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삼성전자 50년 신화, 앞에 놓인 위기

입력 2019-01-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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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어제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1969년 1월 13일 설립 이래 첫해 3700만 원의 매출액은 2017년 162조 원으로 437만 배, 영업이익은 적자에서 34조8570억 원으로 늘었다. 국내 직원 수는 36명에서 10만3000여 명으로 2800배 증가했다(한국CXO연구소). 국내 최대 기업을 넘어 세계 최고의 제조업체로 올라섰다.

삼성전자 50년 성장사는 한마디로 신화(神話)다. 일본의 3류 가전업체 산요로부터 어렵게 기술을 배워와 20여 년 전까지도 미국·일본 양판점 구석에 처박힌 싸구려 TV나 만들었다. 그러나 1993년 ‘신경영’ 이후 소니와 파나소닉의 30년 ‘전자왕국’을 무너뜨렸고, 난공불락의 노키아 휴대폰과 스마트폰 원조 애플도 제쳤다. 지난 수십 년 세계 반도체 왕좌를 지켰던 인텔의 아성까지 허물면서 반도체산업 역사를 다시 썼다.

삼성의 오늘날 성취를 이룬 원동력은 경영학적으로 특유의 ‘삼성웨이(Samsung Way)’로 분석된다. 기존 경영이론에서 양립이 불가능해 보였던 상반된 가치를 함께 실현한 ‘패러독스(逆說) 경영’의 성공 사례로도 꼽힌다. 거대 조직의 약점을 극복하는 강력한 오너십의 빠른 의사결정, 다각화와 전문화를 동시에 달성한 시너지의 결과라는 것이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이 항상 절박한 위기의식으로 무장한 과감하고 지속적인 혁신과 투자, 제품·서비스의 세계화 전략이었다.

삼성을 빼놓고 한국 경제를 말할 수 없다. 삼성전자 한 회사가 우리나라 제조업 전체 매출의 12% 이상, 수출의 약 30%, 법인세수의 13.1%(2017년)를 홀로 떠맡고 있다. 주식시장 시가총액 비중도 20%를 넘나든다. 삼성은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자산이자 버팀목이다.

하지만 삼성은 지금 시련과 위기에 직면했다. 그동안 기적 같은 성장을 이끌어온 스마트폰의 퇴조가 뚜렷한 데 이어, 글로벌 경쟁업체들과 생사를 건 치킨게임을 이겨내고 승자의 자리에 올라선 반도체마저 흔들리고 있다. 초호황을 구가해온 반도체가 작년 4분기부터 실적이 급격히 둔화하고 있다. 인공지능(AI), 5G, 바이오 등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지만, 출발이 늦은 데다 앞으로의 시장 상황도 녹록지 않다.

삼성을 둘러싼 정치·사회 환경까지 걸림돌이다. 경이로운 성공이 오히려 족쇄가 된 상황이다. 적은 지분으로 거대 기업의 독재적 지배권을 행사한다며 비판하고, 경영권 편법 승계, 정경유착, 불공정 거래 등의 굴레를 씌워 해체되어야 할 재벌 1순위로 꼽고 있다. 성취는 부정되고, 창의와 혁신의 기업가정신은 설 자리가 없다.

삼성의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삼성이 새로운 도약을 위한 돌파구와 혁신을 다시 이끌어 내지 못하면 나라 경제의 심각한 위협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도전해야 할 목표, 가야 할 길은 아직 멀리 있는데 자꾸 발목이 잡히고만 있다. 우려스럽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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