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고개와 고비

입력 2019-07-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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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과 관련하여 문재인 대통령은 “오늘 만남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 프로세스가 큰 고개를 하나 넘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일부 언론들은 “큰 고비를 넘었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하였다. ‘고개’와 ‘고비’는 맞바꿔 써도 괜찮은 동의어일까? 아니다. 고개는 ‘재’라고도 하는데 한자로 쓰자면 ‘영(嶺)’이다. 그래서 문경의 ‘새재’를 조령이라고도 한다. 새재는 ‘새나 넘나들 수 있을 정도로 험한 재(고개)’라는 비유를 담고 있는데, 이것을 한자 ‘새 조(鳥)’를 써서 표현한 것이 바로 조령(鳥嶺)인 것이다.

고개는 길이 통할 수 있는 산등성이를 말한다. 도저히 넘을 수 없는 가파른 산봉우리는 고개라고 하지 않는다. 영어로는 ‘(mountain) pass’라고 하는데 그 어원은 ‘패서블(passable)’ 즉 ‘통과할 수 있다’는 데에 있다고 한다. 먼 산길일수록 이런 고개를 여러 차례 만나게 되고 그런 고개를 다 넘어야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 따라서 문재인 대통령이 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큰 고개를 하나 넘었다”는 말은 앞으로 넘어야 할 많은 고개 중에서 큰 고개 하나를 넘었다는 뜻이다.

고비는 일이 되어 가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나 대목’, ‘막다른 절정’, ‘위험한 시기’라는 뜻으로 쓰는 말이다. 고비의 어원이 ‘굽이(曲)’에 있다고 하는데 굽는 곳, 즉 전환점에는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고무관도 굽어지는 부분에서 구멍을 유지하지 못하고 완전히 꺾여버리면 더 이상 관의 역할을 할 수가 없다. 굽이에서 문제가 생기면 흐름이 막혀버리거나, 막힌 나머지 터지거나 범람하여 위험한 상태에 빠지게 된다. 그런 위험한 막다른 상태가 곧 고비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미 간, 남·북 간 대화의 길에서 만날 수 있는 많은 고개 중에서 큰 고개 하나를 또 넘었다고 한 것뿐인데 그것을 굳이 ‘고비’를 넘었다고 과장해야 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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