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강판(薑板)과 찰채판(擦菜板)

입력 2019-08-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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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요즈음이야 과일의 즙을 내는 데에 사용하는 여러 가지 기계들이 많이 발명되어 즉석에서 금방 주스를 만들어 마실 수 있지만, 10여 년 전만 하여도 과일의 즙을 내기가 그다지 쉬운 일은 아니었다. 대부분 과일을 강판에 갈아서 삼베보자기에 넣고 꽉 짜는 방법을 사용하는 ‘어머니’표 주스를 만들어 마셨다.

강판은 薑板이라고 쓰며 각 글자는 ‘생강 강’, ‘판때기 판’이라고 훈독한다. 알루미늄 판에 비교적 날카로운 돌기를 만들어 그 위에 즙을 낼 생강이나 과일 등을 갈던 도구를 이르는 말이다. 생강만 가는 게 아니었지만 누군가가 ‘강판’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 그대로 고착되어 사용된 것이다.

중국어에서는 ‘찰채판(擦菜板[cācàibǎn])’ 혹은 ‘찰상(礤床[cǎchuáng])’이라고 한다. ‘擦’과 ‘礤’은 각각 ‘문지를 찰’, ‘비빌 찰’이라고 훈독하며 뭔가를 문지르거나 비벼서 ‘가는(grind, 磨)’ 동작을 표현한 글자이다. ‘菜’는 ‘나물 채’라고 훈독하는 글자로서 ‘채소’를 뜻하고, ‘床’은 ‘상 상’이라고 훈독하는데 ‘상’은 책상 밥상 등 “음식을 차려 내거나 걸터앉거나 뭔가를 올려놓고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든 가구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그러므로 찰채판은 ‘야채나 과일을 가는 판’이라는 뜻이고, 찰상 역시 뭔가를 문질러 가는 상(床:판)이라는 뜻이다.

한자가 가진 돋보이는 ‘조어(造語:새로운 단어를 만듦)’ 기능을 체감할 수 있는 단어이다. 우리가 사용한 ‘강판’이라는 이름보다는 훨씬 더 함의가 넓고 실지의 뜻을 잘 담은 단어이다. 우리가 오늘날 줄여 쓰는 ‘고터(고속터미널)’식의 단어와는 차원이 다른 조어 기능인 것이다. 세월이 흐른 후 발음만 적어놓은 ‘고터’는 뜻을 전혀 알 수 없는 단어가 되고 말지만, ‘찰채판(擦菜板)’이나 ’찰상(礤床)‘은 그 단어 안에 영원히 자신만의 뜻을 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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