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헌의 왁자地껄] 신도시는 만능열쇠가 아니다

입력 2019-01-14 06:00 수정 2019-01-14 08:23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사회경제부 차장

정부가 지난해 연말 이례적으로 제3기 신도시의 후보지들을 발표하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 테크노밸리, 과천 과천지구 등 4곳에 3기 신도시를 건설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여러 가지 이유를 들었지만 결국은 공급 확대를 통한 집값 안정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여기에 기존 신도시들의 취약점으로 꼽혔던 서울 도심 접근성 확보를 위한 광역 교통망 개선책도 내놨다. GTX와 신안산선 조기 착공을 비롯해 BRT 등 새로운 교통수단도 적극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정부가 15년 만에 신도시 개발을 통해 집값 안정 추진을 시도하지만 정부의 바람과는 달리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주거 여건이 좋아질 거라는 기대감보다는 신도시 조성까지의 공사로 인한 불편과 교통망 확충 역시 현 정권하에서 이뤄지기 힘든 만큼 다음 정권까지 이어질지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권이 바뀔 경우 3기 신도시 정책 자체가 백지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때문에 3기 신도시 후보지 중 규모가 가장 큰 남양주 왕숙지구 인근 다산신도시 주민들은 집회까지 하면서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가 제안한 교통 대책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나머지 지역들의 반응도 다르지 않다.

신도시 조성 당시 약속했던 대책들 중 이행되지 않은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닌 점을 보면 이들의 반발이 이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그나마 1기 신도시는 서울 도심에서 반경 20㎞ 이내로 가까운 데다 워낙 대규모로 조성된 탓에 교통망이 빠르게 확충됐지만, 2기 신도시의 경우 당초 계획됐던 교통 기반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출근길이 매번 전쟁이다.

실제로 대표적인 교통 개선 정책으로 꼽히는 GTX만 하더라도 GTX-A 노선이 2023년 준공이고 나머지 GTX-B노선, GTX-C노선은 개통 예정 시기가 각각 2025년, 2026년으로 3기 신도시의 입주 예정 시기(2021년)를 넘어선다. 이마저도 모든 사안이 예정대로 진행됐을 경우다.

이번 기회에 신도시에만 의존하는 주거 정책 방향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신도시에 대한 의견을 나눌 때면 ‘아빠만 고생하면 나머지 가족들이 행복한 곳’이란 표현이 자주 쓰인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 사람이 나머지 가족을 위해 출퇴근의 불편함을 감수하면 다른 가족들이 쾌적한 환경과 넓은 거주 여건을 가질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때문에 경제 성장기, 외벌이 가정 중심일 때인 과거 1980~1990년대엔 신도시가 내집 마련과 투자적인 매력을 동시에 갖춘 모델로 적합했다. 하지만 한국이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고 맞벌이가 필수가 된 시점에 신도시가 집값 안정과 공급책을 아우르는 주거 정책의 구원투수로 등반하는 점이 적합한지 다시 한번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때문에 3기 신도시는 자족 기능을 높인다는 방안을 내놨지만 자족 기능은 말로만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직장이 도심권에 있는 상황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우리 아이들에게 낡은 구(舊)도시만 잔뜩 물려줄 것이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신(新)도시 정책을 다시 정립해야 할 것이다. carlove@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여의도4PM' 구독하고 스타벅스 커피 받자!…유튜브 구독 이벤트
  • “흙먼지에 온 세상이 붉게 변했다”…‘최악의 황사’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이슈크래커]
  • 동성 결혼, 반대하는 이유 1위는? [그래픽뉴스]
  • 도지코인, ‘X 결제 도입’ 기대감에 15.9% 급등 [Bit코인]
  • “청와대 옮기고, 해리포터 스튜디오 유치”…4·10 총선 ‘황당’ 공약들 [이슈크래커]
  • 드디어 ‘8만전자’...“전 아직 96층에 있어요” [이슈크래커]
  • 주중 재벌, 주말 재벌, OTT 재벌…‘드라마 재벌家’, 이재용도 놀랐다 [요즘, 이거]
  • 지하철 파업 때는 ‘대체 인력’ 있지만 버스는 단 한 대도 안 와…왜?
  • 오늘의 상승종목

  • 03.29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9,961,000
    • -0.55%
    • 이더리움
    • 5,064,000
    • -0.59%
    • 비트코인 캐시
    • 893,500
    • +8.83%
    • 리플
    • 893
    • +0.9%
    • 솔라나
    • 265,200
    • +0.04%
    • 에이다
    • 934
    • +0.76%
    • 이오스
    • 1,583
    • +4.77%
    • 트론
    • 170
    • -0.58%
    • 스텔라루멘
    • 205
    • +5.13%
    • 비트코인에스브이
    • 140,000
    • +4.95%
    • 체인링크
    • 26,990
    • -3.16%
    • 샌드박스
    • 1,005
    • +1.82%
* 24시간 변동률 기준