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주의 시각] 위대한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기억함

입력 2019-05-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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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인문학 저술가

오늘은 위대한 천재로 일컬어지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죽은 날이다. 그는 ‘최후의 만찬’과 ‘모나리자’를 그린 천재 화가이자 수학자, 해부학자, 건축가, 도시 설계자, 기술자, 과학자였다. 믿을 수 없을 만큼 비범한 천재성을 드러낸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5백 년 전 오늘, 1519년 5월 2일에 죽었다. 그가 태어난 것은 1452년 4월 15일이다. 아버지는 24세의 전도유망한 청년 공증인이고, 어머니는 피렌체에서 30킬로미터쯤 떨어진 소도시 인근에 살던 16세의 시골 처녀였다. 둘 사이에서 혼외자로 태어났다. 다행히 그 시대는 사생아에 대한 차별이 거의 없었다. 그는 고전과 인문학을 가르치는 전문 교육기관인 ‘라틴어 학교’ 대신에 ‘주산 학교’에 들어가 소상공인들에게 필요한 실용 교육을 받았다. 공방의 장인으로 기술을 배우고 화가들의 길드에 가입한 사람으로 당대의 문화적 엘리트 그룹에는 끼지 못했다. 그는 공교육 과정에서 내쳐졌다는 뜻에서 자신을 ‘무학자’이고, ‘경험의 제자’라고 소개했다. 온갖 분야를 망라하는 박물적 지식은 거의 대부분 독학을 통해 습득된 것이었다.

레오나르도는 ‘주산 학교’를 나와 피렌체의 명망 있는 화가 베로키오 문하에 들어가 채색과 대리석과 청동 소재 판석을 디자인하는 일을 도제식으로 배웠다. 그의 왕성한 호기심에 바탕을 둔 별난 상상력과 예술과 자연을 연결할 줄 아는 특별한 능력은 곧 빛을 발했다. 한 소작농이 방패를 만들고, 여기에 채색할 사람을 구했다. 레오나르도는 그 일감을 맡아 방패에 용의 이미지를 그렸다. 레오나르도의 아버지는 소작농에게 새 방패를 사주고 이 방패를 주지 않았다. 레오나르도가 만든 최초의 작품인 이 방패는 돌고 돌아 어느 공작에게 아주 비싼 값으로 팔렸다. 레오나르도는 이런 글을 써서 남겼다. “당신이 창조해낸 동물을, 이를테면 용 같은 동물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싶다면, 사냥개나 마스티프의 머리와 고양이의 눈과 호저의 귀와 그레이하운드의 코와 사자의 이마와 늙은 수탉의 관자놀이와 거북의 목을 뒤섞어라.”

레오나르도는 뛰어난 자연 관찰자였다. 그는 자연에서 반복되는 패턴을 포착하고, 유추를 통해 우주의 통일성을 이해하는 공식을 발견하곤 했다. 이를테면 인체 해부를 통해 정맥과 동맥을 관찰하면서 피의 흐름과 핏줄의 분지 체계의 패턴에서 인체의 소화기, 비뇨기, 호흡기와의 유사성을 밝혀냈다. 또한 나뭇가지의 모양과 인체의 동맥, 강의 지류 사이의 유사점을 찾아냈다. 또한 물의 소용돌이와 난기류의 패턴에서 새의 비행 연구에 필요한 아이디어를 찾아냈다. 그는 패턴 기반 분석에서 천재성을 발휘했다. 그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돌이켜보며, 그것이 새의 비행을 연구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한다. 요람에 누워 있던 어린 시절, 솔개가 날아와 꼬리로 그의 입을 벌리고, 그 꼬리를 입안에 넣은 채 여러 차례 세차게 흔들었다고 한다. 물론 이것이 실제 겪은 것인지 아니면 그의 환상이 지어낸 ‘거짓 기억’인지는 분간할 수 없다. 그는 새를 관찰하면서 새가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갈 때 공기에 가하는 압력과 똑같은 크기의 정반대 방향 압력이 공기에 의해 새에게 전달된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정지된 물체에 가해지는 움직이는 공기의 영향은 물체가 움직이고 공기가 정지된 상태의 영향과 같다”는 사실을 유추해냈다. 그는 ‘움직임을 포착하는 눈썰미’가 뛰어났다. 그가 “몸과 마음의 동작, 기계와 말의 동작, 강과 다른 흐르는 모든 것의 동작”, 그리고 땅의 체액인 물의 소용돌이에 집착하며 매달린 것은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급류와 소용돌이치는 물을 그린 스케치를 여럿 남겼다. 또한 잠자리가 날아가는 광경을 유심히 관찰한 뒤 “잠자리는 네 날개로 하늘을 나는데 두 앞날개가 올라가면 두 뒷날개는 내려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레오나르도의 솟구치는 지식욕은 그칠 줄을 몰랐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대한 호기심으로 불타올라 과학과 신기술을 개척했다. 1482년에 피렌체를 떠났다. 그는 밀라노로 가서 17년 동안 머물면서 대공의 전속 화가, 토목기사, 궁정 연회의 기획자로서의 역량을 뽐냈다. 그는 토목건축과 군사 분야의 기술 고문, 수력과 기계를 연구하고 설계한 공학자로도 일했다. 레오나르도는 밀라노에서 해부학과 건축학 연구에 몰두하는 한편 대운하와 운하망과 수로, 댐, 수문, 분수, 관개망 연구에 심혈을 기울였다. 물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수력학에 대한 논문도 써냈다. 밀라노에서는 상대적으로 그림을 덜 그렸다. 이 시기에 남긴 작품 여섯 점 중에서 산타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수도원에 남긴 ‘최후의 만찬’이 가장 유명하다.

레오나르도가 산 르네상스 시대는 어떤 시대였을까? 1452년 요하네스 구텐베르크가 출판사를 열어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도 독학으로 다양한 지식을 얻는 시대를 열었다. 포르투갈의 디아스가 아프리카 남단을 항해하고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는 신대륙을 발견하며 대항해 시대를 열었다. 그 당시 이탈리아 도시 국가들은 40년 동안 전쟁이 없는 평화 시대로 접어들고, 법률, 회계, 신용거래, 보험업의 발달로 상업이 융성하며 사회 전체가 풍요로웠다. 레오나르도는 세습 왕족의 통치를 받지 않는, 부유한 상인들과 길드 지도자들이 세운 공화국인 피렌체에서만 30년 이상을 살았다. 피렌체에는 그리스어와 회계를 가르치는 대학교가 있었고, 예술가와 장인들이 우대를 받으며 활동을 펼쳤다. 금융업이나 무역으로 돈을 번 부자들이 화가나 조각가들, 장인들, 철학자들을 후원했다. 메디치 가(家) 같은 부유한 가문들이 후원자로 나섬져 피렌체의 기술, 디자인, 화학, 상업, 예술이 융성했다. 유례없이 학문과 예술의 자유가 넘치는 도시 국가에서 레오나르도의 천재성은 활짝 꽃피었다. 그의 천재성은 천부적인 것이기보다는 자유롭고 창의성을 존중하고 다양성을 너그럽게 품은 피렌체라는 환경이 키워준 것인지도 모른다.

사실 레오나르도는 사회 부정응자가 될 만한 핸디캡을 여럿 갖고 있었다. 그는 사생아, 동성애자, 채식주의자, 왼손잡이, 난독증 환자였다. 1476년 4월, 24세 청년 레오나르도는 남창과 잤다는 혐의로 고발당했다. 그 뒤로도 여러 차례 동성 연인과의 관계로 곤경을 치렀다. 그 당시 남색은 추방형, 징역형, 심지어는 사형까지 받을 수 있는 범죄 행위였다. 하지만 르네상스 예술가들에게 동성애는 드문 일은 아니었다. 화가 도나텔로나 미켈란젤로도 동성애자였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천재성을 발휘한 건 사실이지만 레오나르도를 완벽한 천재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가 설계한 유인 비행기는 공중을 날지 못하고, 그가 설계한 탱크는 작동되지 않았다. 그가 남긴 수첩을 보면 여러 논문들은 끝내 마무리를 짓지 못했다. 그는 무수한 ‘미완의 프로젝트’를 남긴 채 죽었다.

레오나르도를 천재로 만든 요인은 무엇일까? 무엇이 그토록 그의 창의성을 발현하는 촉매 역할을 했을까? 700쪽에 이르는 레오나르도 평전을 쓴 월터 아이작슨은 “레오나르도를 천재로 만들어준 것은, 단순히 아주 머리 좋은 사람들과 그를 차별화하는 것은, 상상력을 지성에 적용하는 능력인 창의력이었다. 그는 관찰과 상상을 결합하는 능력 덕분에, 다른 창의적인 천재들과 마찬가지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연결함으로써 예상을 뛰어넘는 도약을 할 수 있었다”라고 말한다. 도약의 비밀은 빼어난 창의성에 있었다. 레오나르도는 자칫 사회 주변부에서 변변치 못한 삶을 살 수도 있었지만 악조건을 뛰어넘고, 상상력과 호기심, “관찰과 상상을 결합하는 능력”, 그리고 창의성과 열정으로 “자연의 패턴과 혼류에 대한 감각”을 키우면서 세상을 바꾼 대천재로 거듭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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