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분양원가 공개, 공급위축 부작용 더 크다

입력 2018-11-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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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택지에 지어지는 아파트 등의 분양원가가 내년 1월부터 공개된다. 국토교통부는 주택법의 ‘공동주택 분양가격 산정 등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내년 초부터 적용키로 했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주택의 분양원가 공개항목을 종전 12개에서 61개로 늘리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해 같은 내용을 담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거쳐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던 주택법 개정안은 철회됐다.

정부가 집값을 끌어내리기 위해 동원 가능한 규제는 다 쏟아내고 있다. 국토부는 공공택지의 분양원가가 공개되면 민간 사업자가 짓는 아파트의 가격 거품이 드러나고, 분양가를 낮춘 아파트가 많아지면서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믿는 것 같다. 공공 아파트를 값싸게 공급해 주변 집값도 낮출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분양원가 공개는 이미 실패한 정책이다.

이 제도는 과거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분양가격 공시정보를 7개에서 61개로 확대하면서 도입된 바 있다. 하지만 실제 분양가격이 떨어진 효과는 어디에서도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주택 공급이 급격하게 위축되면서 집값과 전셋값이 폭등하는 등 부작용이 심해지자 결국 2012년 공시정보를 12개로 줄였다. 이번에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원가공개 항목은 지금의 택지비(3개), 공사비(5개), 간접비 및 기타비용(4개)에서, 토목의 각종 공사비로 세분된 13개, 건축 23개, 기계설비 9개 등이 더 추가된다. 자재비는 물론, 인건비 등 자세한 공사원가, 설계명세, 원·하도급 가격 등이 모두 드러나게 돼 있다. 한마디로 건설업체의 영업비밀을 몽땅 내놓으라는 얘기다.

이건 시장경제가 아니다. 시장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게 정상이다. 적정원가의 기준 또한 없다. 어떤 제품이든 원가는 기업의 생산성이나 기술력, 금융비용 등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이를 한 가지 잣대로 평가하면 기술혁신 등을 통한 원가절감의 유인(誘因)이 사라지고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분양원가가 공개되면 건설회사들은 공급을 줄일 게 불보듯 뻔하다. 공공 아파트의 분양원가 공개는 필연적으로 민간 아파트에 대한 원가공개 압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해 민간 아파트에도 실질적인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고 있다.

기업은 이익이 남지 않는 사업을 벌이지 않는다. 인위적 가격통제 정책이 결코 성공할 수 없는 이유다. 공급이 줄어들면 집값은 반드시 오른다.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노력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하지만 반(反)시장적 원가 규제로 분양가격을 일률적으로 결정하겠다는 정책은 실패하고, 그 피해는 주택 수요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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