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시스템적으로 살기 -한숙기 한스코칭 대표

입력 2014-03-19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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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와 눈먼 일곱 생쥐’라는 중동지방 우화가 있다. 코끼리의 정체를 파악하러 간 생쥐 중에 다리를 만진 쥐는 기둥, 꼬리를 만진 쥐는 동아줄, 상아를 만진 쥐는 창이라 말하자 현자 생쥐가 나선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다 훑어 보고는 코끼리임을 알아낸다. ‘부분을 알면 그럴 듯한 얘기를 만들 수 있지만, 지혜는 전체를 아는 데에서 온다’는 교훈을 남긴 우화다.

1990년대 청바지의 대명사이던 리바이스 브랜드. 1996년 매출 정점을 찍은 이후 4년간 기업시장 가치, 시장점유율이 50%로 급감하는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1950년대 이후 ‘포춘 100’에 오른 500개 기업 중 87%가 갑작스러운 성장의 멈춤 현상을 겪는다. 50년 종단 연구 결과, 통제할 수 없는 외부적 요인이 13%에 불과했고 프리미엄 포지션 전략 실패, 혁신시스템 고장, 인재 채용 부실 등 내부 시스템이 문제로 드러났다.

비즈니스건, 인생살이건 점점 늘어나는 복잡도는 이제 전체와 부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것을 요구한다. 영업이익률, 재고 수준, 가동률 등 개별 KPI가 잘 관리돼도 조직 전체의 성과가 부진한 경우가 흔히 발생한다. 세포 단위 연구가 아무리 발전해도 조직, 기관 레벨의 생명 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 부분의 지식으로부터 전체의 지식이 나온다는 생각, 부분을 잘 관리하면 전체가 관리된다는 생각, 부분의 합과 전체는 등식이라는 우리의 산술식은 이제 업데이트될 필요가 있다.

부분과 전체는 때로는 경쟁하고 자원의 내부 경쟁으로 인해 필연적으로 상충한다. 부분을 살리면 전체가 죽고 전체를 살리면 부분이 죽는 게 경영의 딜레마다. 흥미로운 건 시스템 중 가장 완벽한 형태인 우리 몸에서 생명현상은 철저한 전체주의라는 점이다. 전체를 살리기 위해 세포들은 자살도 불사한다. 이 규칙을 따르지 않으면 질병이 된다. 전체의 질서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세포가 바로 암세포다. 사회의 암 같은 존재란 부분 최적화를 추구하는 존재를 일컫는 말이다. 국가 지도자의 장기 집권 욕구로 인한 선진화 지연, 노조의 과도한 임금인상 요구로 인한 생산 차질은 부분 최적화가 가져다 준 폐해다.

세상이 점점 복잡해지는 것은 원인과 결과가 그리 단순하지 않음에서 연유한다. 임금을 올리면 생산성이 일정 수준까지는 올라가나 무한정 증가하진 않는다. 신뢰를 쌓기는 더디나 한 번 깨지면 회복하는 데 몇 배의 시간이 필요하다. 칭찬을 하자 한 구성원에게는 동기수준이 올라가고 다른 이에게는 나태함이 증가한다. 의도치 않았던 작은 사건으로 고객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는다. 이러한 비선형성으로 인해 현상-예측-관리의 패러다임보다는 구조-이해-적응의 패러다임이 필요해진다. 시스템의 개선은 예측이 아니라 이해에서 온다.

인과관계를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만들어진 결과가 또 다른 결과를 낳아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처음에 좋은 성적을 받은 학생은 선생님의 주목을 받아 갈수록 성적이 좋아진다. 인력을 감축하면 현재의 이윤이 증가하나 조직 생산성이 떨어져 더욱 인력 감축을 하게 된다. 어제의 해결책이 오늘의 문제가 된다. 그러므로 현상 구조를 이루는 변수를 찾고 그 변수 간의 인과관계를 동시에 생각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주변의 모든 것이 서로 연결돼 있음을 생존의 원리로 얼마나 깊게 받아들이냐가 생존력을 좌우한다.

시스템은 언제나 살아 움직인다. 안 변하면 그게 더 문제다. 소치올림픽 쇼트트랙에서 계주선수들은 달리면서 바통을 이어 받는다. 우리 눈은 끊임없이 깜박임으로써 순간변화율인 미분값을 높인다. 변화대응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돌연변이는 개체 진화의 중요한 메커니즘이다. 조직 내 혁신, 자발성, 창의성을 이끌어내기 위해 리더가 할 일은 의도적 혼돈의 조성과 적당한 불안정성 유지다. 도전적 목표 제시, 다소 애매한 과업 제시, 개방성 확대, 프로세스 국지화 등이다. 구글 웨이의 핵심은 개방성에 있는데 다양한 인재 구성은 물론 외부 엔지니어, 심지어 경쟁사 앱이나 플랫폼과도 협력하고 있다. 복잡도가 올라간 만큼 창발적 질서가 더 성할 것이다. 혁신을 원하면 흔들어라. 달리하라. 정확히 예측된 미래에 대한 기대 대신 적응의 대상으로서의 미래를 바라볼 일이다. 과학적 합리성에서 다양성으로, 경쟁우위에서 협동우위로, 부분에서 합으로 가는 과정에 개입하는 창발의 힘에 주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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