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현경 무언가 대표 "신촌물총축제, 세계 10대 축제로 만드는 게 꿈"

입력 2019-08-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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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에선 남녀노소 친구 돼…축제는 일상의 소재들로 만들어야"

▲김현경 무언가 대표가 1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날마다카페 앞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김현경 무언가 대표가 1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날마다카페 앞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지난 6~7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일대에 이틀간 10만명이 다녀갔다. 이들의 손에는 물총, 휴대폰 방수팩, 가면, 물통과 같은 소품이 일제히 들려있었다. 5세부터 50대 혹은 그 이상까지…. 남녀노소 가리지 않은, 이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은 대한민국 최대의 번화가 중 하나인 신촌으로 왜 몰려들었을까?

그들의 목적은 바로 '물총 싸움'. 어린이들만을 위한 물총 놀이가 어느새 하루에 5만 명의 사람들이 함께 즐기는 대규모가 됐다. '신촌물총축제'는 3년 연속 서울시 10대 브랜드 축제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현경(44) 무언가 대표는 벌써 7회째를 맞은 '신촌물총축제' 기획자다. 서대문구가 밀고 있는 연중축제인 '신촌물총축제'를 맡은 지도 어느덧 4년이 됐다.

무언가는 도심 속에서 즐길 수 있는 여가, 문화서비스를 만든다. 특히 일상의 다양한 소재를 새로운 형태로 재해석해 축제로 콘텐츠화한다. '축제로 세상을 즐겁게 만든다'는 게 김 대표를 비롯한 무언가 6인의 목표다. 김 대표는 "사람들이 쉽게 찾아오고,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 교감하고 교류하면서 또 다른 즐거움을 맛보는 게 진짜 축제"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 이벤트, 축제 기획 경력만 18년차네요. 2002년 한일 월드컵 개막식 제작단에 참여한 이력이 특히 눈길을 끕니다.

"당시 27살이었어요. 제작단 제일 막내였는데, 시스템 분야를 맡게 됐어요. 특히 천장이 제 담당 영역이었죠. 천장에선 많은 일이 일어나요. 개막식 때 상암 월드컵 경기장 천장에 화약을 쏘기도 하고, 불꽃놀이 등도 했잖아요. 천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제가 담당했습니다. 3g가 처음 나왔을 때였는데, 퍼포머가 천장에서 휴대전화 들고 내려오는 모습이 생중계되기도 했거든요. 사전에 퍼포머가 안전하게 내려올 수 있는지 확인해야 했기 때문에, 저는 50m 높이의 천장을 하루에 두 번 오르내렸죠. 출근하면 천장부터 올라가서 둘러보고 진척 사항을 파악해야 했습니다. 벌써 20년이 다 되어가네요. 매년 5월 31일에 손진책 총감독님을 비롯한 제작단이 모여 그때를 추억하곤 하죠."

- 축제 기획사 '무언가'에는 2016년 합류했습니다. 어떤 축제들을 기획하고 있나요?

"물총축제, 맥주축제, 팻터파크가 무언가에서 가장 밀고 있는 라인업이에요. 올해는 9월에 '신촌맥주축제'가 열려요. 책과 함께 하는 맥주를 콘셉트로 기획하고 있어요. 지난해 열었던 '맥주와 여행'에는 26개 브루어리에서 150여 종의 수제맥주를 선보였고,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취향에 맞게 맥주를 큐레이션 하니 더욱 호응이 좋았던 거 같아요. 2016년 스페셜 게스트로 배우 송중기 씨가 참여했을 때가 제일 뜨거웠지만요. (웃음)"

- 일반적인 이벤트 대행사와 '무언가'는 무엇이 다른가요?

"저는 이벤트 대행사 일을 굉장히 오랫동안 했어요. 제가 느낀 차이점은 '동기부여'입니다. 일반 이벤트 대행사에서 기획하는 축제의 시작은 브랜드의 요구에서 시작돼요. 기업의 요구를 대행하는 형태죠. '무언가'는 그 요구의 시작이 저희에게서 이뤄져요. '팻터파크'가 그 예인데, 여름에 수영장이 개장하고 폐장하잖아요. 폐장한 수영장은 비는 건데, 유효 공간을 활용해서 재밌는 게 없을까 고민하다 생각해낸 거예요. 물총축제, 맥주축제를 비롯해 저희가 기획하고 만들었어요. 그래서 해내겠다는 동기부여가 남다를 수밖에 없고요. 성취감도 당연히 높죠. 축제를 맡긴 회사의 만족도가 아닌, 축제에 참여한 관객들의 의견이 가장 중요해요."

▲벌써 7회째로 어느덧 서울을 대표하는 여름 페스티벌로 자리 잡은 '2019 신촌 물총축제'가 지난 6~7일 서울 신촌에서 열렸다.(사진제공=무언가)
▲벌써 7회째로 어느덧 서울을 대표하는 여름 페스티벌로 자리 잡은 '2019 신촌 물총축제'가 지난 6~7일 서울 신촌에서 열렸다.(사진제공=무언가)

- 3년 동안 '신촌물총축제' 수익금 1억 원을 기부하셨다고 들었어요. 참가비가 없는데, 가능한 일인가요?

"사실 축제의 환경이 굉장히 어려워요. 하지만 '신촌물총축제'가 지속해서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가능한 일이었어요. '신촌물총축제'가 신촌을 넘어 대한민국을 알리는 축제가 됐으면 하는 마음과 사명감 때문에요. 지금 당장 수익이 안된다고 해도 저희가 감내해서 뭔가를 해나갈 과제들이 참 많은 거 같아요. 내년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물총축제를 즐길 거라고 확신합니다."

- 진정한 축제네요. 대한민국 번화가 한복판에서 물총 하나만 들고 와도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은.

"축제는 아날로그예요. 축제는 인간이 인간임을 알게 해주는 유일한 행위 아닐까요? 1인 시대에 디지털화되고 소외되는 상황 속에서 처음 보는 사람에게 물총을 쏴요. 그럼 모두 친구가 되는 거예요. 물총을 쏘는 행위는 곧 인사인 셈이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새로운 에너지를 발산하고, 즐겁게 느끼는 행위가 음지가 아닌 신촌 한복판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진짜 세상이 즐거워지고, 내 일상이 즐거워지는 축제가 많아졌으면 해요."

- 축제 기획자로서 이루고 싶은 것이 있을까요? 큰 그림을 그려주세요.

"신촌물총축제를 세계에서 가보고 싶은 10대 축제에 올리는 게 가장 큰 목표죠. 현재의 생태계 안에서는 축제 기획사가 무료의 축제를 계속 만들어가는 게 불가능한 수준이에요. 저희뿐만이 아니라 축제를 기획하는 조직이 많아져야 해요. 이들 모두 큰돈은 벌지 못해도 재정적인 어려움이 없어야겠죠. 저희같은 기획사들의 모임인 '문화기획사 레이블'이 있어요. '무언가'는 문화기획사계의 삼성이래요. (웃음) 10만 명이 오는 대규모 축제나 페스티벌 경험을 갖고있는 데가 거의 없거나 티켓팅을 해서 매출을 만드는 경험을 하지 못한 곳이 많아요. 가진 아이디어를 돈 걱정 없이 펼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으면 해요. 저희는 서로의 존재만으로도 위로받아요. '폐업하지 않고 살아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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