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업 범죄, 실무자로 산다는 것

입력 2019-08-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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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용 사회경제부 기자

기업이 포함된 형사 사건에서 실무자는 빠짐없이 등장한다. 실무자는 피고인이 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뜻이다. 그것이 회사에 충성해서 벌어진 일이든 윗선의 지시든 실무자는 법정에 서게 된다. 문제는 실무자에겐 가혹한 처벌이, 지시자에겐 유연한 관용이 내려진다는 것이다.

윗선에 충성한 실무자가 있다. 지난달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 모 그룹 총수 일가의 양도소득세 탈루 혐의로 그룹 재무관리팀 실무자 2명과 총수 일가 14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검찰은 실무자 2명에게 5년의 징역형과 각각 벌금 200억 원, 150억 원을 구형했다. 그러나 총수 일가 14명에게는 모두 합쳐 약 56억 원의 벌금형만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앞선 재판 다음 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부 심리로 열린 입찰담합 사건의 항소심 결심 공판. 9명의 사건 당사자 중 수감복을 입은 세 남자가 보였다. 회사의 실무자들이다. 1심에서 각각 징역 1년 2개월,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에서 구속됐다. 이날 회사의 대표들은 정장을 입고 법인의 대리인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결재 라인의 정점에 있는 이들은 회삿돈으로 약 1억 원 정도의 벌금만을 냈다.

얼마 전 열린 국회의원 채용비리 공판에서 인재경영팀 실무자 A 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A 씨는 법정에서 "실무자가 다칠까 봐 의원 딸의 원래 점수를 일부러 기록해뒀다"고 증언했다. 가장 영리한 실무자다. 그 덕분인지 A 씨는 피고인으로 법정에 출석하지도 않았고, 법정에서 구속을 당하지도 않았다.

월급을 받으며 생활하는 실무자들에게 회사나 총수의 지시로 이뤄진 범죄 행위는 거부하기 힘든 '위력'을 지녔다. 위계질서가 엄격하기로 소문난 법조계에서 조직생활을 하는 검사나 판사가 이런 지시의 힘을 모를리 없다. 그런 그들이 실무자에게 감당할 수 없는 처벌을 요청하고 결정한다. 총수 일가의 10억 원과 평범한 직장인의 10억 원은 그 무게가 다르다. 더군다나 이들이 감옥에 가는 일은 상상하지도 못했을 일이다. 검찰의 구형과 법원의 판결은 실무자에게만 가혹해선 안 된다. 기업 범죄가 반복되는 이유는 하나다. 총수에겐 가벼운 처벌이 내려지기 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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