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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어디갈래] 옛 서울역사에 울린 '평화의 종'…DMZ 그리고 봄

3월 21일~5월 6일 문화역서울 284 'DMZ 전시' 개최

서울 중구 통일로 1번지, 남과 북을 연결했던 경의선 열차의 출발점인 문화역서울 284(구 서울역사)에 비무장지대(DMZ·Demilitarlized Zone)의 생태와 역사, 미래를 다룬 작품들이 전시된다. 이름만 DMZ 전시가 아니다. 실제 DMZ에서 나온 잔해물 중 일부가 예술가들의 손에 평화를 염원하는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총괄 기획을 맡은 김선정 광주비엔날레 대표(54)는 DMZ 내 감시초소(GP) 철거 과정에서 나온 철조망 잔해를 활용한 작품을 전면 배치했다. 이번 전시를 주최한 문체부는 국방부 협조를 얻어 트럭 2대 분량의 GP 잔해를 받은 뒤 원하는 작가에게 나눠줬다. 20일 만난 김 대표는 "한 달 전 트럭 2대에 DMZ 철조망과 폐기물을 싣고 와서 안규철·이불·문경원·전준호·최재은 작가 작품에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20일 오전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린 '디엠지'(DMZ) 전시간담회에서 안규철 작가가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DMZ에서 철거된 철조망의 잔해를 녹여서 종을 만들고, 감시탑의 형태의 종탑을 만들 의도로 기획된 작품이다.(김소희 기자 ksh@)
▲20일 오전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린 '디엠지'(DMZ) 전시간담회에서 안규철 작가가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DMZ에서 철거된 철조망의 잔해를 녹여서 종을 만들고, 감시탑의 형태의 종탑을 만들 의도로 기획된 작품이다.(김소희 기자 ksh@)

문화역서울 284 로비에 우뚝 서있는 높이 7.2m 종탑을 만든 안 작가는 작품을 만들 때 DMZ 철조망을 바꾸고 감시초소를 종탑으로 변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1953년 설치된 비무장지대가 없어진 이후를 상상하면서, 그때 철조망은 무엇으로 바뀔 수 있을지 생각하며 만든 작품이다"라고 했다.

설치 작품 이름은 'DMZ 평화의 종'이다. 사람들을 갈라놓았던 철조망이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는 종소리가 된다는 의미도 담겼다. 상대를 향한 적의와 긴장의 공간이 평화와 치유의 메시지를 발신하는 진원지가 된다.

댕~댕~댕. 90kg 무게의 종은 짧고 둔탁하게 울었다. 종소리가 맑지 않은 건 철조망 잔해를 녹여 만든 탓이다. 철조망에 무쇠·망간을 섞어 종을 완성했지만, 청동 종소리보다 울림이 좋지 않다.

안 작가의 설명을 통해 알 수 있듯, 이번 전시는 꽤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김 대표는 매년 문화·예술계 인사들과 강원도 일대에 모여 '리얼DMZ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DMZ의 역사성과 공간적 특성을 연구한 뒤 이를 전시로 풀어낸 '리얼DMZ 프로젝트'가 이번 전시의 토대가 됐다.

▲이불 작가의 '오바드 V를 위한 스터디'. DMZ 내 경비초소 철조망을 녹여 제작한 신작을 위한 스터디 모델이다. 실제 작품은 조립시 지름 약 3m, 높이 4m에 이르게 되는 대형 설치 작업이다.(김소희 기자 ksh@)
▲이불 작가의 '오바드 V를 위한 스터디'. DMZ 내 경비초소 철조망을 녹여 제작한 신작을 위한 스터디 모델이다. 실제 작품은 조립시 지름 약 3m, 높이 4m에 이르게 되는 대형 설치 작업이다.(김소희 기자 ksh@)

오는 5월 열리는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에 초대받은 이불 작가도 GP 철조망 등을 이용한 작품을 만들고 있다. 이 작가는 이번 전시에 베니스 비엔날레 출품작 모형 등 3점을 선보였다. '리얼DMZ 프로젝트'를 위해 구상했던 드로잉 2점과 베니스에 등장하는 대형 설치 작품의 스터디 모델 '오바드 V를 위한 스터디' 1점이다.

베니스에 가져갈 작품 '오바드V'는 7개 날개를 가진 대형 탑이다. 철조망을 녹여 지름 3m, 높이 4m 정도로 제작할 예정이다. 스티로폼으로 만든 모형 '오바드 V를 위한 스터디'를 보면 완성작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작가는 '오바드 V'를 두고 "세레나데가 구애라면 오바드는 밤새 사랑을 나눈 연인이 아침이 돼 이별할 때 부르는 노래"라며 "제가 그동안 하던 작업 중 하나로 베니스 비엔날레에 이를 포함해 3점을 낸다"고 말했다. '오바드 V'의 7개 날개 사이에는 발광다이오드(LED) 조명판도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정연두 작가의 '을지극장'.(사진제공=문화역서울 284)
▲정연두 작가의 '을지극장'.(사진제공=문화역서울 284)

김선두 작가가 내놓은 '2월'이란 작품은 이번 전시에 나온 유일한 한국화다. 2월은 아직 춥지만 봄이 느껴지는 계절이다. 김 작가는 작품에 대남방송의 쇳소리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바람소리가 채워지는 이미지를 담았다. 군사적 긴장감이 최고조에 다다랐던 2017년 12월부터 1년간 50여 차례 DMZ를 방문해 사진 작업을 진행한 정연두 '을지극장'도 눈길을 끈다.

DMZ 조류생태를 살펴 새들의 높이에 따른 서식지를 만든 승효상 구조물 '새들의 수도원'(2017), 언젠가 통일이 오면 남북한 가족이 함께 살길 바라는 작가 염원이 담긴 토비아스 레베르거 '듀플렉스 하우스'(2017) 등도 만날 수 있다.

◇ 민간인 통제선부터 미래의 DMZ까지…공간과 시간이 만나다 = 전시는 5개 구역으로 나눠 구성됐다. 1층에는 ‘DMZ, 미래에 대한 제안들’ ‘전환 속의 DMZ: 감시초소(GP)와 전망대’ ‘DMZ와 접경의 삶: 군인, 마을주민’ ‘DMZ의 생명환경’을 주제로한 작품과 자료가 나오고, 2층에서는 ‘DMZ, 역사와 풍경’이 등장한다.

▲승효상 작가의 '새들의 수도원'.(사진제공=문화역서울 284)
▲승효상 작가의 '새들의 수도원'.(사진제공=문화역서울 284)

이번 전시에서는 지난해 4월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이후 냉전의 산물에서 평화의 상징으로 거듭하고 있는 GP의 시대적 의미와 GP 철거에 담긴 남북 관계의 새로운 변화를 전달한다.

특히 비무장지대에 도착하기까지 거쳐야 하는 민간인 통제선과 통제구역, 통문, 감시초소 등의 '공간적 구성'과 함께 비무장지대가 만들어진 과거부터 감시초소가 없어진 미래의 비무장지대까지를 아우르는 '시간적 구성'을 교차하는 방식으로 전시를 구성했다.

DMZ에는 두 가지 종류의 삶이 이다. 군인으로서의 삶과 민간인으로서의 삶이 그것이다. DMZ 내에는 첨예한 군사적 긴장 상태와 일상적인 생활의 모습이 공존하고 있다. 정치·사회적 상황 안에 놓인 개인의 삶의 모습은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 건축가, 사적 기록물, 국가기록물에 의해 다양한 시각으로 보여진다.

1,2층 대합실, 부인대합실에서는 남과 북의 GP의 모습, 정찰하는 군인의 모습을 기록한 사진과 영상, 그리고 한국 전쟁 이후의 한국 군인들, 한국 주둔 미군들, 민간인들이 찍은 GP와 군인 사진 아카이브가 보여진다. 다큐멘터리 사진, 사진기록물과 함께 작가의 사진과 비디오도 같이 전시된다.

▲박종우 작가의 대형 사진 작업 '인사이드 DMZ-비무장지대 경계초소 GP'.(사진제공=문화역서울 284)
▲박종우 작가의 대형 사진 작업 '인사이드 DMZ-비무장지대 경계초소 GP'.(사진제공=문화역서울 284)

귀빈예빈실, 귀빈실, 역장사무실에는 접경지대 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여기에는 70년대 중반 정부의 이주정책으로 만들어진 민북 마을 주민들의 삶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그와 동시에 접경지역 마을 사진 아카이브가 전시된다. 이를 통해 접경지역 마을의 역사와 삶의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다.

비무장지대 일대에는 군인뿐만 아니라 농업을 생계로 일상을 영위하는 민간인 거주자들이 있다. 1953년 비무장지대 형성으로 인해 남족 비무장지대에 위치하게 된 대성동 마을 주민들은 계속 그곳에 살 수 있도록 조치됐고, 이후에도 정부는 민간인 통제구역 안에 '민통선 북방 마을'을 조성해 출입영농과 입주영농을 허용했다. 이 파트에서는 접경지역에 존재하는 '일상'의 모습을 탐구하는 여상 및 설치 작업들을 소개한다.

▲문경원·전준호 작가의 '프리덤 빌리지'. 한국의 DMZ 내에 있는 '자유의 마을'에 관한 프로젝트다.(사진제공=문화역서울 284)
▲문경원·전준호 작가의 '프리덤 빌리지'. 한국의 DMZ 내에 있는 '자유의 마을'에 관한 프로젝트다.(사진제공=문화역서울 284)

◇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고, 알지만 알 수 없는 DMZ = 분단 이후 많은 작가들은 DMZ를 주제로 또한 대상으로 그림을 그려왔다. 회화라는 매체 자체가 전개돼 온 역사와 작가 개인이 갖고 있는 그림의 방식들의 접점에서 특별히 DMZ를 주제로 하거나 대상으로 다루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문화역서울 284 2층의 그릴과 구회의실 등의 공간에서는 1980년대 이래 최근까지 DMZ를 주제와 대상으로 삼은 회화 작업들을 통해 여러 세대의 변화, 시간의 흐름 안에 존재하는 DMZ에 대한 다양한 인식을 추적하고 이것이 회화라는 특정한 매체 안에서 어떻게 반영되는지 살펴본다.

DMZ는 실존하는 공간이면서도 관념적 공간으로 남아있다. 서울에서 불과 1시간 남짓한 거리에 있지만, 마음속으로는 그 어느 곳보다 먼 곳으로 느껴진다. 표면을 통해 깊고 복합적인 의미를 전달하는 회화는 DMZ에 대해 우리가 갖게 되는 모순적인 원근의 감정을 표현하기에 더없이 적절한 매체다.

이 두 공간에서는 17명의 서로 다른 세대와 표현의 작가들의 작업을 통해 DMZ에 대한 여러 시선과 이야기를 소개한다. 통일에 대한 염원과 북녘땅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경계를 바라보며 발생하는 복합적 심상의 회화적 표현이 전개된다.

▲민정기 작가의 1981년 작품 '포옹'. 화면을 가로막는 철조망을 뚫고 만난 두 남녀가 격정적인 포옹을 나누는 장면을 보여준다.(사진제공=문화역서울 284)
▲민정기 작가의 1981년 작품 '포옹'. 화면을 가로막는 철조망을 뚫고 만난 두 남녀가 격정적인 포옹을 나누는 장면을 보여준다.(사진제공=문화역서울 284)

◇ DMZ를 타고 흐르는 생명 줄기 = 서측복도와 TMO에서는 DMZ의 생명환경을 보여준다, DMZ는 248km 경기 파주부터 강원도 고성에 이르는 한반도의 생태횡축이다. 그러나 남북의 경계는 서쪽에도 이어지면서 김포와 강화를 거치는 한강하구 중립지역과 NLL로 확장된다.

DMZ의 생명환경 파트에서는 세 가지 다른 차원과 관점으로 리미널한 경계를 탐색한다. DMZ 식물상을 다룬 작품은 생태계를 환유적으로 제시하면서, 야생 자연의 가치를 환기시킨다. 고성에서 백령도까지 전망대를 중심으로 DMZ 접경지역을 아카이브한 작업은 지형과 풍경에 주목한다.

전망대를 따라가다 보면 전쟁의 상흔과 아름다운 풍광은 교차된다. 이를 횡단하는 여정의 가능성을 모색한다는 취지다. 민북마을 철원 주민 삶의 이야기는 쌀이라는 소재로 풀어간다. DMZ 생명환경을 미시적으로 들여다보면서 분단의 조건이 생활 구석구석에 어떻게 자리잡고 있는가를 드러낸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관하는 'DMZ 전시'는 5월 6일까지 문화역서울 284에서 진행된다.

▲권하윤 작가의 '489년'. 권 작가는 DMZ를 이해하기 위해 그곳에서 근무했던 군인들을 인터뷰하기 시작한다. 김 병사는 작품에서 '미확인 지뢰지역'에서의 경험담을 들려준다.(사진제공=문화역서울 284)
▲권하윤 작가의 '489년'. 권 작가는 DMZ를 이해하기 위해 그곳에서 근무했던 군인들을 인터뷰하기 시작한다. 김 병사는 작품에서 '미확인 지뢰지역'에서의 경험담을 들려준다.(사진제공=문화역서울 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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