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국영 자살! 만우절 거짓말이지요?”[배국남의 X파일]

입력 2013-03-31 13:43 수정 2013-04-02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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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뉴시스/신화)
“장국영 자살! 만우절 거짓말이지요?”[배국남의 X파일]

벌써 10주기라니. 아직도 생생한데. 2003년 4월1일이었다. 홍콩에 있는 지인이 기자에게 전화를 했다. 장국영이 호텔 건물에서 투신자살했다는 것이다. “장국영이 자살했다구요! 만우절 거짓말이겠지요. 다시 한번 알아봐주세요” 다급하게 그에게 말했다. 그리고 다시 지인에게 전화가 왔다. 확실하게 자살을 했다는 것이다. 이어 홍콩 언론과 외신들이 속속 장국영의 자살소식을 전했다.

멍했다. 생명이 움트는 봄날에 장국영이 자살이라니 믿기지 않았다. 차라리 만우절 거짓말이었으면 했다. 하지만 장국영은 46세의 젊은 나이에 거짓말처럼 지상을 떠났다. 국내의 수많은 장국영 팬들 역시 그의 죽음이 만우절에 하는 거짓말이었으면 한다며 그의 자살을 안타까워했다.

장국영의 믿을 수 없는 자살을 접하며 주간한국에 다음과 같은 글을 썼다. 이 글을 쓴지가 벌써 10년이 됐다. 장국영 10주기를 맞았지만 여전히 그를 그리는 팬들은 늘고 있다.

*장국영, 별이 되어 살다간 목마른 삶

계절의 모반이었다. 찬란한 지상의 스타는 하늘의 별이 됐다. 탄생의 계절인 봄날에. 일생에 단 한번 죽을 때에만 땅에 내려앉는다는 발 없는 새에 대한 영화(아비정전)에서의 그의 대사를 증명이라도 하듯 그는 죽어서만 한번 갈 수 있는 하늘로의 비상을 꾀했다.

장궈롱(張國榮) 그의 나이 마흔 여섯. 1일 오후 7시 6분 홍콩 중심가의 오리엔탈 호텔 24층에서 그는 한 장의 메모지를 남긴 채 투신했다. 지난해 주연한 영화 ‘이도공간(異度空間)’에서 그가 맡은 빌딩 옥상에서 자살하는 정신과의사처럼.

1956년 9월, 홍콩의 직물왕으로 불리며 윌리엄 홀덴, 알프레드 히치콕 등 유명 인사들의 옷을 만든 유명 재단사의 10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그는 1976년 홍콩 ATV주최 아시아 뮤직 콘테스트에서 수상하며 연예계와 인연을 맺었다.

1978년 ‘홍루춘상춘(紅樓春上春)’으로 영화배우로 선을 보인 뒤 영화와 TV를 가로지르며 활발하게 활동했다. 그러다 그는 아시아뿐만 아니라 미국을 진동시킨 홍콩 느와르의 진수라는 우이썬(吳宇森)감독의 ‘영웅본색’(1985년)에 출연하며 장궈롱이라는 이름을 스타의 등가물로 환치시켰다.

‘천녀유혼’에서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순박한 청년으로 나와 지순한 사랑의 표상으로, 왕자웨이(王家衛) 감독과 작업한 ‘아비정전’에선 친어머니를 찾으려는 냉소적인 젊은이로 나와 음울함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그의 실제의 삶과 사랑에서 분리될 수 없는 ‘패왕별희’와 ‘해피투게더’에서는 시대를 달리하며 한 남자를 사랑하는 동성애자로 농밀한 감정을 표출했다. 그는 그렇게 성별과 나이를 넘나들며 다양한 이미지로 홍콩뿐만 아니라 국내의 팬들에게 그의 존재를 각인 시키며 엄청난 사랑을 받았다.

그의 지상과의 마지막 결별은 지상에 남은 이들에게 충격과 슬픔이었다. 그와의 이별에 대한 팬들의 충격과 슬픔의 표현은 그에 대한 사랑과 비례해 홍콩과 국내를 가로지르며 나타나고 있다. 그가 작별을 고한 오리엔탈 호텔 앞에는 ‘천당에서 진정한 행복을 얻기를! 영원히 사랑해요!’를 가슴속으로 외치는 수많은 팬들의 애도의 추모 물결이 거대한 파도를 이루고, 그의 인터넷 사이트에는 추모의 글들이 해일처럼 밀려들고 있다.

홍콩 시민들에게는 괴질로 인한 공황상태나 살육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이라크 전쟁보다도 장궈롱의 자살이 진한 슬픔으로 다가가고 있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그의 자살기사를 보며 만우절에 나온 해프닝이었으면 한다는 10대 소녀의 소박한 바람에서 그의 죽음을 알고 한나절을 울었다는 중년 여성의 아린 고백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가 그의 죽음에 슬픔을 표시했다. 또한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선 최고의 검색어인 이라크전쟁을 앞지르며 장궈롱의 검색 건수가 최고를 기록했다.

이제 사람들과 언론은 자살을 몰고 온 원인에 대해 관심을 쏟고 있다. 구구한 추측들이 난무한 가운데 메모지에 남긴 유서가 그의 자살을 추정할 수 있는 근거다. “한 명의 20대 청년을 알았다. 그와 탕탕(唐唐)사이에서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 몰라서 아주 괴롭다. 그래서 자살하려 한다(認識一位二十歲靑年, 在他與 ‘唐唐’ 間不知道如何選擇才好, 十分困難, 所以要自殺)”

이 때문에 동성애의 삼각관계로 인한 고민이 자살의 동기였을 것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장궈롱은 2000년 미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양성애자였음을 밝힌 바 있고 유서에 나온 탕탕과 17년간 사랑을 나눠왔기에 애정으로 인한 갈등으로 자살을 했을 것이라는 게 현지 언론의 보도다.

이제 장궈롱은 갔다. 그가 남긴 영화와 노래에서 그의 이미지를 만나며 체취를 맡아야 한다. 그리고 그는 오래도록 팬들의 가슴에 남을 것이다. 장궈롱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 그가 주연한 ‘해피투게더’를 보며 지상에서 누리지 못한 안식을 하늘에서 누리며 오랫동안 대중의 정서에 거름이 될 하늘의 스타로 남아있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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