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디피 인상, 누구를 위한 마케팅인가 [오상민의 현장]

입력 2014-03-07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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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민 문화부 차장 겸 골프팀장

요즘 2만원이 문제다. 그깟 2만원이 무엇이기에 사람의 마음을 이리도 복잡하게 할까. 팀당 10만원이던 캐디피가 지난해 경기 여주·광주 등 일부 지역 회원제 골프장을 중심으로 2만원씩 인상, 현재 절반이 넘는 골프장이 캐디피 12만원을 적용하고 있다. 올해 안에는 대부분 골프장이 12만원으로 인상될 전망이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골프 대중화를 위해 그린피는 낮추고 서비스는 개선하려는 몸부림이 처절하지만 캐디피만 예외다. 골프장은 캐디피 인상을 이유로 캐디의 업무 환경과 고객 서비스 개선이라는 두 토끼를 내세웠다. 업무가 과중한 캐디에게는 처우를 개선하고, 소비자에게는 보다 나은 서비스로 보답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캐디와 소비자는 골프장의 배려에 얼마나 감동을 받고 있을까. 안타깝지만 감동은커녕 골프장에 대한 불신만 커졌다. 소비자는 기대했던 서비스를 받지 못해서, 캐디는 2만원에 대한 서비스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았기 때문이다. 결국 캐디의 업무 환경도, 소비자 서비스 개선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다. 국내 골프장은 1캐디 4백 시스템(캐디 1명이 4명의 골퍼를 보조)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4명에게 거리·방향·라이를 제시하며 클럽을 챙겨주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게다가 경기 시간까지 조율해야 하니 중노동이다. 이같은 환경에서 서비스 개선은 사실상 기대하기 힘들다.

캐디피 인상이 반갑지 않은 것은 캐디도 마찬가지다. “캐디피는 올랐는데 서비스는 나아진 게 없네”라는 소비자 불만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캐디피를 덜 받더라도 마음 편하게 일하고 싶다는 게 요즘 캐디들의 속내다.

그럼에도 골프장의 캐디피 인상은 계속되고 있다. 물론 골프장도 할 말은 있다. 캐디피 2만원 인상 뒤에는 캐디 수급난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존재한다. 캐디 기피 현상이 나타나면서 대부분 골프장이 캐디 수급에 골머리다. 일부 골프장은 캐디가 없어 라운드를 못할 지경이다.

결국 캐디 수급난을 겪던 골프장들이 내놓은 카드가 캐디피 인상이다.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 졸속 마케팅이지만 처음에는 통했다. 경쟁 골프장보다 2만원이나 비싼 캐디피로 인해 당장의 캐디 수급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다. 경쟁 골프장들이 하나둘 캐디피 인상을 선언하면서 골프장은 ‘제 살 깎아먹기’ 경쟁에 들어갔다. 결국 골프장은 당장의 캐디 수급을 위해 캐디와 소비자에게 고통을 떠넘긴 꼴이 됐다. 마케팅이 서툰 골프장이라도 정도가 지나치다. 팀당 2만원이면 1인당 부담액은 5000원이다. 골퍼에게 5000원은 대수롭지 않다고 판단된 것일까. 아무렇지 않게 캐디피 인상을 선언한 골프장에 대한 불신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골프장 500개 시대다. 제법 저렴한 그린피를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다. 게다가 스크린골프 활성화로 골프장을 멀리하는 사람이 늘었다. 하지만 골프장은 아직도 마케팅이 서툴다. 고작 5000원에 소비자 불신을 키우는 골프장의 무능함이 골프 대중화의 암담한 현실을 대변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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