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의 말]지방선거와 정당, 어이~ 물렀거라

입력 2014-02-18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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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ㆍ전 청와대 정책실장

정당이 공직선거에 참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학교가 학생을 가르치는 것만큼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정당이라는 게 정치권력 획득을 목표로 하는 결사체이고, 그 정치권력은 선거를 통해 얻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민의 60% 가까이가 이 자연스러운 일을 반대한다. 기초지방선거에 공천을 하지 못하게 하라는 것이다. 학교로 치면 학생을 가르치지 못하게 하는 일이다.

두 가지 질문을 던져 보자. 첫째, 다른 나라도 다들 그렇게 하는가? 그렇지 않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민주국가 중에는 미국이 유일하다. 미국의 경우 기초지방정부의 70% 이상이 공천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나라 전체나 주(州) 전체를 묶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지방정부 차원의 규제다. 이를테면 캘리포니아 주 안에서도 로스앤젤레스는 금지를 하지만 샌프란시스코는 하지 않는다.

두 번째 질문이다. 금지해도 문제가 없는가? 왜 없겠나. 많다. 우선 누가 누구인지, 또 어떤 후보가 어떤 정치적 성향을 지니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자연히 선거에 대한 관심은 낮아지고, 투표율도 떨어지게 된다.

관심을 가져도 문제가 된다. 정당을 모르니 관심은 자연스레 ‘인물’로 쏠리게 된다. 정당은 없고 정책은 그게 그것 같기 때문이다. 결국 학력과 경력이 좋은 보수성향의 후보들이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그리고 그 결과 지방정부의 보수편향이 강화된다. 크게 경계해야 할 부분 중의 하나다.

우연과 기득권이 작용하는 것도 문제다. 아라비아 숫자든 가나다 순이든 앞 번호를 받는 쪽이나, 지명도가 높고 조직이 강한 현직이 유리하게 되어 있다. 선거 기능은 그만큼 내려앉게 되어 있다.

이 문제는 그만큼 책임을 묻기 힘든다는 말도 된다. 열심히 하지 않고도 당선되고 재선도 될 수 있는데 굳이 무리해서 열심히 할 이유가 있겠는가. 다시 출마하지 않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정당공천을 했으면 정당 차원에서 책임을 물을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그럴 수도 없다.

이런 여러 가지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다수는 여전히 정당공천을 반대한다. 학교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학교를 고치자고 해야 할 터인데, 그러지 않고 아예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말자고 하는 형상이다. 냉소와 혐오가 그만큼 깊다는 뜻이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정당이나 중앙정치가 지방정치와 지방행정을 엉망으로 만든 게 하루 이틀이 아니다. 공천만 해도 그렇다.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자질과 역량은 뒷전이다. 중앙당 차원의 철학과 비전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 것은 원래 있지도 않다. 많은 경우 그저 공천권을 쥔 사람의 정치적 욕심이나 재정적 욕구를 얼마나 채워 줄 수 있느냐가 기준이 된다.

그러니 뭐가 제대로 되겠나. 시장·군수가 줄줄이 구속되고 재정이 줄줄 새고, 정책과 인사가 엉망이 되는 등 무리한 일들이 수시로 일어난다. 지방자치를 하지 말거나 정당이 정당 역할을 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야당이든 여당이든 이 문제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여야 옳았을까. 모든 문제가 자신들로부터 출발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민망해해야 하지 않았을까. 입장을 정하기 전에 반성문과 함께 개혁안을 내놓아야 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영 그렇지가 않다. 여야 모두 또다시 정략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여당은 국민적 냉소와 혐오 그리고 요구를 아예 무시하고 있다. 대통령 공약 사항이기도 한 데 말이다. 국민적 요구를 이해한다는 말도, 앞으로 스스로를 어떻게 개혁하겠다는 말도 없다.

야당도 마찬가지다. 지방정부의 보수화 경향이나 지방정치와 지방행정의 책임성을 확보하는 문제 등 공천금지가 불러올 문제들에 대한 고민은 없다. 그저 현직이 많아 유리하니 그렇게 한 번 해 보자는 식이다. 그러고는 공약을 지키지 않는 여당을 공격하는 데 올인하고 있다. 이기고 지고의 문제만 있는 것이다.

또 한 번 한심한 모습들이다. 결국 그렇다. 이래저래 공천금지라는 국민의 마음에 한 표 던진다. 여야 어느 쪽이 옳아서가 아니라 둘 다 보기 싫어서다. 어이~ 물렀거라. 문제가 생긴들 지금보다 더 나빠지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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