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DQ교육 현장을 가다] 싱가포르, 넓어진 디지털 세상…‘사이버 위험’ 면역력 기른다

입력 2018-10-04 09:31 수정 2018-10-04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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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미디어청 교육위 운영해 학생·학부모·교사 대상 워크숍…비판적 사고 길러 분별력 향상

“오늘 아침에 신문을 봤더니 싱가포르에서 이커머스(전자상거래) 범죄가 나날이 늘고 있다고 하더군요. 우리가 사이버 관련 교육을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싱가포르 정보통신미디어개발청(iMDA)에서 별도로 운영하는 디지털 교육위원회(MEDIA LITERACY COUNSEL, MLC)의 아드리안 림(Adrian Lim) 위원장은 싱가포르의 디지털 인성(DQ) 교육을 책임지고 있다. iMDA는 미디어 전반에 관여하는 싱가포르 정부기관으로, 콘텐츠의 자체 심의 및 검열부터 교육까지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MLC를 통해 싱가포르 사회에 디지털 교육을 확산시키고 있다.

싱가포르 디지털 교육의 일환인 DQ 교육은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 기술에 노출된 디지털 세대가 인터넷 과다 사용, 온라인 범죄, 사이버 폭력, 해킹 등의 사이버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디지털 시민의식과 온라인 인격을 함양해 준다.

▲아드리안 림 싱가포르 iMDA MLC 위원장.
▲아드리안 림 싱가포르 iMDA MLC 위원장.
지난달 싱가포르를 방문해 만난 림 위원장은 DQ 교육이 현실로 다가왔음을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가 점점 온라인화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사회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근본적인 물음을 갖고 있었다”며 “특히 (온라인에 노출되기 쉬운) 학생들을 마주하는 부모나 교사에게 필요한 교육법을 찾아주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iMDA는 그 해답으로 싱가포르에 있는 비영리기관 DQ인스티튜트와 손잡고 DQ 교육을 실행하고 있다. 현재 온라인 괴롭힘, 가짜뉴스, 사이버 보안 등에 대한 주제로 ‘Better Internet(더 나은 인터넷)’ 캠페인을 연간 단위로 진행 중이며, 학생뿐 아니라 부모와 교사를 대상으로 한 워크숍도 병행하고 있다. 또 30초짜리 교육 비디오를 만들어 아이들에겐 사이버 괴롭힘에 대해, 일반 대중에겐 가짜뉴스에 대해, 시니어층에겐 사이버 보안에 대해 교육하고 있다.

림 위원장은 “확실한 것은 싱가포르의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닥칠 수 있는 사이버 위험성을 어떻게 피할지 도움을 원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현재 DQ 교육을 시행한 후 40회 정도 부모 워크숍을 열고 피드백 사례를 모으고 있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 정부와 부모들의 DQ에 대한 관심은 실제 통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DQ인스티튜트가 올 1월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전 세계 8세부터 12세까지 어린이 가운데 약 56%가 사이버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버 위험 노출이 심한 아르헨티나와 인도네시아 등의 경우 비율이 70%를 웃돈다. 반면 싱가포르는 54%로 평균보다 낮은 수준을 보였다.

인터뷰 내내 림 위원장은 DQ 인스티튜트와 진행 중인 교육 커리큘럼 책자를 보여주며 8가지 핵심 능력을 거듭 강조했다. 이는 △온라인 인격 형성 능력 △디지털 이용시간 조절 능력 △사이버 폭력 대처 능력 △사이버 보안 능력 △디지털 공감 능력 △온라인 정보 선별 능력 △디지털 발자국 관리 능력 △온라인 사생활 관리능력 등을 말하는 것으로, 세부적인 항목을 정기적으로 체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림 위원장은 이 8가지 중에서 온라인 정보를 선별할 수 있는 ‘비판적 사고’를 학교에서는 가장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부모도, 아이도 뉴스를 보고도 무엇이 진짜인지 알기가 어려운 것이 요즘 현실”이라고 꼬집어 말했다. 그는 “우리가 흔히 아는 IQ나 EQ는 책상 앞에 앉아서 지능을 올릴 수 있는 분야인 데 비해 DQ는 사정이 다르다”며 “DQ 교육은 온라인 괴롭힘의 유형이 어떻게 바뀌는지, 얼마나 화면을 오래 보는지, 지금 남긴 온라인 기록이 나중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을 인지시켜 주는 것인 만큼 교사, 학부모 등이 생활 속에서 계속 자녀에게 관심을 갖고 대화를 나누는 등 지켜보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림 위원장은 “싱가포르 정부의 궁극적인 목표는 시민들이 똑똑하게 디지털 삶을 영위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플랫폼과 콘텐츠를 만들고 제공하는 것이 우리 위원회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DQ(Digital Quotient)지수란

IQ, EQ처럼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사회적, 감성적, 인지적 능력을 지수화한 것이다. 아이들에게 디지털 시대에 필요한 사이버 위험을 스스로 이겨낼 수 있는 분별력을 길러주기 위해 박유현 박사가 이끄는 DQ인스티튜트가 미국 스탠퍼드대, 싱가포르 난양기술대 등과 공동으로 개발했다.

DQ인스티튜트의 교육프로그램으로 알려진 DQ월드는 온라인 교육, 실시간 평가, 상담원과의 무료 연결 등이 결합된 프로그램으로, DQ월드 홈페이지를 통해 전 세계 모든 국가와 학교가 커리큘럼을 공유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이 프로그램은 론칭 9개월 만에 싱가포르와 멕시코, 호주, 한국, 태국, 터키, 나이지리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30곳이 넘는 국가에서 60만 명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활용되고 있다. 점차 시장이 커지면서 협력기관 역시 싱가포르 난양공과대학교와 구글, 트위터 등 100개 이상의 조직으로 늘어난 상태다. DQ 프로그램을 완료한 어린이들을 분석한 결과 DQ 점수가 10% 증가하는 반면 사이버 위협은 15% 감소해 공감능력, 비판적 사고 등 미래 지향적 역량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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