 보급되는 데서 보람을 느낀다.

그는 “우리나라 시각장애인 중 4~5%가 정부에서 예산을 받아 500만 원이 넘는 웨어러블 기기를 갖고 있다”며 “휴대가 쉽고 가격도 저렴한 시각장애인용 웨어러블 기기가 널리 보급되길 바라는 마음이 창업 당시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닷은 개인 기기를 넘어 시각장애인을 위한 무인 키오스크 ‘닷 퍼블릭’ 등을 선보이며 공공 인프라로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점자 e북 단말기인 ‘닷 미니’는 올해 말에 개발이 끝나고 내년 3월부터 판매 예정이다.가격은 50만~100만 원에 책정될 전망이다. 내년 말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아이패드를 내놓는다. 닷 미니와 닷 워치가 점자 텍스트를 읽어준다면 ‘닷 패드’는 이미지를 점자화한 제품이다.

성 대표는 “궁극적으로 장애 포괄적 베리어 프리(barrier free)를 지향한다”며 “시각장애인뿐 아니라 지체장애, 노인 등도 활용할 수 있는 기기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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