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책 읽기는 행복하십니까 [홍샛별의 별별얘기]

입력 2014-09-15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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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열하는 태양도 그 기세가 꺾였고, 짠내 나던 바람도 손을 가져다대면 찐득함 대신 선선함이 잔뜩 묻어있다. 그렇다. 뜨거운 여름이 가고, 시원한 가을이 돌아왔다.

가을을 천고마비의 계절이라고 했던가.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찌는 계절, 가을의 대명사는 역시 독서, 책이다. 그런데 어느 샌가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란 말조차 가물가물하다. 그렇게 책 읽기는 해가 갈수록 남의 일이 된 듯 멀어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8일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문해의 날(International Literacy Day)’이었다. 알다시피, 우리나라의 뛰어난 유산이자 자랑스러운 문화인 한글 덕분에 우리 국민의 문해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문해력에 비해 독해력은 한없이 뒤쳐진다. 점점 위축되는 책읽기 문화로 인해 우리 국민의 독서 기초 체력은 저 밑바닥을 헤매고 있다.

독서 기초 체력의 부족 현상은 여러 군데에서 감지된다. 최근 스웨덴 한림원은 노벨상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주요 부문 발표 일정을 공개했다. 관례에 따라 노벨문학상은 10월 9일이나 16일쯤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에도 가장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는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다. 하루키는 영국의 온라인 도박사이트 래드브록스에서 배당률 5대1로 올해 가장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점쳐졌다. 올해 하루키가 노벨문학상을 받게 되면 일본은 가와바타 야스나리(1968년), 오에 겐자부로(1994년)에 이어 세 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하게 된다.

수년간 꾸준히 수상 후보로 꼽혀온 국내 시인 고은은 배당률 25대1로 미국 소설가 토머스 핀천, 루마니아 작가 미르체아 카르타레스쿠와 함께 공동 12위에 올라 있다. 매년 고은이 노벨문학상 후보로 회자되긴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단 한 명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도 배출하지 못한 국가 중 하나다.

우리나라처럼 다른 국가보다 독서에 유리한 국가도 없다. 제로에 가까운 문맹률, 높은 문해력 덕분에 어느 책이건 단 번에 읽을 수 있는 최상의 독서환경과 조건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장과 무기만 좋은 ‘빛 좋은 개살구’다.

중국과 일본에서도 탄생한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한국에서 나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제는 독서의 부족이다. 독해는 독서에서 출발한다. 단순히 글자를 읽는 걸 넘어서 문맥을 이해하고, 분별력과 이해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다독만이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에게 독서는 취미나 즐거움이 아닌, 자기계발의 수단이자 성취해야할 과제 중 하나일 뿐이다.

문학평론가, 故 김현의 ‘행복한 책읽기’라는 책에 한동안 사로잡힌 경험이 있다. 평론가 김현이 그간 읽은 책과 영화, 일상의 단상을 간략한 감상과 함께 적어 놓은 이 책은 김현의 책에 대한 세레나데다. 평론가 김현은 죽음을 앞두고 병마와 싸우면서도 끝내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읽어야 해서가 아닌, 읽고 싶어서였다. 그에게 책읽기는 행복이었고, 사랑이었다.

가끔은 반복된 일상에 지쳐 몸과 마음이 힘들어 책마저 염증이 날 때, 책 읽는 게 행복하지 않을 때, 그럴 땐 김현의 책 읽기를 떠올려본다. 그가 죽음의 순간을 맞이하면서까지 놓지 않았던 책의 달콤함, 행복함을 떠올리며, 내가 가장 행복하게 책을 읽던 대학시절의 그 순간으로 나 자신을 데려간다.

책은 행복한 마음으로 읽어야 제 맛이다. 심지어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고, 곧 노벨문학상 수상자도 발표된다. 세상에는 좋은 책이 참 많다. 책이 읽고 싶어지는 이유가 많아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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