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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조의 생각] 불법사이트 차단, 또 하나의 후진국형 규제는 곤란하다

서울대 법대 교수

최근 불법 사이트 차단이 커다란 사회적 문제로 등장했다. 불법 음란물 사이트 ‘소라넷’은 성인 사이트가 합법적으로 영업을 할 수 있는 캐나다와 호주에 서버를 두고 이용자들이 음란물을 올리고 감상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했었다. 웹툰 불법 유통 사이트 ‘밤토끼’는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웹툰 또는 만화를 게시하고 공유하는 서비스를 제공했었다. 현재 이들 불법사이트는 폐쇄 또는 차단되고, 운영자들은 구속되어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음란물이 성인들에게 허용되는지 여부는 나라마다 다르지만, 저작권 침해 등 불법행위를 주목적으로 하는 웹사이트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선진 외국에서도 심각한 문제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불법 사이트를 규제하는 방식은 선진국과 크게 달라 국내 인터넷 이용자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특히 최근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보안접속(https) 또는 우회접속 관련 차단 기능을 강화하는 정책을 발표하면서, 정부의 검열이나 감청을 가능하게 하는 위헌적인 조치라는 비판과 의혹을 받고 있다. 불과 한 달 만에 26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 ‘https’ 차단 정책에 대한 반대 의견을 올렸다.

방통위는 불법 도박, 불법 음란물 등으로 인한 사회적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해외 사업자에 대한 법 집행 강화를 위해 부득이한 조치였다고 설명하고 있다. 본래, 보안접속 규약 ‘https’는 이용자들이 주고받는 데이터 조각(packet)을 암호화해 이론적으로는 감청이나 사전 검열이 불가능한 보안 통신 규약이다. 방통위의 불법 사이트 차단에 관한 이번 조치는 https와 함께 따라다니는 ‘도메인 표시(SNI)’를 미리 열어 보고 불법 사이트에 해당되는 경우에 그 사이트를 차단하는 것이다. KT 등 통신사업자들이 방통위가 요청한 불법 사이트 차단을 위해 이용자들의 SNI 조각을 미리 열어 본다는 점에서, 정부가 마음대로 이용자들의 방문 사이트 정보를 감청하고 심지어 반정부 사이트를 차단할 수도 있다는 우려와 비난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방통위의 https 관련 차단 기능 강화 조치가 위법적인 감청이나 검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킬 수 있는 위험성은 충분히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가짜뉴스를 차단하기 위해서 사이버명예훼손의 처벌 대상을 확대하는 법안이 상정되어,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다는 국내외 비난을 받았었다. 중국은 이용자의 방문 사이트를 모두 파악해 서부 내륙과 동부 지역 등 지역별로 맞춤형 사이트 차단을 하는 사이버 만리장성(Great Firewall)으로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도 보안접속 관련 차단 기능을 강화함으로써 정부에 비판적인 가짜뉴스 사이트를 차단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방통위의 불법 사이트 차단 강화 조치가 이러한 의심과 비판을 받는 이유는 그 차단 여부의 판단과 집행절차에서도 나타난다. 며칠 전 방통위는 https 관련 차단 기능 강화 조치를 발표하면서 895건의 불법 해외 사이트를 차단하는 결정을 내렸다. 방통위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심의 결과 불법 사이트라고 판단한 사이트를 KT 등 민간 업체에 차단하도록 요청한 것이다. 문제는 방통위 또는 방심위가 사이트의 불법성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정부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지 여부일 것이다. 800여 건의 차단된 불법 사이트의 게시물 가운데 합법적 게시물도 많이 있는 건 않는지 의문이 남기 때문이다. 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불법과 합법의 구별 및 판단이 행정적 집행의 문제가 아니라 보다 엄격한 사법적 판단의 문제라는 점이다.

방통위는 불법 사이트는 그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는 문제 될 게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사이트의 불법성과 합법성에 관한 사법적 판단도 없이 그리고 법원의 영장도 없이 개인의 웹사이트 자체를 차단하는 것은 사이트 운영자뿐만 아니라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기에 충분하다. 불법 사이트의 폐해가 크다고 하더라도 법원의 판단과 같은 최소한의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는 것은 행정편의적 발상이고 또 하나의 후진국적 규제에 불과하다.

방통위가 https 관련 차단 기능을 강화해도, 가상사설망(VPN) 등을 이용해 불법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 따라서 방통위 조치는 효율성 측면에서도 이해하기 어렵다. 방통위의 불법 사이트 차단 조치보다는 소라넷이나 밤토끼의 운영자를 처벌함으로써 비로소 불법 사이트를 막을 수 있었다. 정부가 불법 사이트 운영자를 찾아내고 처벌하는 것이 어렵다고 해서 인터넷 이용 행위를 감시하는 후진국형 차단 정책에 의존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이로 인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된다면 실리콘밸리에서와 같은 기술혁신의 기대는 더욱 요원해질 것이다.

정상조 서울대 법대 교수 opinion@etoday.co.kr
<저작권자 ⓒ 이투데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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