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투자 멍석 깔아주는 미국… 족쇄 채우는 한국

입력 2019-05-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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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백악관 집무실에서 면담한 것에는 큰 의미가 있습니다. 기업이 투자와 고용의 주체라는 점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거죠.”

4대 그룹 고위 관계자는국내 기업이 해외 투자에 눈을 돌리는 현상을 이같이 냉정하게 진단했다.

최근 국내 대기업들의 미국 현지 대규모 투자가 잇따르고 있다. 롯데케미칼이 미국 루이지애나에 31억 달러(약 3조6000억 원)를 투자해 대규모 에틸렌 공장을 준공했고, 삼성과 LG 등도 지난 2017년 방미 경제인단 참가때 밝힌 대미 투자계획을 착착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3억8000만 달러를 들여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가전 공장을 건립하고 지난해 1월 가동을 시작했다. 텍사스 반도체 공장에는 내년까지 15억 달러 규모를 투자할 계획이다.

LG전자는 2억5000만 달러를 투자한 테네시 가전 공장을 가동 중이고, 3억 달러를 투자하는 뉴저지 신사옥은 올해 말 완공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미국 설비투자 규모를 지난해 대비 2배 늘릴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도 올해 들어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배터리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2025년까지 16억7000달러를 투자하고 장기적으로 총 50억 달러를 투입해 생산 능력을 확장할 계획이다.

한화큐셀코리아는 미국 조지아주와 태양광 모듈 생산공장을 건설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LS산전은 작년 말 에너지저장장치(ESS) 분야 북미 최대 기업인 파커 하니핀의 에너지 그리드 타이(EGT) 사업부를 인수했다.

반면 대기업들의 국내 투자는 얼어붙어있다.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설비투자는 전기 대비 10.8% 급감해 외환위기 였던1998년 1분기(-24.8%) 이후 2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통계청 발표를 봐도 지난 1~3월 국내 제조업의 자본재(각종 설비·장비) 공급은 전년 대비 23.3%나 줄었다. 2010년 통계 작성 후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장기적인 반도체 투자 계획을 내놨지만, 이와 별개로 단기 투자 여건이 불확실하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최저임금 급등과 근로시간 단축 등 급격한 노동시장 환경 변화에 기업 경영 환경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에 법인세율을 최고 35%에서 21%로 인하했다. 반면 우리 정부는 기업의 3000억 원 초과 소득에 대한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올렸다.

심지어 반도체 공장의 전력 수급을 위해 투자기업이 수백억 원을 부담하는 믿기 힘든 일도 벌어졌다. 이와 대조적으로 롯데와 삼성, LG 등은 미국 투자 대가로 일정기간 법인세 인하, 인프라시설 제공 등의 각종 혜택을 받았다.

최근에는 LG전자가 평택 스마트폰 공장을 베트남으로 옮기는 등 한국 엑소더스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대기업이 떠나면 협력 중소기업도 옮겨가고, 결국 산업 생태계가 뿌리부터 흔들리게 된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기업 투자·경영 부담을 높이는 정책이 한둘이 아니다”라며 “국내 투자를 살리려면 우리 기업들이 해외로 떠나는 이유부터 정부에서 제대로 파악하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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