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의 오토인사이드] 독일차 엔진 출력은 ‘고무줄’…이유는 세금

입력 2019-06-10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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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제원에 숨은 비밀

자동차를 비교하는 기준은 ‘숫자’다.

최고출력과 최대토크가 숫자로 결정되고, 차 크기와 공간 역시 숫자로 대변된다. 숫자의 크고 작음에 따라 경쟁모델을 제치기도, 또는 추월당하기도 한다.

운전하면서 이런 숫자 하나하나를 뚜렷하게 체감할 수는 없지만 나열된 숫자에 따라 세금과 가격, 보험료가 달라지기도 한다.

결국 완성차 메이커는 애초 개발 때부터 갖가지 숫자를 기준으로 범위를 정하고 신차 개발에 나선다.

출시 시점의 가격과 국제유가는 물론 세금제도와 보험, 경쟁차가 지닌 숫자 등, 밤잠을 줄여가며 치밀한 계산 끝에 뽑아낸 수치를 차에 부여한다. 때로는 이런 숫자에 완성차 메이커의 절묘한 마케팅 또는 제품 전략이 숨어 있다.

자동차 회사가 알려주지 않는, 자동차 숫자에 담긴 비밀을 파헤쳐 본다.

◇차 높이에 따라 달라지는 車보험료 = 자동차 보험 제도에는 손해율이 존재한다. 가입자로부터 걷은 보험료 대비 보험사가 지불한 보험금의 비율이다.

스포츠카나 젊은층이 좋아하는 고성능차는 상대적으로 사고가 자주 난다. 손해율이 높으니 이를 반영해 보험료를 높게 책정하기도 한다.

손해보험협회가 밝힌 ‘스포츠카 요건을 갖춘 차량’을 보면 먼저 △양문형 승하차 도어(2도어) △개폐형 승객석(컨버터블) △차 높이 1400㎜ 미만 등이다.

국산차 가운데 단종된 현대차 제네시스 쿠페(전고 1385㎜)가 대표적이다. 한때 앞바퀴굴림 2도어 쿠페 투스카니(1335㎜) 역시 스포츠카 할증 대상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들보다 더 고성능이지만 오히려 스포츠카 할증을 피해 가는 차도 있다.

현대차 벨로스터는 1세대부터 2세대까지 차 높이 1400㎜를 정확하게 고수하고 있다. 특히 2.0 터보(벨로스터N)의 경우 글로벌 시장에 내놔도 모자람이 없는 고성능 모델이지만 보험사 기준으로 스포츠카가 아니다.

결국 단순한 숫자와 차 형태만 놓고 스포츠카로 분류하고 비싼 보험료를 책정하는 현재 제도에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차 길이 따라 세금·유지비 차이 커 = 국내 경차 기준은 △배기량 1000cc 미만 △길이(3600㎜) △너비(1600㎜) △높이(2000㎜) 등이다. 이 기준을 모두 충족하면 값싼 세금과 통행료, 주차비 등의 경차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국내 대표 경차는 쉐보레 스파크다. 대우국민차 티코에서 시작해 마티즈와 스파크로 맥을 이어왔다. 국내 생산해 내수는 물론 한때 오펠 브랜드로 수출도 했다.

독특한 점은 스파크의 차 길이가 국내에서는 짧고, 수출하는 모델은 길다는 점이다.

국내 스파크는 경차 인증 기준에 따라 차 길이가 3590㎜다. 반면 수출용 스파크는 3640㎜로 표시돼 있다. 같은 공장에서 나오는 같은 모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완성차 메이커에서 제시한 수치에 따라 제원을 측정하고 신차 인증을 한다”며 “오차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면 이를 인정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엔진인데 최고출력이 제각각인 이유 = 2007년 국내 승용 디젤차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면서 유럽산 수입차들이 앞다퉈 디젤 모델을 선보였다. 이 가운데 같은 엔진을 얹은 디젤차지만 차종별로 최고출력은 제각각이었다.

예컨대 메르세데스-벤츠를 대표하는 중형세단 E-클래스와 중형 SUV인 M-클래스는 동일한 V6 3.0 CDI(디젤) 엔진을 얹었다. 차 이름은 중형세단이 320 CDI, 중형 SUV는 280 CDI였다. 최고출력도 각각 224마력과 190마력으로 달랐다.

이유는 세금 때문이다. 독일에서는 배기량이 아닌, 최고출력에 따라 세금이 달라진다. 나아가 같은 엔진이어도 승용차보다 SUV에 세금이 더 붙는다.

이를 피하기 위해 같은 엔진을 얹은 SUV는 의도적으로 최고출력을 줄이기도 한다.

▲유럽 북방계 앵글로색슨 민족은 홀수가 익숙하다. 속도규제 역시 홀수에 맞춰져 있고 자동차 계기판 숫자 역시 홀수다. 사진은 르노 마스터 계기판 모습.  이투데이DB
▲유럽 북방계 앵글로색슨 민족은 홀수가 익숙하다. 속도규제 역시 홀수에 맞춰져 있고 자동차 계기판 숫자 역시 홀수다. 사진은 르노 마스터 계기판 모습. 이투데이DB
◇프랑스車 계기판이 홀수 표시인 이유 = 인류 역사 가운데 유럽인, 그중에서도 북방계 앵글로색슨 민족은 정치·문화·종교적 측면에서 다른 민족을 앞서는 우월성을 강조해왔다.

종교적인 의미에서 이들은 홀수에 더 익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유럽 일부와 북유럽에서는 법규에 따른 속도제한이 홀수다. 시속 70㎞ 제한이 일반적이고 고속도로는 최고 130㎞까지 허용하고 있다. 속도규제가 우리처럼 도로에 따라 시속 60㎞, 80㎞, 100㎞ 등 짝수가 아니다.

이런 규제에 따라 자동차 계기판 숫자도 우리와 다르다. 유럽, 특히 프랑스 차 속도계는 10㎞-30㎞-50㎞-70㎞ 순으로 표기돼 있다. 국내에서 팔리는 푸조와 시트로엥, 르노삼성차 일부가 이런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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