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미인’, 얼굴만 예쁘면 만사 OK? [최두선의 나비효과]

입력 2014-07-14 06:53 수정 2014-07-14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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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바노바기 페이스북, 스토리온

흔히 우리나라를 ‘성형 공화국’이라고 말한다. 이젠 쌍꺼풀 수술은 애교란다. ‘외모도 경쟁력’이란 말처럼 사회 전반적으로 팽배한 외모 지상주의는 예뻐지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회 분위기를 조장했고, 너나 할 것 없이 수술대 위에 누워 미의 경쟁을 펼치는 형국이다.

물론 성형은 개인의 자유다. 그런데 케이블채널 스토리온의 ‘렛미인4’가 요즘 성형을 다루고 있는 행태가 다소 우려된다. ‘주걱턱’, ‘거구의 잇몸녀’ 등 자극적인 수식어와 함께 주인공들이 등장하고, 불과 70여 일의 수술 기간을 거쳐 새롭게 태어난다. 결과는 놀랍다. 안타까울 정도의 외모 결함을 가졌던 주인공들은 어느새 연예인 못지않은 미모를 자랑하고 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성형외과 전문의들은 그야말로 조물주 그 자체다.

방송을 보고 있으면 ‘아,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여기에 ‘렛미인4’가 가진 부정적 영향이 담겨 있다. 눈을 의심케 하는 극단적 성형 대상자 선정은 성형의 위험성을 느낄 수 없게 한다. ‘저렇게까지 예뻐질 수 있구나’라는 생각은 나의 신체적 단점이 아주 간단한 수술로 금방 고쳐질 수 있다는 착각을 전달한다. “세계적인 모델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미란다 커의 이미지가 있다”는 말처럼 ‘렛미인4’는 주인공의 수술 후 아름다움에 주목한다. 주인공이 살을 절개하고, 뼈를 깎은 끔찍한 과정은 요약돼 편집되거나 공개되지 않는다. 물론 수술 후 후유증 역시 시청자에게 공개되지 않는다. 주인공은 그저 성형수술을 통해 예뻐졌고 이는 아주 간단한 것처럼 보인다. 성형 수술이란 기술이 그야말로 불가능을 넘어선 능력으로 비춰지며 시청자를 현혹하는 것이다.

▲사진=스토리온

혹자는 부정교합 등 생활에 지장이 있었던 부분을 교정해 삶을 개선하고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는 희망적 요인이 있다고 항변한다. 그렇다면 사회생활을 저해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수술만 하면 되지 왜 지방 이식, 앞트임, 쌍꺼풀, 턱을 필요 이상으로 깎는 등의 미용 수술까지 병행한단 말인가. ‘거구의 잇몸녀’에서 181cm 모델로 재탄생한 ‘렛미인4’ 박동희씨의 경우에도 돌출된 잇몸, 부서진 치아, 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부정교합에 대한 수술만 진행됐다면 ‘응원’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받은 성형 수술은 대부분 미용 수술이었다. ‘렛미인4’가 극단적으로 예뻐지는 것에 초점을 맞춘 성형 조장 프로그램이란 것에 더 힘이 쏠리는 부분이다.

‘성형 공화국’ 한국에서는 성형 중독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전문의들은 성형 중독 환자들은 사물을 볼 때 세부적인 부분을 확대해서 본다고 한다. 일반인들은 우뇌를 사용해 얼굴 전체를 보지만 성형 중독자들은 좌뇌를 이용, 각 부분을 세밀하게 본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신체의 조그만 결함에 집착해 성형 중독에 빠지기 쉽다. 이런 환자들에게 ‘렛미인4’는 그야말로 신세계 그 이상이다. 성형이 무서워 주저하고 있던 사람들, 예뻐지고 싶지만 성형 부작용이 두려워 운동 등 다른 방법에 매진하고 있었던 사람들에게 '렛미인4'는 '생고생하지 말고 어서 수술해라'라고 부추긴다. 예뻐지고 싶은 욕구를 가장 직접적으로 건드리는 자극적 연출과 결과물이 낳은 폐단이다.

‘남들 다 하는데 왜 나만 손해 봐야 하나?’라는 심리적 요인이 젊은 세대 사이에 팽배해 있고, 기성 세대들은 졸업 선물로 성형 수술을 해주는 기형적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몸에 조그마한 흉터만 생겨도 신경이 쓰이는 것이 당연지사지만 우리는 얼굴을 칼을 자르고, 실리콘을 집어넣은 채 평생을 살아가려 한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성형은 자유다. 하지만 그 끔찍한 부작용과 후유증은 역시 당사자가 안고 가야할 책임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형의 아름다운 결과물에만 집중하고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렛미인4'의 기획이 심히 우려된다. 성형이 가지고 있는 부정적 요인은 백번, 천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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