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 정자로 인공수정, 친생자일까…36년 만에 다시 전합 심리

입력 2019-05-22 16:31 수정 2019-05-22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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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발달 예외 확대" vs "자녀 복리 보장 우선"

혼인 중 다른 사람의 정자로 인공수정해 낳은 자녀를 친생자로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 심리가 36년 만에 다시 열렸다.

전합은 22일 서울 서초동 대법정에서 A 씨가 자녀들을 상대로 낸 친생자 관계 부존재 확인 소송 상고심의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1985년 결혼한 A 씨는 무정자증으로 아내 B 씨와의 사이에 자녀가 생기지 않자 1993년 제3자의 정자를 제공받아 인공수정(AID)을 통해 첫째 아이를 갖게 됐다. 1997년에는 B 씨가 둘째 자녀를 낳았다. A 씨는 자신의 무정자증이 치료된 것으로 착각해 둘째 자녀가 태어난 뒤 출생신고를 마쳤다.

그러나 A 씨는 2013년 B 씨와 이혼소송을 하던 중 둘째 아이가 친자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두 자녀 모두를 상대로 친생자 관계가 없음을 확인해 달라는 소송을 냈다. 유전자 감정 결과 A 씨와 두 자녀는 유전학적으로 친자관계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건은 유전학적으로 친자가 아닌 자녀에 대해 민법상 친생추정의 원칙을 적용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민법 제844조, 제847조는 아내가 혼인 중 임신한 자녀를 남편의 친생자로 추정하고, 이를 깨뜨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친생부인의 소를 인정하고 있다. 다만 원고적격과 제척기간(2년)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어 친생자가 아님이 명백한 경우에도 혈연관계 회복 가능성이 희박했다.

이에 대법원은 1983년 7월 전합 판결을 통해 부부가 동거하지 않아 임신할 수 없는 명백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유일하게 친생자 추정 원칙의 예외를 인정했다.

1, 2심은 "A 씨가 제3자의 정자를 사용한 인공수정에 동의한 이상 친생자로 추정되므로 친생자 관계 부존재확인의 소는 부적법하다"고 원고패소 판결했다.

A 씨가 상고하자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이번 사건의 판결로 인해 친생추정에 의한 기존의 가족관계 및 부양ㆍ상속, 윤리적ㆍ의학적 문제 등 사회 전반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전합에 넘겼다.

이날 원고 측 대리인은 “제척기간이 지나 친생부인 소송을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불행한 가족관계의 지속을 강요하는 것으로 불합리하다"며 친생추정 예외를 확대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제3자의 정자를 사용한 인공수정, 유전자형의 배치, 객관적 생식불능 등이 밝혀진 경우 친생추정의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피고 측 대리인은 "무엇보다 자녀의 복리 차원에서 태어난 자녀를 불안정한 상태에 두는 것은 안 된다"며 친생추정 예외를 확대하는 것에 반대했다.

대한변호사협회도 의견서를 통해 "제3자 인공수정에 남편이 동의한 경우에는 금반언의 원칙(신의칙)에 따라 친생부인 주장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친생추정 원칙 유지 입장을 밝혔다.

전합은 이날 공개변론에서 양측 대리인의 주장과 참고인의 의견 등을 토대로 심리를 끝내고 하반기께 선고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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