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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조의 생각] 레이와 시대 일본이 던져주는 메시지

서울대 법대 교수

5월 1일 아키히토 일왕의 장남 나루히토 왕세자가 국왕으로 즉위하면서, 일본의 연호는 현재의 헤이세이(平成)에서 레이와(令和)로 바뀐다. 일본의 국왕은 정치적인 권력을 갖지 않는 상징적인 존재이지만, 레이와 시대를 맞이하여 새롭게 발행되는 지폐에 등장하는 인물과 디자인은 일본 권력 엘리트들의 극우 성향을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다. 일본은 다시 아시아를 지배하고 세계를 제패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는데, 우리는 정파적 이익에 매몰되어 바깥세상의 변화에 무방비 상태로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레이와 시대의 새로운 1만 엔(10만 원 상당)권 지폐에는 시부사와 에이이치(澁澤榮一)의 얼굴이, 그리고 5000엔권과 1000엔권에도 모두 제국주의 시절의 인물이 새겨진다. 시부사와는 일본 역사상 처음으로 은행을 설립하고 일본 자본주의를 설계한 경제영웅이지만, 우리에게는 19세기 말 경인철도합자회사를 설립해 자원을 수탈하고 농업척식회사를 세워 소작료를 착취해간 경제침탈의 원흉이다. 그의 강요에 의해 대한제국이 1902년 발행한 세 종류의 지폐에 모두 시부사와 초상이 들어갔다.

일본의 지폐 도안은 과거사를 부정하는 아베 정부의 역사수정주의가 반영된 것이라고 비난하는 목소리가 많다. 그러나 지폐 도안의 핵심은 과거사 부정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일본의 부흥이라는 미래 지향적인 희망, 특히 일본 청년들의 열망을 투영한다는 것이다. 일본은 지난 20여 년간의 경제 무기력증에서 벗어나 과학기술혁신 전략을 수립하며 미래로 나가고 있는데, 우리는 지난 2년간 적폐청산이라는 미명하에 과거에만 머무르고 있는 것이 아닌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은 대기업의 은행 소유를 허용하는 규제 개혁을 단행했고, 그 결과 인터넷 전문은행이 자산 200조 원대 규모로 성장했다. 그러나 우리는 각종 규제로 인해 기업들이 한국을 탈출해 해외로 나가고 있다. 네이버는 국내 규제를 피하기 위해 서울 대신 도쿄에 7000억 원을 투자해 ‘라인 페이’를 비롯한 핀테크 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카카오도 일본에 블록체인 개발 자회사 ‘그라운드 X’를 설립했다. 우리는 과거에만 집착한 채 반일감정을 고조시키면서, 실상은 올해에만 벌써 수천 개의 소중한 청년 일자리를 일본에 넘겨주는 ‘친일정책’을 펼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본의 지폐 도안이 아베의 정치적 야욕을 드러낸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를 아베의 개인적 야욕만으로 치부하고 비난하는 것은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커다란 변화를 도외시하는 것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년 전 선거운동의 핵심 구호로 주장했고 당선 후 구체적인 전략으로 나타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는 지구촌 전체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분야를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미국은 세계 최강의 제국으로 미국 우선주의에 부합되는 새로운 게임의 규칙을 만들고 있고, 일본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도 이에 편승해 역사적 논란은 뒤로한 채 오로지 자국의 생존과 이익만을 바라보면서 이론적·제도적으로 재무장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아베의 개인적 야망을 비난하기 전에 그의 정책이 국민 과반수, 특히 청년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우리 정치인들, 특히 집권층은 표를 의식해 퍼주기 정책, 세금 쓰기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아베 정부는 소비세를 올려 서민들로부터 세금을 더 걷으면서 기업에 대한 세금은 대폭 깎아주고, 원자력에 대한 트라우마에도 불구하고 원전을 재가동했다. 일부 계층의 표를 잃더라도 시장의 요구를 수용하고, 일본의 부흥을 위해 새로운 세계 질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일본의 변화는 의미심장하다.

과거에만 매달리는 문재인 정부,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는 야당 모두 일본이라는 외부 요인을 정파적 이익을 위해 정치적으로 이용하지만 말고 똑바로 바라보아야 한다. 2019년 일본의 왕위 승계는 21세기 일본 부흥의 계기로, 우리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정상조 서울대 법대 교수 opinion@etoday.co.kr
<저작권자 ⓒ 이투데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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