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산업 파워를 찾아서 ⑮명필름]‘접속’ 필두로 웰메이드 영화의 명가 ‘우뚝’

입력 2013-08-23 10:36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한국영화 질적 성장 기여…2015년 파주 영화학교 설립 등 후진양성에도 나서

영화사 명필름은 서울 종로구 필운동의 한적한 주택가에 위치해 있다. 대문 안에는 영국 사냥개 골든 리트리버가 한가한 낮잠을 청하며 명필름을 지키고 있다. 명필름을 접한 첫인상은 평범한 가정집을 방문한 듯한 아늑함이었다.

명필름은 한국영화에 기획영화가 도입되면서 산업논리가 영화계에도 본격적으로 구축된 1990년대 영화사의 흐름과 같이한 영화사다. 한국영화 최초 기획영화 ‘결혼이야기’의 홍보를 맡았던 심재명이 독립영화 단체 ‘장산곶매’에서 ‘파업전야’ 등을 제작했던 남편 이은과 1995년 명필름의 전신인 명기획을 설립했다.

설립 이듬해 최초로 제작한 영화가 ‘코르셋’(1996)이다. 제33회 대종상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은 이 작품은 여성의 육체를 조여왔던 코르셋을 벗어던지는 뚱뚱한 여자를 통해 여성의 자기 억압 가치관을 낱낱이 해부했다는 평을 받았다. 서울에서 11만 관객을 동원하며 1996년 박스오피스 50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1997년 영화 ‘접속’은 장윤현 감독이 공동으로 각본을 쓰고 한석규, 전도연 등이 출연했다. ‘접속’은 PC통신을 통해 사랑의 아픔을 가진 두 사람의 만남이 이루어진다는 내용의 로맨스 작품이다. 특히 인터넷이 활성화되기 이전 당시 시대적 상황을 압축적으로 나타내는 소재인 PC통신을 영화 속으로 끌어들이며 평단과 관객의 높은 지지를 얻어냈다. 150만 명의 관객을 불러 모았고, 0ST는 70만장 이상이 팔리는 등 영화계를 고무시켰다.

1998년에는 ‘조용한 가족’을 통해 1980년대 후반 이후 종적을 감췄던 공포물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서울 관객만 34만명을 기록한 ‘조용한 가족’으로 데뷔한 김지운 감독은 이후 역대 공포영화 최고 흥행을 기록한 ‘장화, 홍련’의 기반을 다지기도 했다.

1999년엔 최민식, 전도연, 주진모가 주연을 맡고 정지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해피 엔드’를 제작, 당시로선 파격적인 노출과 정사신을 선보였다. 칸영화제, 아시아·태평양 영화제 등 총 17개 영화제에 진출하는 등 작품성에서도 높이 인정받았다. 또한 서울 54만 명, 전국 누적 관객 73만 명을 기록하는 등 작품성과 흥행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작품으로도 기록되고 있다. 전도연은 노출 연기로 화제를 모았고 동시에 바람난 유부녀와 그녀를 죽인 실업자 남편의 사랑 이야기라는 내용으로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2000년에는 독립영화계에서 활동하던 김기덕 감독을 주류 영화사로 입문케 한 영화 ‘섬’을 탄생시켰다. 저예산 작가주의 영화인 ‘섬’도 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해 영화계 이목을 집중시켰다. 같은 해 분단의 아픔을 그린 ‘공동경비구역 JSA’는 박상연의 소설 ‘DMZ’을 각색해 제작한 영화로 박찬욱 감독을 메가폰을 잡았다. 전국 583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각종 상을 수상하며 명필름의 위상을 높였다.

이후 명필름은 임순례 감독의 ‘와이키키 브라더스’(2001), 임상수 감독의 ‘바람난 가족’(2003), 김응수 감독의 ‘욕망’(2004) 등의 작품을 내놓으며 웰메이드 영화제작사로의 명성을 이어갔다.

비인기종목인 여자 핸드볼 이야기를 다룬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7), 한국 애니메이션 사상 최고의 흥행 기록을 세운 ‘마당을 나온 암탉’(2011), 첫사랑과 건축의 만남으로 한국 멜로 영화 흥행 신기록(411만명)을 쓴 ‘건축학개론’에 이르기까지 명필름의 14명 구성원은 영화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써내려 가고 있다.

영화계의 역사적 흐름과 같이했던 명필름은 영화계의 미래를 위한 투자로도 유명하다. 오는 2015년 2월 개강을 목표로 경기 파주 출판단지에 설립할 명필름 영화학교는 영화 제작과 교육이 동시에 이뤄지는 전문 교육기관이다. 한국 최고의 영화인들이 객원교수로 참여해 후진 양성에 나선다. 2014년 하반기 파주 출판단지에 개관 예정인 명필름 아트센터는 예술영화전용관, 다목적 공연장, 상설 및 기획전시관으로 구성된 명필름 문화재단의 역점사업 중 하나다.

지난 1995년 설립 이래 33편의 영화를 제작, 배급해온 명필름은 새로운 주제에 대한 과감한 접근을 시도했고, 효율적 제작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 창의적이고 과학적 마케팅을 실현하는 등 한국영화의 산업화와 질적 성장에 이바지한 영화제작사로 우뚝 섰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여의도4PM' 구독하고 스타벅스 커피 받자!…유튜브 구독 이벤트
  • “흙먼지에 온 세상이 붉게 변했다”…‘최악의 황사’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이슈크래커]
  • 동성 결혼, 반대하는 이유 1위는? [그래픽뉴스]
  • 도지코인, ‘X 결제 도입’ 기대감에 15.9% 급등 [Bit코인]
  • “청와대 옮기고, 해리포터 스튜디오 유치”…4·10 총선 ‘황당’ 공약들 [이슈크래커]
  • 드디어 ‘8만전자’...“전 아직 96층에 있어요” [이슈크래커]
  • 주중 재벌, 주말 재벌, OTT 재벌…‘드라마 재벌家’, 이재용도 놀랐다 [요즘, 이거]
  • 지하철 파업 때는 ‘대체 인력’ 있지만 버스는 단 한 대도 안 와…왜?
  • 오늘의 상승종목

  • 03.29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9,928,000
    • -0.6%
    • 이더리움
    • 5,061,000
    • -0.63%
    • 비트코인 캐시
    • 899,000
    • +9.7%
    • 리플
    • 894
    • +1.13%
    • 솔라나
    • 264,800
    • +0.04%
    • 에이다
    • 930
    • +0.65%
    • 이오스
    • 1,586
    • +5.24%
    • 트론
    • 171
    • +0%
    • 스텔라루멘
    • 205
    • +5.13%
    • 비트코인에스브이
    • 140,100
    • +5.02%
    • 체인링크
    • 26,980
    • -3.09%
    • 샌드박스
    • 1,004
    • +1.93%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