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CEO 칼럼] 중년이란 선물

이영 테르텐 대표

쿠폰제로 운영되는 영어학원에 다니고 있다. 갈 때마다 보유하고 있는 쿠폰을 차감하는 방식이라 바쁜 일상에서도 영어를 공부해 보겠다고 시작했다. 그러나 건전하고 발전적인 내 생각과는 달리 몇 십 년 만에 어린 친구들과 영어 공부를 해야 하는 어색함도 모자라 노안으로 인해 책상 위 교제와 칠판의 내용을 번갈아 보는 과정의 고통이 뒤따르리라고는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그러나 진짜 고충은 좋게 말하면 생각의 차이,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세대 차이가 있는 상황에서 영어로 특정 주제에 관한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어느 날의 대화 주제는 ‘후회(regret)’였다. 지금껏 살아오는 과정에서 가장 후회스러웠던 일이 무엇이었는지를 젊은 친구들과 영어로 의견을 나눠야 했다. 내 차례였다.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발랄한 분위기의 아가씨가 나에게 질문을 했다. 똑같은 질문을 독자분들에게 하고 싶다. “어떤 후회를 안고 사시나요?”

“나는 어떤 후회도 하지 않습니다(I have no regrets)”라고 답했다. 그리고 눈이 휘둥그레진 친구들에게 이렇게 이유를 말했다.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적게 남았을 때, 그리고 그 상황을 온전히 인지하게 되었을 때 후회할 시간이 없어요.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게 됩니다.”

진정 난 지금 그렇다. 완벽주의자였던 나는 타인에 대한 이해심과 배려심은 있으나 정작 나 자신에게는 그렇지 못했다. 작은 실수에도 스스로 비난과 책망을 했고 그러면서 과거에 일어난 많은 일을 주워 담고 내팽개치기를 반복하면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과거를 끌어안고 보냈다. 그러다 문득 알았다. 앞으로 살 날이 살아온 날보다 적을 것이며, 그 시간은 체력적으로나 지적 능력으로나 하루하루 예전만 못한 시간이 될 거라고. 그러면서 ‘지금’의 소중함을 깨닫기 시작했고 ‘순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루하루 약해져가는 나를 예전처럼 완벽하게 잘하지 못했다고 책망하기보다는 그런 대로 잘하고 있다고 격려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시기부터 나는 선배들과의 대화를 즐겼다. 어릴 땐 멋지게, 더 나아가 훌륭하게 되고 싶어서 위인전기를 많이 읽었는데 지금은 의미 있게 살기 위해 선배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해보지 않고, 가보지 않은 중년과 노년의 삶을 의미 있게 보내는 법! 책을 읽는다고 되는 것이 아님을 아는 나이 아닌가?

한 세월을 성공적으로 명예롭게 살아내고 은퇴한 선배가 어느 날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얼마 전 언론에서 나에게 70년 가까운 세월 동안 했던 일 중에 가장 자랑스러운 게 뭐냐고 묻길래 곰곰이 생각해 보니 바쁜 와중에도 취미로 꾸준히 합창단에 들어가 노래를 부른 것과 농사짓고, 책 보고, 지인들 불러 모아 세상 돌아가는 얘기 보따리 풀 수 있는 오두막집을 내 손으로 지은 것이 아닌가 싶어.”

중년이 되니 선배의 말에 염화시중의 미소로 응답할 수 있는 구력이 쌓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돈이 많은 선배도, 출세한 선배도 부럽거나 존경스럽지 않다. 분명 우리 인생엔 다른 무언가가 있는 거 같다. 어느 선배가 최근에 한 말처럼 우리 인생의 가치에서 돈을 걷어내면 어떤 진정한 가치만이 남을까?

포기와 내려놓음의 차이를 알아가고, 열정을 뒤로한 은은한 사랑을 알아가고, 번잡함을 뒤로하고 세월 속에 드러나는 소중한 인연을 알아가는 중년. 참 멋진 시기가 아닌가 싶다. 지식은 앎의 영역이고 경험은 삶의 영역이라고, 앎과 삶의 영역이 본격적인 융합을 시작하는 중년은 인생에서 또 다른 파워풀함을 선사해 주는 시기인 것 같다.

영어학원의 또 다른 친구가 이렇게 물었다. “살아갈 날이 더 많은 저희 같은 젊은 사람들은 지금 당장은 인생에서 후회하는 것을 피할 수 없겠네요?” 아름다운 그 청년에게 이렇게 답해 주었다. “피하는 방법이 있어요. 우린 나이만 먹은 것이 아니라 그 세월 동안 다양한 경험을 했어요. 그 과정 중에 미치도록 후회스러운 일도 많이 겪었는데 여전히 아침엔 해가 뜨고, 세상은 여전히 잘 돌아가고, 그렇게 긴 시간을 보내고 나니 아무 일도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오래 살아서가 아니라 많이 경험해서예요. 그러니 도전하고, 시도하고, 깨지고, 넘어지면서 시간을 초월해 빨리 애늙은이가 되세요. 그럼 우리처럼 깨닫게 될 거예요. 후회할 만한 것은 이 세상에 그렇게 많지 않아요.”

이영 테르텐 대표 opinion@etoday.co.kr
<저작권자 ⓒ 이투데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오늘의 상승 종목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prev
  • next
    • 비트코인
    • 12,277,000
    • -2.47%
    • 이더리움
    • 259,500
    • -3.17%
    • 리플
    • 382
    • -2.3%
    • 라이트코인
    • 112,700
    • -4.41%
    • 이오스
    • 4,909
    • -4.77%
    • 비트코인 캐시
    • 374,100
    • -2.01%
    • 스텔라루멘
    • 114
    • -1.72%
    • 트론
    • 31
    • -7.18%
    • 에이다
    • 90.4
    • -2.79%
    • 비트코인에스브이
    • 206,400
    • +2.43%
    • 모네로
    • 97,600
    • -0.61%
    • 대시
    • 162,900
    • +0.43%
    • 이더리움 클래식
    • 7,520
    • -1.18%
    • 100
    • -2.91%
    • 제트캐시
    • 97,000
    • -3%
    • 비체인
    • 7.95
    • +1.14%
    • 웨이브
    • 2,257
    • -1.99%
    • 베이직어텐션토큰
    • 303
    • +2.02%
    • 비트코인 골드
    • 28,480
    • -1.79%
    • 퀀텀
    • 3,761
    • -4.15%
    • 오미세고
    • 1,991
    • -1.96%
    • 체인링크
    • 4,100
    • -4.54%
    • 질리카
    • 17.2
    • -2.27%
    • 어거
    • 18,000
    • -5.75%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