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표변(豹變)

입력 2019-04-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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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표범의 털이 아름다운 까닭은 그만큼 관리를 잘하기 때문이다. 표범은 자신의 털이 안개에 싸이거나 비를 맞으면 추하게 변한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날씨가 궂으면 아예 바깥출입을 않고 굴속에 숨는다고 한다. 이처럼 털 관리를 잘하는 표범은 가을철이 되면 모든 털이 털갈이를 말끔하게 함으로써 무늬가 더욱 선명하고 아름다워진다고 한다. 이로부터 ‘표변(豹變 표범 표, 변할 변)’이라는 말이 생겨나 표범이 완전한 털갈이를 하여 더욱 아름다운 무늬를 갖듯이 사람이 허물을 고쳐 말과 행동이 뚜렷하게 달라지고 착해지는 것을 이르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주역(周易) 혁괘(革卦)의 효사(爻辭)에는 “군자표변(君子豹變), 소인혁면(小人革面)”이라는 말이 있다. “군자는 표변하고 소인은 낯만 고친다”는 뜻이다. ‘혁’은 흔히 ‘가죽 혁’이라고 훈독하는데 동물의 완전한 털갈이에 대한 비유로부터 변혁(變革), 혁신(革新), 혁명(革命) 등의 단어가 파생되었다. 그런데 ‘小人革面’은 몸체는 그대로 둔 채 ‘面(얼굴 면)’만 변혁(變革)한다는 뜻이다. 표범처럼 온몸이 완전한 털갈이를 하는 군자의 변화와 달리, 소인배는 진정으로 변하는 게 아니라 얼굴만 변하는 체한다는 뜻인 것이다.

우리는 촛불혁명으로 잘못된 정권을 바꿨다. 그런데 최근 들어 그 촛불혁명의 정신이 적잖이 희미해지는 것 같다. 나만 이롭자고 촛불을 든 게 아니라, 공공의 정의를 위해 촛불을 들었던 것인데 지금은 내 앞에 닥친 작은 이익을 더 챙기다 보니 촛불혁명에 담긴 정의의 정신이 자꾸 희미해지고 있는 것이다. 혁명 전에 자행되었던 국정농단과 부정부패를 끊임없이 상기하면서 촛불혁명의 정신이 확실하게 구현될 수 있도록 갈무리를 잘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는 표변이라는 말이 “마음이나 행동 따위가 갑작스럽게 달라지는” ‘변절’이라는 뜻으로 오용되고 있다. 어떻게 해야 ‘君子豹變’의 본래 의미를 구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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