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선영의 異見] 땅콩과 마법사

입력 2018-09-17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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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차장

‘항공 덕후(일본어 오타쿠(御宅)를 한국식으로 발음한 ‘오덕후’의 줄임말)’, 이른바 ‘항덕’이라 불리는 항공기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국적 항공사를 부르는 별명이 따로 있다고 한다.

대한항공은 ‘댄공’ 혹은 ‘땅콩항공’이라 불리며, 아시아나항공은 ‘(마)법사네’, 제주항공은 ‘감귤항공’ 등으로 지칭된다.

본래 이름을 두고 굳이 별명을 만들어 부르는 것은 국적 항공사에 대한 애정의 표시일 것이다. 실제로 이들은 국적 항공사 1위 대한항공을 줄임말 ‘댄공’이라 부르며 친근함을 나타내고 있고, 제주항공을 ‘감귤항공’이라 부르며 대형 항공사(FSC)와 차별화하는 LCC(저비용항공사)만의 신선함을 강조하고 있다. 물론 제주항공이 ‘감귤항공’으로 불리게 된 데에는 제주공항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제주항공의 태생과 상징색(주황색)에서 기인한 부분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런 별명들이 꼭 좋은 의미를 갖는 것만은 아니다.

아시아나항공을 지칭하는 ‘법사네’의 경우다. 처음부터 이 명칭이 부정적인 의미를 가진 것은 아니었다. 아시아나항공의 별명 ‘법사네’는 아시아나항공의 고유식별 영문코드인 ‘OZ’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OZ’가 소설 ‘오즈의 마법사’를 연상시킨다며 아시아나항공을 ‘마법사네 항공사’에서 ‘법사네’로 부르게 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런데 ‘법사네’라는 별명에 다른 의미가 들어가게 된 것은 마법과 같은 아시아나항공의 운항 전략 때문이라고 한다. 보유 항공기 수를 고려하면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운항 스케줄을 아시아나항공이 운영하자 아시아나항공이 무리하게 비행기를 돌리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으며, ‘법사네’라는 별명을 통해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불안감을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 ‘카더라’처럼 돌았던 이 이야기는 ‘기내식 대란’으로 내부고발이 이어지면서 사실로 드러났고, 아시아나항공은 항공사로서 최대 가치인 ‘안전성’에 타격을 입게 됐다. 물론 아시아나항공은 이와 관련해 철저한 자기 반성과 대응에 나서고 있다며 수습했으나,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불신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마치 ‘땅콩항공’이 낙인처럼 대한항공을 따라다니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온라인상에서 대한항공은 ‘땅콩항공’이라고 불린다. 모두가 짐작하듯 ‘땅콩항공’은 과거 ‘땅콩회항’ 사건으로 붙여진 별명이다. 2014년 12월 대한항공 오너 일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이륙 준비 중이던 기내에서 땅콩 제공 서비스를 문제 삼아 비행기를 되돌리고, 박창진 사무장을 비행기에서 내리게 해 큰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땅콩 제공 서비스가 문제됐던 탓에 언론 등에서는 이를 ‘땅콩회항’ 사건으로 명명했고, 대한항공의 별명도 덩달아 ‘땅콩항공’이 됐다.

벌써 4년이 다 되는 이야기이지만, 최근 ‘물벼락 갑질’ 사태와 같은 불미스런 일이 벌어질 때마다 함께 언급되며 부정적인 이미지를 확대시키고 있다.

사법부 등의 판단이 남아 있지만, ‘갑질 사태’와 ‘기내식 대란’ 등 이들 항공사를 뒤흔들었던 일련의 사태들은 어느 정도 마무리돼 가는 모양새다. 그러나 언급되지 않는다고 대중들이 이를 잊은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한 번 실추된 기업의 이미지를 회복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나,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땅콩항공’, ‘법사네’가 아닌 애정 가득한 항공사들의 새 별명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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